'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서 능숙한 북한 사투리 선봬
대본 처음 받았을 때 느낀 점은 남북한 소재의 신선함
인물간 균열 내는 '베를린' 감정에 공감하기 위해 노력
[인터뷰 ①에서 이어집니다]
[서울와이어 글렌다박 기자] 지난달 24일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파트 1은 조폐국을 검거한 강도단이 4조원이라는 어마어마한 금액을 목표로 기상천외한 변수에 맞서며 벌이는 사상 초유의 인질극을 그렸다. 작품은 스페인 원작 '종이의 집'을 리메이크했으나 통일을 앞둔 한반도를 배경으로 한국만이 보여줄 수 있는 독보적인 세계관을 구축했다. 극중 '베를린'은 원작과 달리 죽어서야 나올 수 있다는 북한 개천 강제수용소 출신의 북한 최악의 수배범이다.
괴리감 없는 북한 사투리를 구사해 많은 호평을 받았던 ‘베를린’ 역의 배우 박해수는 “작품 촬영이 들어가기 전에 평양이 고향이신 선생님을 만나 전체 대사의 녹음을 받아 들으며 연습했고 매 촬영 검수를 부탁드렸다"며 "사투리 연습할 때 선생님이 평양에 계실 때 사시던 곳에 관한 이야기와 선생님이 살아온 삶에 대한 전사들을 녹음해 들었는데 나중엔 사투리가 자연스럽게 다가왔고 촬영도 편안하게 진행할 수 있었다"며 평양 사투리 연습 과정을 소개했다.
"저는 원작의 팬이기도 하지만 한국판 '공동경제구역'으로 '베를린'을 만났고 대본을 처음 받았을 때 느낀 건 소재에 대한 신선함이었던 것 같아요. 새로운 지폐, 각지에서 각자의 목적을 위해 모인 사람들, 남북한으로 나뉘었다는 현실은 아픔이지만 우리나라만이 표현할 수 있는 거라 생각하고요. '캐릭터들의 이야기가 좀 더 구체적이었다면', '캐릭터들의 관계성에서 증폭되는 감정에 대해 깊게 표현됐다면', '조폐국을 비롯한 공간에 대한 부연 설명들이 있었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남아요."
극중 '베를린'은 인질과 강도들 사이 갈등과 균열을 일으키며 인질극을 계획한 '교수'(유지태)의 계획도 흔든다. 긴장 유도를 시키면서, 좌중을 압도하면서, 서로의 갈등을 조장하면서, 심리적으로 떨어트려 놓아야 하고, 이격시켜야 하고, 그렇게 인질과 강도들을 휘젓지만 그걸 즐기는. '베를린'의 감정 표현은 박해수가 가장 신경 쓴 부분이다. '갈등을 조장하고 인물 사이를 분열시키는 이유는 무엇인지', '왜 이렇게 즐거워하는지' 캐릭터의 심리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다. 실제로 연기한 배우들은 나이 차이가 났지만 서로가 워낙 친해졌기 때문에 순조로운 긴장감 조성과 조화롭고도 밀도 있는 작업이 가능했다.
해외 시청자들에게는 박해수가 '오징어 게임'의 주연으로 나오는 작품으로 눈길을 끈다. 박해수는 '오징어 게임' 이전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출연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촬영도 시작했다. 다만 '오징어 게임'이 먼저 공개되면서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 이전에도 세계적인 성과를 얻은 국내 작품들이 있었지만 넷플릭스에서 K-콘텐츠 역사는 '오징어 게임'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넷플릭스에서 바뀐 가장 큰 영향은 다양한 언어로 제공되는 자막을 꼽을 수 있다.
”'조상우' 이미지를 탈피하는 건 시간을 두고 꾸준히 작품을 선보이는 것이 답인 것 같아요. 예전엔 '김제혁' 이미지를 탈피하지 못했는데 지금은 '조상우' 캐릭터를 탈피하지 못하고 있네요. (웃음) 그런데 전작을 오래도록 기억해주시는 것도 감사한 일이죠. 어떤 이미지든 배우들에겐 크게 각인되는 캐릭터가 있는데 캐릭터를 따라갈 생각은 추호도 없고요. 이번 작품을 통해서 글로벌 시청자들에게 '한국에 이런 배우가 있구나', '이렇게 열심히 하는 배우가 있구나', '친근한 배우가 있구나' 기억될 수 있다면 감사할 것 같아요.“
'오징어 게임'으로 제74회 에미상 드라마 시리즈 부분 남우조연상 후보에 오르며 또 한 번 화제를 모은 박해수. 그는 지난 29일 베네딕트 컴버배치, 제임스 매커보이, 앤서니 홉킨스, 앤젤리나 졸리, 샤를리즈 테론, M.나이트 샤말란 감독, 웨스 앤더슨 감독, 코엔 형제 감독 등이 속해 있는 미국 4대 메이저 에이전시 중 하나인 UTA(United Talent Agency)와 계약을 체결했음을 밝혔다. UTA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국내를 넘어 전 세계로 이어갈 연기 행보에 대해 기대감을 더한다. 넷플릭스 시리즈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파트 2는 올해 하반기 공개 예정이며 더불어 차기작인 넷플릭스 시리즈 ‘수리남’과 영화 ‘유령’의 공개도 앞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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