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숙경 군인권센터 부설 군성폭력상담소 소장이 2일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공군 제15특수임무비행단 여군 하사 성폭력 사건에 관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숙경 군인권센터 부설 군성폭력상담소 소장이 2일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공군 제15특수임무비행단 여군 하사 성폭력 사건에 관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와이어 박정아 기자] 고(故) 이예람 중사가 마지막으로 근무했던 공군부대에서 여군 간부를 대상으로 한 성폭력 사건이 또 발생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2일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공군 제15특수임무비행단 ○대대 □반 A반장(준위.44세)은 지난 1월부터 4월 피해자(하사)가 신고할 때까지 성폭력을 이어왔다.

A반장은 피해자에게 “사랑한다”, “집에 보내기 싫다”, “남자친구와 헤어졌으면 좋겠다”, “장난이라도 좋으니 사랑한다는 말을 듣고 싶다”,“나랑은 결혼 못 하니까 대신에 내 아들이랑 결혼해서 며느리로서라도 보고 싶다” 등 성희롱 발언을 했다.

또 안마를 해준다는 핑계로 피해자의 어깨와 발을 만지고 회식 석상에서도 추행을 계속했다. 다른 회식에서는 A반장이 후임을 내보내고 방으로 피해자를 데리고 들어가서 한 번만 안아 달라는 말도 했다고 군인권센터는 설명했다.

A반장은 진급 경쟁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한 피해자에게 평소 “나만 믿으면 장기(장기복무)가 될 수 있다”며 자신의 말을 잘 들을 것을 강요했다. 피해자가 성추행, 성희롱 상황을 피하거나 거부 의사를 표현하면 업무 배제 등 불이익을 줬다.

지난 4월3일에는 늦은 시간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감염돼 격리 중인 B하사와 뽀뽀를 하라고 지시했지만 피해자가 거부했다. 이후 A반장은 직접 B하사의 혀에 자신의 손가락을 갖다 대고 자신의 손등에 묻은 침을 피해자에게 핥으라고도 했다. 

계속된 거부에도 A반장은 B하사가 마시던 음료 한 병을 챙겼고 피해자에게 마시라고 끈질기게 강요했다. 피해자는 새벽 1시가 가까운 시간에 그것조차 거부하면 집에 갈 수 없을 것 같아 어쩔 수 없이 음료를 마셨고 3일 후 코로나19에 감염됐다.

결국 한계에 이른 피해자는 지난 4월14일 공군 양성평등센터에 가해자를 신고하면서 고소 의사를 밝혔다. 가해자는 다음날인 15일 군사경찰대에 입건돼 같은 달 26일 구속됐다.

A반장은 지난 4월21일부터 22일까지 텔레그램 메신저를 통해 “내가 죽으면 언론이나 주위 사람 모두 알게 되면 너도 힘들어질까봐 걱정돼”, “진짜 합의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죽을 수밖에 없을 거야”, “협박 같이 들리겠지만 절대 협박이 아니라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마지막 길 같아” 등 메시지를 피해자에게 27회 전송했다.

군인권센터는 공군 검찰단 조사 과정에서의 문제도 지적했다. 제2보통검찰부 군검사는 조사 당시 “피해자이면서 왜 다른 피해자한테 미안한 마음을 안 갖냐”, “근무를 기피하기 위해 계획적으로 간 것 아니냐”, “A반장과 통화하면서 들어가서 할 행동들을 계획한 것 아니냐”며 피해자를 끊임없이 의심했다.

군인권센터는 “공군 15비는 20비에서 성추행을 겪었던 이예람 중사가 전출 온 부대로, 전출 후 2차 피해를 겪은 곳”이라며 “그런데 불과 1년도 지나지 않아 같은 부대에서 성폭력이 발생하고 피해자 보호와 지원이 엉망으로 이루어 피해자가 갈 곳 없이 유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가해자와 2차 피해 유발자를 엄중히 처벌하는 것은 당연하거니와 사건을 복잡하고 황당하게 만든 군사경찰, 군검찰, 15비 지휘부 등 관계자들도 모두 응분의 책임을 지게 해야 한다”며 “피해자를 가해자로 둔갑시켜 괴롭히는 공군 검찰단은 즉시 무혐의 처분을 통해 피해자를 벼랑끝으로 내모는 일을 중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서울와이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