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정책 방향 핵심은 전기요금 정상화
한전 누적된 부담, 요금제 개편 논의 가속
과도한 인상 등에 따른 국민 반발 예고돼

한여름 뜨거운 날씨만큼 전력시장 개편 논의가 한창이다. 전력시장 개편 주장은 한국전력공사(한전) 적자 문제가 심화하면서 고개를 들었다. 정부가 결정하는 전기요금 체계를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렸고, 시장경쟁을 통한 새로운 혁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해외 전력시장 구조 등을 비교해 국내 전력시장 개편 방향에 대해 살펴봤다. [편집자주]

앞서 정부는 에너지정책 방향을 발표했다. 전력 판매시장을 민간사업자에 개방해 전기요금을 정상화한다는 목표다. 사진=한전 제공
앞서 정부는 에너지정책 방향을 발표했다. 전력 판매시장을 민간사업자에 개방해 전기요금을 정상화한다는 목표다. 사진=한전 제공

[서울와이어 정현호 기자] 정부가 전기요금 인상에 개입 여지를 최소화하기 위해 ‘원가주의’를 내세웠다. 실제 국내 전력산업은 20년간 불합리하고 경직적으로 운영돼왔다. 정부는 점차 민간사업자에 문을 열고 시장 논리에 입각해 전기요금 정상화를 이루겠다는 목표다.

◆정부, 경쟁체제 도입 통한 전기요금 정상화 추진 

당장 전기요금은 4분기 또 한 번 인상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한국전력공사(한전)의 적자난 심화가 주된 요인이다. 정부는 이와 관련 에너지정책 방향을 발표했다. 

전기가 소비자에게 제공되기까지 전 과정의 비용을 총괄원가 보상원칙과 원가연계형 요금제로 전환한다는 구상이다. 

앞서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업무보고를 통해 그간 공급 위주 정책을 수요 중심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산업부는 우선 에너지 다소비‧저효율 체제를 개선할 방침이다.

또한 누적된 전기‧가스요금 인상 요인을 반영하고, 전기위원회 전문성과 독립성을 강화해 시장원칙을 회복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원가주의를 강조한 것도 전기요금을 조속히 정상화하겠다는 시그널로 풀이된다. 

요금 정상화 없이는 한전의 재무구조 개선이 어렵다고 판단한 셈이다. 전력시장 개방도 추진된다. 윤 대통령도 취임 전 내놓은 에너지정책에서 한전이 독점한 전력 판매시장을 민간에 개방하겠다고 공언했다. 한전의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다.

한전은 사업자 지위를 유지하지만, 민영사업자가 판매 부문에 참여하는 형태로 개편이 이뤄질 전망이다. 대기업의 시장 진출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돼 전력공급의 품질 향상이 기대되는 부분이다. 

시장에서도 이번 정권만큼은 비정상적인 전기요금을 정상화할 수 있기를 기대하는 목소리가 높다. 무엇보다 최대 관심사는 전기요금을 통제해 온 정부가 시장 스스로 조정할 수 있도록 권한을 온전히 넘길지다.

에너지정책 방향에 따르면 앞으로 국내 전기요금은 시장 논리에 입각해 결정될 전망이다. 이에 급격한 인상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사진=픽사베이 
에너지정책 방향에 따르면 앞으로 국내 전기요금은 시장 논리에 입각해 결정될 전망이다. 이에 급격한 인상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사진=픽사베이 

◆전력판매시장 민간 개방, 급격한 요금 인상 우려도

하지만 정부가 요금 정상화를 밀어붙이면 국민 반대에 직면할 수 있다. 충분히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로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요금이 결정될 경우 인상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

특히 공공재인 전력을 민간에 개방함으로써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들이 낮은 요금을 유지할지도 미지수다. 해외의 경우 전력 대기업들이 수익을 극대화하면서 지역에서 소비되는 전력의 판매 대금을 외부에 있는 본사에 송금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 

특히 2001년 캘리포니아 대정전은 발전회사들의 담합이 원인으로 꼽힌다. 당시 발전사들은 비용 절감을 목적으로 수리와 점검 등의 이유를 대며 발전시설을 인위적으로 폐쇄했다. 시장 개방의 대표적 부작용이다.

국내에서는 정부가 전기요금 결정 권한을 쥐면서 낮은 요금을 유지할 수 있었다. 앞으로 개편 방향에 따라 급격한 요금인상은 불가피하다. 문제는 소비자 구매 여력에 따라 전기를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이 제한될 가능성도 있다는 점이다.

이에 업계는 반대 주장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고 본다. 최근 소비자물가는 2개월째 6%대를 보이는 상황이다. 시장 개방으로 전기요금 인상 속도가 빨라질 경우 서민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전기요금 결정 권한을 갖고 컨트롤하면서 전기요금이 고착화했다. 개선책 중 하나가 시장 자유화를 통한 요금체계 정상화”라며 “경쟁체제 도입은 막을 수 없다. 실제로 해외에서도 전력산업은 민영화 쪽으로 기우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어 “저항은 당연한 결과로 오랫동안 싼값에 전기를 사용해왔는데 이를 갑자기 바꾼다는 것은 큰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며 “개편 추진 전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충분한 논의와 여론 수렴 과정을 통한 설득작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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