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으로부터 교육부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으로부터 교육부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서울와이어 주해승 기자]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만 5세 초등학교 입학' 정책이 사실상 철회될 것으로 보인다. 보육·교육단체뿐 아니라 학부모까지 거센 반발이 이어지자 발을 빼는 모양새다.

3일 정치권에 따르면 박 장관은 전날 '만 5세 초등학교 입학' 정책을 폐기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학부모 단체와 간담회를 갖고 "어떻게 국민이 원하지 않는 정책을 시행하겠느냐"며 "수단은 목표를 위해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지난달 29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교육부 업무계획을 보고하면서 초등학교 입학 나이를 만 6세에서 5세로 한 살 앞당기는 학제 개편안을 발표했다. 의무교육이 시작되는 초등학교 취학 전에 가정 여건에 따라 교육 격차가 생기기 때문에 모든 아이들을 1년 일찍 학교에 품어 양극화를 해소하겠다는 취지다. 

박 장관은 지난 1일까지만 해도 기자들과 만나 "(초등 입학 연령 하향) 목표에는 변함이 없다"며 정책 추진 의지를 드러냈다. 또 2024년 시범실시를 거쳐 2025년 시행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발표 이후 학부모와 교원단체 등을 중심으로 반발이 거세게 일었고, 시민단체들은 '만 5세 초등취학 저지를 위한 범국민연대'(범국민연대)를 결성해 시위에 나서기도 했다.

다음날 간담회에서도 보육·교육단체와 학부모들의 거센 반대가 이어졌다. 간담회에는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전국학부모단체연합, 학교를사랑하는학부모모임 등 교육시민단체들이 참여했다. 이들은 일찍 학교 공부를 시작하게 되면 사교육 부담이 늘어나고, 어린이집·유치원보다 빨리 끝나는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돌봄 공백이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 장관은 "입법이 필요한 사안"이라며 "국가교육위가 출범하면 공론화와 사회적 합의를 거쳐 추진하겠다"고 했다. 정책 철회 입장을 분명히 해달라는 요구가 이어지자 "아무리 해도 학부모 우려를 가라앉힐 수 없다면 정부가 정책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비판 여론이 높아지자 하루 만에 정책 철회를 시사한 것이다.

앞서 교육부의 업무 보고 당시 정책 방안 강구의 신속함을 주문했던 윤 대통령도 논란이 거세지자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윤 대통령은 박 부총리에게 "각계 각층의 여론을 들어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정부가 사실상 정책을 철회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안상훈 대통령실 사회수석은 이에 대해 "아무리 좋은 개혁 정책 내용이라도 국민 뜻을 거스르고 갈 수는 없을 것"이라며 "필요한 개혁이라도 관계자 간 이해관계 상충 부분이 있어 공론화와 숙의 과정이 필요하니 교육부가 신속하게 이에 관한 공론화를 추진하고, 종국적으로는 국회에서 초당적 논의가 가능하도록 촉진자 역할을 해달라는 게 대통령의 지시사항이었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서울와이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