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통전세' 피해 속출, 정부 전담수사본부 구성해 해결 계획
올 상반기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 사고 금액, 3407억원 기록
임대차3법 개정안 시행 이후 아파트 전세가격 18.8%p 급등
임대차 제도 개선 위한 태스크포스(TF) 구성… '안정화 도모'

혼란스러운 임대차시장이 새 정부에서 안정화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이태구 기자
혼란스러운 임대차시장이 새 정부에서 안정화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이태구 기자

문재인 정부에서 천정부지로 치솟았던 집값이 하락세로 접어드는 모습이다. 특히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부동산시장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달라지고 방향성도 바뀔 것으로 보인다. 이에 수요자들의 관심이 높은 주택시장부터 혼란스러운 임대차시장, 기대감이 큰 재건축·재개발시장의 현 상황을 점검하고 전망을 살펴봤다. [편집자주]

[서울와이어 고정빈 기자] 집값 하락이 본격화되는 주택시장과 달리 임대차시장은 아직 혼란스러운 부분이 많다. 임대인과 임차인 간 갈등은 여전히 심하고 전세계약을 활용한 피해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전세의 월세화 현상 등 부작용도 심한 가운데 새 정부 정책에 따른 임대차시장 안정화 기대감이 커지는 분위기다.

◆해결 시급한 '깡통전세' 사기

4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집주인이 전세계약 만료 후 세입자에게 돌려주지 않은 전세보증금 규모는 해마다 늘고 있다. 올 상반기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사고 금액은 3407억원으로 2019년 한 해 동안 집계된 보증사고금액(3442억원)과 비슷한 수준을 기록했다.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사고금액은 2020년(4682억원)과 지난해(5790억원)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 상반기 사고액은 지난해 58.8% 달하는 수치로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지면 올해 또 다시 최고치를 경신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부동산 거래 겅험이 부족한 2030세대 청년들의 피해가 컸다.

전세보증금 미반환 사고금액에서 20~30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32.4%(1117억원), 2020년 49.6%(2320억원) 지난해 8월 62.8%(2210억원) 등 해마다 늘고 있다. 아울러 전체 건수 중 89%는 ‘3억 원 이하’로 서민과 청년층에 피해가 집중된 셈이다.

가장 유명한 전세사기는 ‘세 모녀 보증금 편취 사건’이다. 세 모녀는 2017년 4월부터 2020년 1월까지 자신들의 돈을 한 푼도 들이지 않고 빌라 500채를 구입했고 분양업자와 공모해 임차인을 모집했다. 임차인들에게는 분양대금보다 비싼 전세보증금을 받아 136명에게 298억원을 편취했다.

최근에는 전세사기 중에서도 ‘깡통전세’가 많은 피해를 주고 있다. 깡통전세는 전세가격이 매매가격과 비슷한 매물로 집주인이 임차인의 보증금을 반환할 능력이 없음에도 이를 숨기고 임대차계약 체결 후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 사기 유형이다.

이처럼 전세사기가 기승을 부리자 정부가 직접 해결에 나섰다. 국가수사본부는 지난달 28일 ‘전세사기 전담수사본부’를 설치하고 2023년 1월24일까지 6개월간 집중 단속에 나선다고 발표했다. 전담수사본부는 국토교통부를 포함한 관계기관과 공조하고 전세사기 단속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구성됐다. 자금 추적부터 온오프라인 전세사기 첩보 수집과 피해 예방법 홍보까지 총괄할 예정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서민들의 소중한 보증금을 노리는 전세사기까지 기승을 부려 어려운 서민들을 더 힘들게 하고 있다"며 "주거안정과 주거복지는 민생안정의 핵심이다. 전세사기와 같이 민생을 위협하는 범죄는 강력한 수사를 통해 일벌백계하겠다”고 강조했다.

서울지역 아파트 전경 [서울와이어 DB] [이태구]
정부는 각종 부작용을 초래한 임대차법을 손질해 안정화를 도모할 계획이다. 사진=이태구 기자

◆말 많은 '임대차법' 개정 논의

정부는 전세사기뿐만 아니라 각종 부작용을 초래한 임대차법도 손질할 계획이다. 문재인 정권인 2020년 도입된 임대차3법은 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신고제·전월세상한제 등으로 구성됐다. 시장안정화를 목적으로 도입됐으나 해당 제도는 전셋값 폭등을 이끈 주범으로 지목된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이종배 국민의힘 의원이 공개한 한국부동산원 자료에 따르면 임대차3법 개정안이 시행된 2020년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3.3㎡당 1490만원에 불과했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3.3㎡당 1910만원으로 420만원(28.2%) 상승했다. 법 시행 이전인 2019년(3.3㎡당 1362만원)과 2020년 상승률(9.4%)보다 18.8%포인트 높다. 3배 이상 치솟은 셈이다.

아울러 전세매물이 반전세와 월세로 전환되는 악순환이 발생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아파트의 전체 전월세 거래량(18만1367건) 중 월세가 포함된 거래는 6만7134건으로 전체의 37%를 차지했다. 이는 2020년(31%)보다 6%포인트 늘어난 수치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

이처럼 시장 혼란만 가중시킨 임대차법에 대한 불만이  비등하자 새 정부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나선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임대차3법으로 전셋값이 폭등했다며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도 후보자 시절부터 폐지에 가까운 대폭 개정이 필요하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하지만 올해 금리인상과 전세가격 하락, 대출규제 강화로 이자부담이 커지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정부는 완전한 폐지보다 개정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갑작스럽게 법안을 폐지하면 시장혼선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도 정부를 '신중모드'으로 선회하게 했다.

먼저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27일 법무부와 임대차 제도 개선을 위한 회의를 개최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기로 결정했다. TF는 매월 1회 정기회의를 열어 임대차 시장 동향을 공유하고 임대차 2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 상한제)효과와 문제점 분석을 토대로 합리적인 주택임대차 제도개선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전문기관을 통한 연구용역을 진행해 임대차 제도에 대한 실태조사와 심층 검토를 추진하고 임대인·임차인의 권리를 충분히 보호할 수 있는 합리적인 개선안을 제시할 방침이다.

전세에서 월세로 계약을 전환하는 ‘전세의 월세화’ 현상도 늘어나는 가운데 확실한 임대차법 개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영한 국토부 주택정책관은 “임대차시장의 근본적 안정을 위해서는 제도개선이 필수적”이라며 “다양한 대안을 면밀히 검토해 시장기능을 정상화 시킬 수 있는 개선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임대차법은 가격으로 통제해 시장을 경직시키는 등 부작용이 많기 때문에 그대로 가져갈 수 없다”며 “그렇다고 정부가 집주인 편이라면 천만의 말씀이다. 세입자를 더 잘 보호하도록 전문가와 공급자, 수요자 얘기를 충분히 듣고 국회에서 공론화해 결론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도 “전월세 시장 정상화를 위해 임대차법 개정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회를 중심으로 공론화 되기를 기대하며 정부도 이 논의에 적극 참여하겠다”고 했다.

다만 법 개정을 위해서는 여야 의견이 반드시 합의돼야 한다. 하지만  임대차3법 입법을 주도했던 더불어민주당이 얼마나 새 정부와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제안을 반영할지는 의문이다. 앞으로 시장혼란을 가중시킨 임대차법이 어떤 방향으로 개정되고 임대차시장이 안정화될 수 있을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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