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선언' 촬영 당시 '지상파', '비행기파'로 나뉘어 촬영
첫 비행기 돌며 촬영하던 순간 아직도 잊히지 않아
'지상파' 전도연, 송강호 촬영 때 커피차 대동해 방문

[인터뷰 ①에서 이어집니다]

[서울와이어 글렌다박 기자] 영화 '비상선언'이 지난 3일 국내 개봉했다. 제74회 칸 국제영화제 월드 프리미어를 통해 첫선을 보인지 무려 1년여 만이다. 영화 '비상선언'은 의문의 남성이 비행기에 탑승한 이후 원인불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면서 시작된다.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항공 테러 발생과 피할 수 없는 재난을 마주한 인물들을 통해 각자의 방식으로 소중한 사람을 지켜내기 위해 애쓰는 모습을 그려냈다.

'비상선언'은 송강호, 이병헌, 전도연, 김남길, 임시완, 김소진, 박해준 등 대한민국 대표 배우들의 캐스팅과 '연애의 목적', '우아한 세계', '관상', '더 킹'으로 작품성과 흥행성을 인정받은 '천재 감독' 한재림의 만남으로 제작 단계부터 화제가 되었다.

영화 '비상선언' 감독 및 출연진. 사진=(주)쇼박스 제공
영화 '비상선언' 감독 및 출연진. 사진=(주)쇼박스 제공

'비상선언'에서 전직 파일럿이자 PTSD로 인해 비행공포증을 겪는 '재혁' 역을 맡은 배우 이병헌. 할리우드 작품에서의 촬영 경험이 풍부한 그였지만 이번 작품에서 기내 세트를 만들어 360도 회전하며 촬영한 것에 대해 설명하며 '할리우드에서도 못해본 경험'이라고 감탄을 표했다.

'비상선언' 촬영 과정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그는 "할리우드에서도 비행기를 짐벌(Gimbal)에서 돌린 적은 많았지만 그렇게 큰 사이즈의 비행기를 돌려본 적은 없다고 하더라. 미국에서 공수하는 게 불발되자 한국에서 직접 만들었는데 처음 하는 시도이다 보니 안전부터 시작해 모든 것이 불안 요소로 작용했지만 모든 이들이 최선을 다한 결과, 나중엔 익숙하게 촬영에 임할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

영화 '비상선언' 스틸. 사진=(주)쇼박스 제공
영화 '비상선언' 스틸. 사진=(주)쇼박스 제공

"처음 비행기가 돌 때의 모습들이 잊히지 않아요. 여자 배우의 긴 머리카락이 하늘로 솟구치는 것처럼 보이고. 주변 물건들이 다 떨어지고. 저도 피가 얼굴로 몰려서 '피가 얼굴에서 터지는 거 아니야'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감독님께 롤러코스터 타다가 사람이 기절하는 영상을 보여드렸어요. 그리고 승객 중 한 분은 정말 흐느적흐느적 연기하셨고요. 승무원들이 날아가는 장면을 연출했는데 물론 스턴트 배우 분들이지만 제 눈앞에서 펼쳐지다 보니 실감 나는 게 달랐습니다. '이 장면이 카메라에 담기면 어떨까' 정말 궁금해하면서 촬영했는데 영화를 보면서 '굉장히 놀라운 장면이 만들어졌다'는 생각을 했어요. 마치 상징적인 장면이 만들어졌다고 생각해요."

제74회 칸 국제영화제 참석 당시. 사진=(주)쇼박스 제공
제74회 칸 국제영화제 참석 당시. 사진=(주)쇼박스 제공

극중 지상에서 사건 해결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형사팀장 '인호' 역을 맡은 배우 송강호와 이병헌이 촬영하는 장면은 극의 마지막 단 한 장면이다. 같은 작품에 출연해도 거의 못 봤다. 지상에서 촬영하는 '지상파'와 비행기 세트에서 촬영하는 '비행기파'로 나뉜 배우들. 이병헌은 지상 촬영이 시작한 지 2주가 지났을 때쯤 '지상파'인 전도연과 송강호를 응원하기 위해 커피차를 직접 대행해 현장을 방문했다. 에필로그를 촬영할 때가 되어서야 '지상파'와 '비행기파'는 같이 모였다. 그들은 서로서로 세트장과 연기에 대해 '좋았겠다', '재미있었겠다', '힘들었겠다' 말하며 독려했다.

"김소진 씨는 정말 신중하면서 진지한 배우예요. 촬영장에서 자신이 해야 할 것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고, 연구하고, 고민하는 배우입니다. 반면에 김남길 배우는 정말 유쾌한 배우예요. 자신이 준비해왔기 때문에 카메라가 돌아가는 순간에는 누구보다 잘 연기해내고 역할을 잘 소화해내지만 카메라가 '탁' 꺼지는 순간 언제 그랬냐는 듯 짓궂은 모습으로 재밌는 얘기에 재밌는 모습으로 주변을 환기 시키고. 자신도 잘 웃고요. 저랑 잘 맞는 건 제가 어떤 농담을 던지든 제일 크게 웃어줘요. 제겐 가장 좋은 관객 같은 존재이고. 함께 많이 웃고, 떠들며 좋은 시간을 보냈던 기억이 나요.“

제74회 칸 국제영화제 참석 당시. 사진=(주)쇼박스 제공
제74회 칸 국제영화제 참석 당시. 사진=(주)쇼박스 제공

"임시완 배우는 막내로서 아주 귀엽고 엉뚱한 매력이 있는 친구예요. 저도 생각지 못한, 대답하기 힘든 질문들도 많이 해서 저를 언제나 고민하게 만들고요. 직접 얼굴을 맞대고 있지 않으면 문자로도 질문을 해요. 그만큼 궁금한 게 항상 많고. 그런데 현장에서 캐릭터를 연기해내는 모습을 보면서 제가 발견한 건 아니지만 '내가 참 좋은 후배를 발견했구나', '참 좋은 배우구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예쁘장하고 착하게 생긴 얼굴에서 그 무시무시한 역할을 연기하고 분위기를 뿜어낸다는 것이 참 좋게 보였어요."

[인터뷰 ③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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