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철강사, 원자재가격 하락·제품 수요 둔화 우려↑
완성차기업과 가격협상 돌입, 차량용 강판 인상 예고
후판가격 둔 협상은 여전히 줄다리기, 동결쪽에 무게

철강업계가 고심하고 있다. 하반기 시황이 급격히 어두워지면서다. 국내 철강사는 조선과 완성차기업과 가격 협상에 돌입한 가운데 인상과 동결을 놓고 치열한 수싸움이 펼쳐질 전망이다. 사진=현대제철 제공
철강업계가 고심하고 있다. 하반기 시황이 급격히 어두워지면서다. 국내 철강사는 조선과 완성차기업과 가격 협상에 돌입한 가운데 인상과 동결을 놓고 치열한 수싸움이 펼쳐질 전망이다. 사진=현대제철 제공

[서울와이어 정현호 기자] 올해 하반기 후판가격 협상 관련 조선과 철강업계 모두가 부담을 느끼는 모양새다. 당장 철강업계는 조선사와 협상을 별개로 자동차 강판 가격 인상을 예고해 실적 하락을 최소화한다는 전략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완성차기업과 하반기 가격 협상을 진행 중이다. 철강업계는 최근 경기침체 우려와 원료가격 하락 등을 이유로 들며 인상을 역점에 두고 협상을 진행할 방침이다. 

타 업계보다 자동차 강판가격 인상폭이 높지 않았던 것도 인상을 예고한 이유 중 하나다. 실제 조선용 후판의 경우 지난해부터 톤당 60만원 올렸지만, 자동차 강판 인상은 톤당 32만원 수준에 그쳤다.

앞서 현대제철은 올해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시황에 따른 하반기 수익성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자동차 강판 가격은 원가 부담에 대한 인상 부분을 반영해 합리적인 선에서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엄기천 포스코 마케팅전략실장도 2분기 실적발표를 통해 국내 자동차사에 대한 가격 인상을 시사했다. 양 사 모두 글로벌 철강시장 위축과 원자재가격 하락세로 인한 실적 악화를 우려했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철광석 가격은 올 3월 톤당 159.79달러로 최고치를 찍고, 하락세로 전환돼 지난 5일 110.59달러까지 떨어졌다. 같은 기간 유연탄 가격도 톤당 256달러에서 183.74달러로 하락했다.

자동차 강판 인상은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에 따른 제품 수요 둔화와 원자재가격 리스크 방어를 위한 최선책인 셈이다.

조선과 철강사 간 후판가격 협상도 진행 중이지만 입장차로 난항을 겪고 있다. 사진=현대중공업그룹 제공
조선과 철강사 간 후판가격 협상도 진행 중이지만 입장차로 난항을 겪고 있다. 사진=현대중공업그룹 제공

조선과 철강업계 후판가격 협상도 관심이 집중된다. 현재 조선용 후판가격은 2020년 하반기 60만원에서 올해 110만원까지 뛰었다. 철강기업이 조선사들에 대해 인상을 요구할 명분은 부족해 보인다.

국내 조선사들은 그간 철강사 요구를 수용해왔고, 최근 원자재가격이 하락세로 기존과 상황이 바뀌었다는 점에서 가격이 내려가야 한다고 본다. 실제 조선업계는 지난해 상반기부터 후판가격 세 차례 인상을 전부 받아들였다.

반면 철강사 내부에서는 오히려 가격을 올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상반기 원자재가격 폭등 속 인상분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현재로서 후판가격은 동결 쪽으로 무게 추가 기운다. 조선사들의 경우 수주 호황에 철강사들보다 여유가 있는 편이다. 여전히 적자 행진이 지속되는 것은 부담으로 협상에서 최소 동결을 목표로 삼았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원자재가격 추이로 봐서는 인하하는 것이 맞다. 다만 철강사 부담이 클 것으로 예상돼 동결로 합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며 “8월 말까지 협상을 마무리할 계획을 세웠지만, 시황과 인플레이션 등 여러 문제를 함께 고려하면서 협상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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