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합리한 이유의 재화‧용역 불리 대우, '평등권 침해'
보험사의 '사적 자치 원칙'도 기본권 불침해 때 존중

우울증으로 정신과 약물을 복용 중인 환자의 실손의료보험 가입을 거부한 보험사에 국가인권위원회가 정신질환에 대한 보험 인수 기준을 보완하고 재심사를 할 것을 권고했다. 사진=픽사베이
우울증으로 정신과 약물을 복용 중인 환자의 실손의료보험 가입을 거부한 보험사에 국가인권위원회가 정신질환에 대한 보험 인수 기준을 보완하고 재심사를 할 것을 권고했다. 사진=픽사베이

[서울와이어 김경원 기자] 우울증으로 정신과 약물을 복용 중인 환자의 실손의료보험 가입을 거부한 보험사에 국가인권위원회가 정신질환에 대한 보험 인수 기준을 보완하고 재심사할 것을 권고했다. 

10일 인권위는 B보험사와 C보험사의 실손의료보험 가입을 위한 상담 중 몇 달 전부터 가벼운 우울감으로 정신과 약물을 복용했다는 사실을 알리자 보험 가입이 거부된 A씨의 진정에 대해 이같이 결정했다. 

인권위는 익명 결정문을 통해 "우울증 정도와 건강 상태, 사회생활과 직업생활 등의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사정을 고려하지 아니하고 우울증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위험률을 단순히 의심하는 수준에서 실손의료보험 가입을 일률적으로 제한하는 행위는 합리적 이유 없이 병력을 이유로 재화‧용역의 공급‧이용에서 불리하게 대우하는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앞으로 동일하거나 유사한 차별행위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B보험사와 C보험사의 ‘정신 및 행동장애’에 대한 인수기준을 보완하고 A씨에 대한 재심사를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건에서 특히 주목되는 점은 유병자 실손의료보험에서 유독 정신질환자를 차별하는 보험사의 문제를 다룬 것이다. 2018년부터 당뇨, 고혈압 등 만성질환자들도 유병자 몇 년 이내 수술이나 입원을 하지 않았거나 암 질환을 앓지 않았다면 실손의료보험 가입이 가능한데 유독 정신질환자에 대해서만 가입이 제한되고 있다. 

실제 B보험사 우울장애 인수심사(보험계약심사) 기준에 따르면 ‘25세 이상, 1회성이며 치료기간이 6개월 미만인 경우’에는 ‘치료종료 최소 1년 이상’이어야 표준 또는 할증으로, ‘치료종료 5년’이 경과해야 표준으로 인수할 수 있다. 

'25세 이상, 재발성 또는 치료기간이 6개월 이상인 경우’는 입원력에 따라 인수 기준을 구분했다. ‘입원력이 없는 경우’에는 최소 2년 이상, ‘입원력이 있는 경우’에는 치료종료 기간이 3년 이상이어야 표준 또는 할증으로, 치료종료 기간이 ‘5년 경과’해야 ‘표준’이 적용되도록 했다. 

C보험사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 보험사의 경우 '25세 이상이고, 치료종료 기간이 1~3년 이상’이어야 표준 또는 할증으로 가입 가능하다. 입원력이 있는 경우에는 입원력이 없는 사람보다 할증률이 더 높거나 가입을 제한한다. 

이에 인권위는 "만성질환을 가진 자도 몇 년 이내 수술이나 입원을 하지 아니했거나 암 질환을 앓지 않았다면 유병자 실손의료보험 가입이 가능한 것과 비교할 때 유독 우울장애 등 정신질환만이 실손의료보험 가입이 제한되고 있는 것은 ‘치료 중’이란 이유보다는 ‘우울장애’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A씨와 같이 가벼운 우울감으로 정신과에서 적극적으로 치료를 하면서 건강관리를 하는 자는 가입이 제한되는 반면 오히려 치료를 중단하거나 아예 치료를 받지 아니하는 자는 보험 가입이 가능한 모순이 발생한다"며 "보험 인수 거절이 정신질환자들로 하여금 치료를 회피하도록 하는 부작용이 예상된다"고 꼬집었다.

또 "사보험이 사적 자치의 영역에 속하는 사항으로 계약자유의 원칙이 적용되는 범위에 속한다"면서도 "사적 자치의 원칙과 계약의 자유도 평등권과 같은 다른 사람의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만 주장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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