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한한령 완화 공식 제기 , 가능성은 낮아
판호발급 출시 후 부진 사례, 내부 규제도 강화
한국 역진출하는 중국개발사, 시장매력 떨어져

한류가 글로벌 대세로 자리잡은 가운데 K게임의 위상도 최근 몇 년간 급상승했다. 과거 해외 진출이라고 하면 동남아와 중국이 전부였지만 이제는 미국과 유럽에서도 K게임에 대한 관심이 높다. 주요 개발사들의 진출국 현황을 살펴보고 성장 가능성을 따져본다. [편집자주]

국내 게임개발사는 판호발급의 벽에 막히고 중국 개발사는 규제에 막혀 중국시장을 떠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사진=각각 펄어비스, 미호요 제공
국내 게임개발사는 판호발급의 벽에 막히고 중국 개발사는 규제에 막혀 중국시장을 떠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사진=각각 펄어비스, 미호요 제공

[서울와이어 한동현 기자] 국내 게임산업이 중국을 졸업하는 상황이 만들어지고 있다. 탈중국이라기보다는 중국의 일방적인 손절에 가깝지만 진전없는 한한령 해제 논의에 중국내 게임규제 강화, 역으로 한국에 진출하는 중국개발사 등 시장 여건이 이전에 비해 열악해졌다.

이미 중국에서 자리잡은 지식재산권(IP)를 가진 게임사들을 제외하고 신규 IP나 개발작으로 활로를 뚫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는 의견이 나온다.

◆사실상 물 건너간 한한령 해제

1세대 게임개발사들은 대부분 중국시장의 성과를 기반으로 급성장했다. 스마일게이트를 부양한 크로스파이어가 인기를 얻기 시작한 시장은 중국이었고 넥슨의 던전앤파이터, 위메이드의 미르의전설 시리즈 등도 현지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후 한한령이 본격화되면서 이러한 사례는 옛말이 됐다. 중국은 외국 게임의 판호를 발급하는 외자판호발급을 무기한 중단했고 일부 일본, 미국 개발작에 한해서만 판호를 발급했다.

올해 초 펄어비스의 ‘검은사막M’을 필두로 일부 개발작이 판호발급에 성공했으나 현지시장의 반응도 예전같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부진 원인을 중국 사용자들의 높아진 눈높이와 사설망(VPN) 우회를 통한 플레이 등이라고 봤다.

크로스파이어는 중국시장에서 큰 호응을 얻어 스마일게이트를 성장시킨 주역 게임이 됐다. 이와 관련한 드라마도 제작될 만큼 인기를 얻었다. 사진=스마일게이트
크로스파이어는 중국시장에서 큰 호응을 얻어 스마일게이트를 성장시킨 주역 게임이 됐다. 이와 관련한 드라마도 제작될 만큼 인기를 얻었다. 사진=스마일게이트

지난 9일 중국 산둥성 칭다오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박진 외교부 장관이 한한령 해제를 공식적으로 요구했다. 다만 회담에 참석한 왕이 중국 외교부 부장은 즉답을 피했다.

박 장관은 "문화콘텐츠 교류가 양 국민, 특히 젊은 세대 간의 마음의 거리를 좁힐 수 있는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방법"이라며 "영화와 방송, 게임, 음악 등 분야 교류를 대폭 확대해 나가자"고 요구했다.

왕이 부장은 "중국은 한중 관계의 중요한 일부분인 인적·문화적 교류 강화에 적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이를 위해 노력해 나가자"고 답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시장에 대한 기대를 거의 내려놨던 상황이고 업계에서 외교부를 통해 관련 문제 해결을 요청했지만 중국이 입장을 바꾸지 않아 사실상 답이 없었다”며 “이번 회담내용을 알고난 뒤로는 이미 낮아졌던 중국시장의 매력이 더 떨어졌을 뿐”이라고 말했다.

텐센트는 산하 스튜디오 레벨인피니트를 통해 천애명월도M의 한국시장 직접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사진=레벨인피니트 제공
텐센트는 산하 스튜디오 레벨인피니트를 통해 천애명월도M의 한국시장 직접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사진=레벨인피니트 제공

◆역진출하는 중국 개발사

중국 내부적으로도 게임개발사에 대한 규제가 심해지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수석이 장기집권을 준비하면서 할말을 하던 정보기술(IT) 업계에 규제를 가하기 시작했고 게임개발사도 개발을 취소하거나 해외분사를 만드는 중이다.

한국시장은 중국 개발사들에게 가까우면서 진출이 쉬운 시장으로 꼽히고 있다. 텐센트와 미호요 등이 지난달 한국게임산업협회의 이사사로 회원가입을 완료했다. 

양사를 제외하고도 중국 개발사의 탈중국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황이멍 X.D.네트워크 대표는 자신의 사회적관계망서비스(SNS)에 "(전략) 해외로 이주하기 위한 계획을 세우고 있다"며 "X.D.​는 대륙을 가로지르는 다국적 기업이 될 것이기에 향후 해외 사업이 우리에게 더 큰 부분을 차지할 것"이라고 적었다.

게임업계는 한국은 진출이 막히고 중국은 외부로 나가는 상황을 보고 불평등이라고 지적한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 회장은 “국내 게임사들은 중국에서 판호 발급도 못 받고, 현지 법인도 세우지 못하는 상황에서 중국 최대 게임사를 이사사로 받아들인 협회의 결정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며 “판호는 불공정무역이기 때문에 미국이 관심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는 공산당대회 뒤에도 이러한 기조가 유지될지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중이다. 기존 인기 IP작은 여전히 시장에서 먹힐 가능성이 있고 정권 안정화 뒤에는 산업 지원을 이어갈 수도 있다는 의견도 나오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말 그대로 계륵이지만 시 주석이 안정적으로 장기집권에 성공한 뒤에는 게임산업을 다시 지원할 수도 있다”며 ”시장 불안정성이 워낙 크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대체시장으로 넘어가겠지만 아직 기대를 내려놓지 않은 기업들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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