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대출금리 급등에 벼랑끝
은행권 자체적으로 만기 연장
5대 은행 저신용자 이자 감면

한국은행의 '2022년 7월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올 7월 말 기준 은행권의 개인사업자대출 잔액은 439조원으로 전달보다 2조원 늘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한국은행의 '2022년 7월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올 7월 말 기준 은행권의 개인사업자대출 잔액은 439조원으로 전달보다 2조원 늘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서울와이어 주해승 기자] 대출금리 급등으로 자영업자의 빚 부담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대출 원리금 만기연장·상환유예 등 '코로나 금융지원'이 다음달 말 종료된다. 금융권에선 9월 이후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의 부실 대출이 터져 나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은행권이 대출자의 상환 부담 경감을 위해 자체적으로 만기를 연장해주기로 뜻을 모으면서 벼랑 끝에 몰린 자영업자들의 피난처가 되어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물가·대출금리 급등에 벼랑 끝 자영업자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코로나 사태의 장기화로 자영업자의 대출은 여전히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다. 한국은행의 '2022년 7월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올 7월 말 기준 은행권의 개인사업자대출 잔액은 439조원으로 전달보다 2조원 늘었다. 개인사업자대출은 자영업자가 주로 빌리는 대출이다.

2020년 코로나 확산 이후 시행된 자영업자 대출 원리금 상환 유예 조치로 상환이 유예된 채 쌓여 있는 자영업자 대출은 133조원에 달한다. 9월 말이면 이 조치가 종료된다. 

정부는 금융지원 종료 연착륙을 위해 고금리를 저금리 대출로 바꿔주거나, 일부는 탕감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그동안 연체를 막아뒀던 탓에 이 대출 가운데 어느 정도가 상환능력을 상실한 돈인지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더해 자영업자들은 최근 높아진 물가와 대출 금리의 고공행진으로 벼랑 끝에 몰렸다. 인플레이션과 소비 부진에 빠져 대출 상환 체력을 회복하지 못한 것이다. 대출을 상환하려 돈을 더 빌리는 악순환에 빠진 이들도 적지 않다.

이처럼 대출금리 인상과 물가 급등, 소비 악화, 정부의 대출 유예 종료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겹치면서 취약한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대출 부실이 불어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대부분의 자영업자들은 원리금 상환 유예 조치의 추가 연장이 필요한 상황이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은 저신용자·성실이자 납부 대출 차주의 신용대출 이자를 감면한다. 사진=서울와이어 DB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은 저신용자·성실이자 납부 대출 차주의 신용대출 이자를 감면한다. 사진=서울와이어 DB

◆은행들 자율적 만기연장으로 지원 나서 

이에 은행권은 대출자의 상환 부담 경감을 위해 자체적으로 만기를 연장해주기로 했다. 저신용자·성실상환자의 이자도 감면한다. 은행연합회는 지난 10일 이같은 내용의 '은행권 사회적책임 이행방안'을 발표했다. 

은행권은 부실이 없는 정상차주는 물론, 일시적으로 재무상태가 악화된 차주에 대해서도 가급적 만기를 연장해주기로 했다. 신용평가 시 비재무 요소를 반영해 금리와 한도 측면에 불이익을 주지 않기 위해서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은 저신용자·성실이자 납부 대출 차주의 신용대출 이자를 감면한다. 해당 차주가 신용대출을 연장할 경우, 은행에서 설정한 금리를 초과하는 이자 금액 만큼 대출 원금을 상환해준다.

또 소상공인·서민·가계· 청년 등 대출자의 상황을 고려한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자율적으로 실시한다. 소상공인에 대해선 대출 금리를 낮춰주고 일시상환식 대출을 10년 만기 분할상환 대출로 전환해준다. 

앞서 금융당국은 정부가 소상공인 고금리 대출을 저금리로 전환해주고 부실 또는 부실우려 채권을 매입하는 대신, 9월 말 종료될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를 업계가 자율적으로 연장해 달라고 주문한 바 있다. 이에 은행권이 저마다의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당국의 요청에 화답한 것이다.

은행연합회 측은 "부실이 있거나 부실 징후가 있는 차주는 정부의 새출발기금과 연계하거나 자체적인 채무조정 프로그램 등을 통해 최대한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코로나로 인한 대출수요 증가에 힘입어 뜻밖의 수혜를 입었던 은행권이 다시 이들을 보살피는 방식으로 도움을 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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