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전국 아파트 매매 가격 0.07% 하락
새 정부 출범 이전부터 집값·전셋값 내림세
금리인상 영향으로 주택시장 하락 '본격화'
누리꾼들, "자화자찬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집값과 전셋값을 안정시켰다고 자화자찬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싸늘하다.사진=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집값과 전셋값을 안정시켰다고 자화자찬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사진=대통령실 사진기자단 제공

[서울와이어 고정빈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100일을 기념한 자리에서 정부의 능력을 자화자찬했다. 특히 불안정하고 치솟았던 집값과 전세가격을 안정화시켰다고 평가했지만 시장반응은 싸늘한 분위기다. 큰 성과가 없고 오히려 집값을 자극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윤 대통령은 지난 17일 취임 100일 기념 기자회견에서 “그동안 정부는 폭등한 집값과 전셋값은 안정시켰다”며 “국민들의 주거 불안이 없도록 수요 공급을 왜곡시키는 각종 규제를 합리화하고 사회적 약자를 위한 주거 복지 강화에 노력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말도 일리가 있다. 최근 전국적으로 집값 하락세가 짙어졌기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8일 기준) 0.07% 하락했다. 서울(-0.08%)도 마찬가지도 지난주(-0.07%)보다 집값이 더 떨어지면서 11주 연속 내림세를 나타냈다. 3년4개월 만에 기록한 가장 큰 하락폭이다.

꾸준히 상승세를 유지했던 서초구(0.00%)와 대통령 집무실 이전 기대감이 커진 용산구(0.00%)를 제외하고 모든 서울 권역에서 하락했다. 특히 노원구(-0.20%)는 이는 2013년 8월12일(-0.22%) 이후 9년 만에 가장 큰 하락폭을 기록하는 등 서울에서 집값이 가장 많이 떨어졌다.

철옹성으로 불렸던 강남(-0.02%)도 6주 연속 하락세가 유지됐고 인천(-0.11%→-0.18%)도 높은 하락률을 기록했다. 경기(-0.09%→-0.10%)는 11주 연속 내림세를 나타냈다. 이처럼 최근 주택 매매가격은 확실히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하지만 전국 아파트 가격과 전세가격은 윤 정부 출범 이전인 올 2월부터 떨어지기 시작했다. 집값이 급등했던 문재인 정부 임기 말부터 가격하락 조짐이 보인 것이다. 최근 부동산시장이 안정화된 것은 사실이지만 새 정부가 하락을 이끌었다고는 보기 힘들다.

최근 집값이 떨어진 가장 큰 이유는 정부의 잇따른 금리인상이 꼽힌다. 금리가 오르면서 수요자들의 대출이자 부담이 커졌고 주택시장 전체가 침체기에 빠지면서 집값이 하락했다는 분석이다. 이제 첫 주택공급대책을 발표한 정부는 집값 하락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지금까지 새 정부가 내놓은 다주택자 종합부동산세 완화 방안과 무주택자 대출 확대 등이 집값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주택공급대책도 세부적인 방안이 나오지 않아 부동산시장의 관망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이준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자신의 홈페이지 게시판에 ‘도대체 무슨 일을 하셨는데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 교수는 “정부가 집값과 전세값을 안정시키기 위해 도대체 무슨 일을 했기에 그런 뜬금없기 짝이 없는 자랑을 늘어놓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취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그동안 정부가 해온 언동은 집값·전세값 안정과는 반대되는 방향 아니었느냐”고 꼬집었다.

국민들의 반응도 싸늘했다. 부동산 관련 커뮤니티에서 한 누리꾼은 “최근 금리인상 여파로 집값이 안정화되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라며 “집값이 떨어진 것은 맞지만 당당하게 말하기에는 너무 이른 것 같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문재인 정부보다는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이 맞다. 다만 자화자찬할 만큼 뚜렷한 성과를 내진 않았다”며 “이번에 발표한 주택공급대책과 앞으로 어떤 식으로 문제점을 해결할지 지켜봐야할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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