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즉시연금 1심 소송 패소 후 충당금 적립 시작
올 상반기만 220억원… 총 3212억3800만원 적립
패소 땐 4000억원 지출 불가피… 앞으로 800억원 더 필요

서초 삼성생명 본사 현판[서울와이어 DB] [이태구]
서초 삼성생명 본사 현판[서울와이어 DB] [이태구]

[서울와이어 최석범 기자] 삼성생명이 올해 상반에만 충당부채로 220억원을 적립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시연금 과소지급 소송에서 패소할 경우를 대비해 미리 준비한 것으로 풀이된다.

1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삼성생명의 충당부채 잔액은 7770억원으로 15.5%p(1042억3800만원) 증가했다. 충당부채가 전년 말 대비 증가한 배경에는 수년째 진행 중인 즉시연금 과소지급 소송이 자리잡고 있다.

삼성생명은 2000년대 말 가입자가 목돈을 지급하면 일정기간 연금액을 지급하고 만기 시 원금을 돌려주는 상속 만기형 즉시연금 상품을 대거 팔았다. 

하지만 금리가 떨어지고 최저보장이율에 미치지 못하는 월 연금액이 지급되자, 가입자들이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했다. 매달 지급되는 연금액에서 만기보험금 마련을 위한 사업비 공제 내역이 약관에 명시돼있지 않고, 보험사의 설명도 없었다는 이유였다.

이 분쟁은 공동소송 비화했고, 1심에서 삼성생명은 패소했다. 이 때를 기점으로 삼성생명은 보험금 지급을 대비해 충당부채를 쌓기 시작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삼성생명은 작년 2분기 충당부채로 2779억1000만원을 적립했고, 작년 말에는 총 2991억7200만원까지 적립액을 키웠다. 이어 올해 1분기에 102억9700만원을, 2분기에도 117억원 가량을 적립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상속만기형 즉시연금 지급으로 분류된 충당부채 적립액은 총 3212억3800만원이다.

문제는 패소 시 지급할 보험금이 현재 충당금보다 큰 탓에 추가 적립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즉시연금 분쟁 규모는 총 1조원에 달하는데, 이 가운데 40% 가량인 4000억원이 삼성생명에 몰려있다.

즉, 즉시연금 소송 패소를 가정할 때 800억원 가량은 더 적립해야 한다는 의미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즉시연금 소송에서 패소할 경우 지급할 보험금이 4000억원 가량이다. 이에 대비해 충당금을 쌓고 있는 중"이라면서 "당분간 소송을 대비한 충당부채 적립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일부 생명보험사는 즉시연금 소송 관련 충당부채를 모두 적립했거나, 마무리 단계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한화생명과 교보생명, 미래에셋생명, 흥국생명은 충당부채를 모두 쌓은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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