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 치매로 나타날 수 있는 '노년기 우울증'
2~3년간 '인지기능 어떻게 나빠졌나'로 구분

박지은 교수. 사진=서울대병원 제공

[서울와이어 김경원 기자] 최근 치매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비교적 젊은 사람들이 ‘치매가 온 것 같다’며 병원을 찾는 경우가 적지 않다.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박지은 교수에 따르면 이중 상당수는 치매가 아닌 우울증 진단을 받는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헷갈리는 노년기 우울증과 치매. 노년기 우울증과 치매가 어떻게 다른지, 일상에서 이 두 질환을 구분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박지은 교수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노년기 우울증, '가성 치매'로 나타날 수도=우울증은 의욕 저하, 우울감과 더불어 다양한 정신적·신체적 증상을 일으켜 일상생활을 어렵게 하는 질환이다. 우울증은 65세 이상 인구 10명 중 2~3명이 경험한다고 알려진 매우 흔한 정신건강 문제다. 

노년기 우울증이 있는 사람들이 자주 느끼는 증상이 ‘기억력이 나빠졌다’는 것이다. 마치 치매에 걸린 것처럼 인지기능 문제를 심하게 호소하기도 한다. 이 경우 ‘가성 치매’라는 이름으로 불리는데 진짜 치매는 아니지만 치매와 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의미다. 

◆노년기 우울증 VS 치매, 구분 포인트는=우울증과 치매를 명확히 구분하기 위해서는 여러 질문과 인지 기능 검사, 자기공명영상(MRI) 같은 뇌영상 검사 등이 필요하지만 일상에서 우울증과 치매가 헷갈릴 때 구분할 수 있는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두 질환을 구분할 때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인지기능이 어떻게 나빠져 왔는가’이다. 치매를 일으키는 원인의 80% 이상은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신경퇴행성질환이다. 이러한 퇴행성질환은 오랜 시간에 걸쳐 '서서히' 나빠지는 것이 특징이다.

우울증의 경우 ‘기억력이 갑자기 나빠졌다’ 혹은 ‘기분 상태에 따라 기억력이 좋았다 나빴다 한다’라고 할 수 있는 반면, 퇴행성 치매 환자는 ‘기억력이 조금씩 점차적으로 더 나빠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의 인지기능뿐만 아니라 2~3년 전 기억력을 비교해 치매와 우울증을 구분해 볼 수 있다. 

기억력이 점차 더 악화됐고 기분 상태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 경향을 보인다면 치매, 기억력이 2~3년 전과 큰 차이가 없고 기분 상태에 좌우된다면 우울증으로 의심해 볼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일상적인 활동이 줄어든 이유로도 우울증과 치매를 구분할 수 있다. 우울증의 경우 의욕이 없어 일하거나 씻기, 먹기 등을 '안'한다. 치매는 인지기능에 문제가 있어서 일에 실수가 생기며 일상생활을 '못'한다. 

◆노년기 우울증, 초기부터 적극적 치료 필요=노년기 우울증은 조기에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노년기 우울증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치매와 같이 삶의 질이 낮아지고 신체 질환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노년기 우울증을 방치하면 치매로도 이어질 수 있다. 또 노년기 우울증은 노인 사망률을 높이는 원인이 된다.

더구나 치매와 달리 우울증은 치료가 어렵지 않다. 노년기 우울증은 항우울제 등의 약물을 쓰면 충분히 좋아질 수 있다. 항우울제는 수면제나 안정제에 비해 부작용이 적고 다른 약물을 많이 복용 중일 때도 함께 안전하게 복약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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