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 서구·동구, 일주일 만에 매물 증가
하락 단지 속출, 분당 3개월 만에 2억↓
원희룡 "신속·빠른 재정비 추진할 계획"
하락세 지속 전망… "시장 영향 미미해"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 중 하나인 1기신도시 계획이 미뤄지면서 집값도 떨어졌다. 사진=이태구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 중 하나인 1기신도시 계획이 미뤄지면서 집값도 떨어졌다. 사진=이태구 기자

[서울와이어 고정빈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1기신도시 특별법 제정 공약으로 기대감을 한껏 모았던 1기신도시의 분위기가 차갑게 식었다. 1기신도시 계획이 점점 미뤄지면서 실망감이 커지고 자연스럽게 집값 하락으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22일 부동산정보 제공업체 부동산R114에 따르면 1기신도시(분당·일산·평촌·산본·중동) 아파트값은 지난 12일 기준 보합(0.00%)에서 19일 기준 0.02%포인트 떨어지면서 일주일 만에 하락전환했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0.04%)의 하락폭이 가장 컸고 일산은 보합을 나타냈다.

매물도 급증했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윤 정부 첫 공급대책 발표(지난 16일) 대비 일산 서구 아파트 매물은 3376건에서 일주일 만에 3565건으로 5.6% 증가했다. 일산 동구도 2672건에서 2777건으로 3.9% 늘었다.

실거래가도 하락세다. 성남시 분당구 구미동에 공급된 ‘무지개마을8단지’ 제일아파트 전용 101㎡는 지난 6일 10억원(13층)에 중개거래됐다. 이는 올 5월 거래된 매매계약(12억원·7층)보다 2억원 하락한 금액이다. 일산동구 장항동에 위치한 ‘호수마을3단지삼환’ 전용면적 132㎡는 올 4월에는 9억1000만원(14층)에 매매 계약이 체결됐다. 올 7월 22일에는 1억3000만원 하락한 7억8000만원(14층)에 팔렸다.

1기신도시는 윤 대통령의 대선 공약으로 집값이 크게 뛰었으나 계획이 불투명해지면서 실망감이 커지는 분위기다. 최근에는 ‘공약파기’ 주장까지 나왔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1기신도시 마스터플랜을 2024년에나 수립하겠다는 것은 사실상의 대선 공약을 파기하는 것이나 다름 없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21일 자신의 SNS를 통해 “공약파기는 거짓말이며 무책임한 선동”이라며 “정부는 1기신도시를 하루라도 빨리 재정비해서 국민들이 쾌적한 환경에서 거주하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1기신도시 주민들은 쉽게 믿지 못하는 모습이다. 부동산 관련 커뮤니티에서 한 누리꾼은 “1기신도시에 거주하면서 기대감이 엄청 컸다. 지금은 너무 실망스럽고 불안감만 증폭됐다”며 “갈수록 예상했던 시기보다 늦어진다. 주민들이 납득할만한 설명과 보완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분위기가 반전된 1기신도시 집값은 하락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윤 정부의 공급 대책은 방향성을 제시하는 수준에 그쳐 구체적인 실행 계획 발표 전까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재정비 마스터플랜 수립이 미뤄지면서 1기 신도시 아파트값은 한동안 약세가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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