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첫날 다우지수 4.6% 폭락하며 신체제 찬물


▲ 제롬 파월 신임 연준 의장 취임과 함께 뉴욕증시가 폭락하면서 연준의 금리인상 속도가 조정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 사진=미 연방준비제도


[서울와이어 이동화 기자] 제롬 파월의 제16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에 취임과 동시에 뉴욕증시가 기록적으로 폭락하면서 금리인상 시나리오에도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다우지수가 ‘블랙먼데이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하자 시장에서는 “주식 고평가가 일시적으로 조정되고 있는 것” “유럽중앙은행(ECB)이 긴축 행보에 나선 것은 주가 고공행진 종식을 암시하는 것”이라는 의견이 분분하다.


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175.21포인트(4.6%) 하락한 2만4345.75에 거래를 마감했다. 나스닥 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도 각각 273.42포인트(3.78%), 113.19포인트(4.10%) 떨어지며 뉴욕증시 3대 지수는 일제히 곤두박질쳤다.


미국 장기금리의 기준인 10년물 국채수익률은 이날 오전 한때 2.88%를 기록했고 다우지수 하락폭은 역대 최대인 1597포인트를 찍기도 했다. 국채가격 상승에 증시가 하락하고 주가 급락에 안전자산 선호도가 오르며 국채가격이 오르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0년물 국채수익률 상승으로 기업의 자금조달 비용이 커지고 개인소비를 억제해 미국 경기의 걸림돌이 된다는 경계감이 확산되고 있다”며 “투매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뉴욕증시 급락에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경제는 매우 강력하고 임금도 오르고 있다”며 패닉 진화에 나섰지만 주가 하락을 막지 못했다. 시장은 오히려 파월 의장 취임 첫날 증시가 기록적 약세를 보이자 연준의 금리인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하고 있다.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오하이오 주에서 연설한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은 장기적인 경제 펀더멘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미국의 경제 펀터멘털은 매우 강력한 상태”라고 주장했다. 연설 당시 다우지수가 1600포인트 가까이 하락했지만 이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트럼프 행정부의 무관심에 시장의 관심은 이날 취임선서식과 함께 4년의 임기를 시작한 파월 의장의 ‘풋옵션’에 집중되고 있다.


파월 의장은 취임식 후 “경제 성장과 건전한 노동 시장, 그리고 물가 안정을 중시할 것”이라며 “우리는 서서히 다가오는 리스크에 조심스럽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파월 의장 역시 증시 폭락과 미국 경제 전망 등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았지만 니혼게이자이는 “역대 연준 의장은 시장이 동요할 때마다 타협적인 금융정책을 내놓았다”며 “이것이 주가 손실을 제한하는 풋옵션 역할을 해왔다”고 전했다.


1987년 10월 하루 만에 주가가 22.6%나 빠진 블랙먼데이 후 시장 안정을 위해 저금리 정책을 펼친 앨런 그린스펀 전 연준 의장이 ‘그린스펀 풋’과 금융위기 이후 양적완화(QE) 정책을 도입한 ‘버냉키 풋’이 그것이다. 재닛 옐런 전 연준 의장 역시 일시적으로 금리를 동결하는 등 시장 안정을 도모하는 ‘옐런 풋’을 작동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글로벌 경제분석기관 캐피털이코노믹스는 “주가 하락은 아직 제한적”이라며 “파월 풋을 기대하지 말라”고 지적했다. 아직 풋옵션을 기대할 수준이 아니라는 의미다.


파월 의장이 처음으로 주재하는 3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도 관심이 몰리고 있다. 지난 1월 FOMC에서 연준이 ‘추가적인 단계적 금리인상’을 예고하며 올해 3차례로 전망되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4차례로 늘어날 수 있다는 의견이 확산됐지만 이날 뉴욕증시 폭락에 조정 가능성이 불거지고 있기 때문이다.


90%에 달했던 3월 금리인상 확률은 70%대까지 뚝 떨어졌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선물 시장은 올해 3월 25bp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71.9% 반영했다.


일각에서는 금리인상 속도를 늦춰야 한다며 3월 금리인상을 재고하라는 목소리도 조심스레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연준의 금리인상이 시장금리를 올리고, 결국 경제성장을 둔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대통령 당선 후 주식시장 강세를 거론하며 ‘강력한 미국’을 내세웠던 트럼프 대통령이 파월 의장을 임명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파월 의장이 시장의 예상대로 연간 4차례로 금리인상 속도를 올릴 경우 트럼프 행정부의 경기 부양책을 연준이 무너뜨리는 상황이 된다”며 금리인상 속도 조정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한편 파월 의장은 이달 중 첫 의회 증언에서 금리인상 속도를 비롯한 경제 전망을 내놓을 전망이다.


miyuki@seoulwi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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