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에너지 대란 가능성, 경유 수요 집중될 듯
경유가격 초강세·정제마진 반등, 정유업계 방긋
경기침체·코로나19 재확산 등 대표적 실적 변수

국제유가는 7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원유 공급 차질 불안감 때문이다. 또한 석유수출국과 러시아가 포함된 OPEC+가 정례 회의에서 3월 원유 증산량을 유지한다고 밝힌 것도 유가 상승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사진=픽사베이
러시아가 유럽으로 향하는 가스공급을 중단하면서 유럽 에너지 대란 위기가 고조됐다. 이에 국내 정유업계는 당초 하반기 실적 부진 우려를 다소 덜어낸 모습이다. 사진=픽사베이 

[서울와이어 정현호 기자] 상반기 역대급 이익을 거둔 국내 정유사들의 실적 상승세가 지속될지 의문이다. 유럽발 에너지 대란 우려로 국제유가가 다시 100달러 이상으로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경기침체에 따른 수요 위축으로 실적이 예상보다 부진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정유업계는 최근 국제적 돌발변수 등으로 실적 ‘상승랠리’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1일 CNN과 로이터 등 복수 외신에 따르면 최악의 가뭄을 겪는 유럽 전역에 전력난이 심화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러시아는 이 와중에 유럽으로 향하는 가스관인 노르트스트림1 수리에 들어가 오는 3일(현지시간)까지 공급을 잠정 중단한다.

러시아 국영 에너지 회사 가스프롬(Gazprom)은 유지보수를 이유로 한시적으로 운영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표면적인 이유는 보수지만,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서방 제재를 받는 러시아가 겨울철을 앞두고 가스를 무기화 삼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러시아가 가스 공급 중단을 재차 감행하면 유럽에는 큰 타격이다. 동절기를 앞두고 가스 의존도가 55%에 달하는 독일은 물론 프랑스 등 유럽연합(EU)국 에너지 위기가 가중되는 상황이다. 

전력이나 천연가스와 같은 에너지 요금 상승도 부담으로 유럽에서 경유와 등유의 수입을 늘리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정유사들은 이와 관련 실적 호조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에 부풀었다.

앞서 정유 4사는 상반기에만 총 12조3203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SK이노베이션 3조9783억원을 비롯한 ▲GS칼텍스 3조2133억원 ▲에쓰오일 3조539억원 ▲현대오일뱅크 2조748억원 순이다.

기업의 손익 지표인 정제마진도 반등에 성공한 모습이다.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의 경우 6월 넷째 주 29.5달러에서 7월 셋째 주 3.9달러로 손익분기점 아래로 떨어졌지만, 지난달 다시 12.6달러 상승하는 등 회복세를 보였다.

특히 국제 경유가격의 경우 지난달 25일 기준 152.56달러로 8월 초 배럴당 100.05달러 수준에서 크게 뛰었다. 업계는 본격적인 난방철이 시작되는 유럽에 수요가 몰려 경유가격의 강세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본다.

반면 전 세계적으로 짙어지는 경기침체 분위기는 실적에 변수로 꼽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석유 최대 수입국인 중국의 일부 지역봉쇄가 이어지는 등 제품 수요가 위축될 수 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석유수출기구(OPEC)와 미국 에너지정보국(EIA)는 8월 보고서를 내고 올해 석유수요 전망치를 전달 대비 하향했다. 석유수출국기구와 러시아·멕시코 등 비회원 주요 산유국이 참여한 OPEC+ 회의 결과에도 이목이 쏠린다.

당장 OPEC+가 오는 5일(현지시간) 회의를 앞두고 감산 논의를 하지 않겠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제유가는 하락했다. 하지만 러시아가 원유 생산을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실제 감산 여부는 미지수로 국제유가 상승 여지가 남았다.

업계 관계자는 “국제정세 흐름으로 현재와 같은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정제마진의 경우 고점을 찍고 대폭 내려갔다는 점에서 상반기 대비 실적 하락이 불가피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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