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아 기자
박정아 기자

[서울와이어 박정아 기자] 서울시가 심야 택시 대란 해소 방안으로 요금인상 카드를 꺼내 들었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심야시간대 택시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공급은 여전히 부족해서다.

서울시는 택시 기본요금을 3800원에서 4800원으로 올리고 심야할증 시간도 밤 12시부터인 현행 기준을 2시간 앞당겨 밤 10시부터 새벽 4시까지로 확대하는 방안을 내놨다. 할증률도 현행 20%에서 시간에 따라 20~40%까지 높일 방침이다.

기사수를 늘리기 위한 방법으로 요금인상을 추진하는 것은 예견된 일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기간 택시기사의 인력 유출이 심화된 주요인으로 소득 문제에 대한 목소리가 컸던 탓이다. 게다가 서울시의 경우 4년째 택시요금이 동결된 상태였으니 이만하면 오를 때도 됐다. 

업계에 따르면 법인택시 기사의 월수입 평균은 250만원 안팎인 반면 택배 등 배달기사 월급은 350만~400만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관건은 이번 요금인상으로 이 수입 격차를 얼마나 좁힐 수 있느냐다.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기본요금 1000원 인상으로는 많게는 400만~500만원을 버는 배달업종에서 이직을 유도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음식 배달요금을 생각하면 택시의 기본요금이 더 올라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물론 택시를 이용하는 시민 입장에서는 요금을 어느 정도 끌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이해는 해도 한 번에 1000원이나 오르는 것에 부담이 크다. 가뜩이나 고물가 상황으로 팍팍해진 살림에 또 하나의 요금인상 소식은 거부감부터 일으키는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이용자 입장에서 진짜 중요한 문제는 가격이 아닐 수도 있다. 몇 년 전 승차공유 서비스가 막 확대되기 시작했을 때 일부 이용자는 비용을 조금 더 내더라도 택시보다 승차공유를 선택하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쾌적한 이용 환경에 승차거부 없는 시스템, 친절한 서비스 등 기존 택시의 단점을 보완한 새로운 선택지를 제시하며 단기간에 수많은 이용자의 지지를 얻는 서비스로 떠올랐다. 비록 얼마 못 가 업계의 반대와 규제의 벽을 넘지 못하고 시장에서 사라졌지만.

이 사례를 통해 보면 이용자들은 택시요금이 어느 정도 올라도 기꺼이 받아들일 마음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는 택시 서비스의 질이 이용자의 기대에 맞는 수준으로 올라섰다는 가정을 전제로 한다.

물가 상승 속 몇 년째 제자리걸음인 택시요금의 현실화, 마땅히 풀어야 할 문제다. 하지만 이와 함께 승차거부, 승객 골라 태우기 등 업계의 폐단도 함께 버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요금인상으로 공급은 늘어도 정작 이용자들이 택시에 등을 돌릴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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