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자산(블록체인 기반 가상자산·가상화폐·암호화폐) 이더리움 이미지. 사진=픽사베이
디지털자산(블록체인 기반 가상자산·가상화폐·암호화폐) 이더리움 이미지. 사진=픽사베이

디지털자산(블록체인 기반 가상자산·가상화폐·암호화폐) 이더리움의 ‘머지’(The Merge) 업그레이드를 놓고 장밋빛 전망이 쏟아진다. 디지털자산 시장에서 내일을 예단할 수는 없으나, 설익은 기대가 큰 실망으로 돌아올까 우려된다.

머지 업그레이드는 이더리움이 합의 알고리즘을 작업증명(PoW)에서 지분증명(PoS)으로 전환하는 행위다. 앞서 2020년 12월 이더리움 재단이 출시한 PoS 방식의 블록체인을 기존의 PoW 방식 이더리움 체인과 합친다. 이와 동시에 합의 알고리즘을 신규(PoS)로 전환한다.

일각에서는 머지 업그레이드 단행 후 코인시장의 대격변을 예상한다. 시가총액이 300조원에 육박하는 이더리움이 PoS로 전환하면 비트코인을 위협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현재 비트코인 시총은 600조원에 근접해 있다. 숫자만 놓고 보면 비트코인 가격이 정체되고, 이더리움은 머지 후 가격이 2배로 뛸 것이라 기대하는 셈이다.

냉정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이번 머지 업그레이드를 통해 변하는 것은 PoW였던 이더리움이 PoS가 된다는 것 밖에 없다. 작업을 통하지 않고 합의를 통하기 때문에 더 이상 기존 방식의 채굴은 불가능해진다. 부가적으로 그간 이더리움을 위해 쓰이던 막대한 채굴기는 무용지물이 된다. 이로 인해 이더리움 채굴을 위해 쓰이던 전력이 99%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친환경적’이라고 얘기하나, 결국 부가 효과일 뿐이다.

가격에 영향을 미칠 만한 요인을 굳이 찾아보면 ‘공급량 감소’다. PoS 전환시 신규 발행량은 90% 이상 급감할 것으로 추정된다. 수수료 소각분 등을 감안하면 사실상 순 공급량은 마이너스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단기 상승은 가능하겠으나, 꾸준히 오를 것이라고는 누구도 장담하기 어렵다. 되레 이벤트 소멸로 가격이 추락할 가능성 또한 열려 있다.

실상 최근 디지털자산 시장은 재단 등에서 발표하는 로드맵이나, 계획 진행 등의 이슈보다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상, 뉴욕증시와 미국 국채의 움직임 등에 더 영향을 받는다. 오랜 기간 무가치한 데이터, 코드에 불과하다는 비난, 폰지사기라는 혹평을 받아왔으니, 이젠 전통적인 금융시장에서 일종의 ‘위험자산’으로 취급받는 걸 기뻐해야할지는 모르겠다.

이더리움은 갈 길이 멀다. 비탈릭 부테린 이더리움 창시자는 얼마 전 한 행사에서 “머지가 완료되면 이더리움의 최종 완성에 55% 정도 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머지가 끝나더라도 ‘버지’(The Verge), ‘퍼지’(The Purge), ‘스프러지’(The Splurge) 등의 업데이트가 예정돼 있다.

이더리움이 머지와 그 다음 업데이트를 통해 더욱 나아진 ‘플랫폼’이 되기를, 단순한 ‘신규 투자처’가 아니라 세상을 바꾸길 바란다.

유호석 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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