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전국 집값 13년 7개월 만에 가장 큰 하락 기록
집값 내림세·연내 추가 금리인상 우려 등 분위기 지속
매수심리 위축 속 전세시장·저가 단지 노려 주택 구매
얼어붙은 경매시장… " 최근 추세 이어질 확률이 높다"

부동산시장이 침체기에 빠진 가운데 주택 구매를 원하는 수요자들의 고민이 많아지고 있다. 사진=이태구 기자
부동산시장이 침체기에 빠진 가운데 주택 구매를 원하는 수요자들의 고민이 많아지고 있다. 사진=이태구 기자

[서울와이어 고정빈 기자] 최근 전국적으로 집값 하락세가 짙어지면서 매수심리가 얼어붙었다.

하지만 아파트 가격이 하락한 시점을 노려 주택을 구매하는 수요자도 나온다. 이들은  어떤 방식을 선택해 합리적으로 주택을 구매할지 고민이 많다.

◆뚝뚝 떨어지는 집값… "거품 꺼진다"

20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번 주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12일 기준)은 0.16% 하락했다. 특히 서울은(-0.16%) 2012년 12월(-0.17%) 이후 9년9개월 만에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서울은 도봉구(-0.31%)와 노원구(-0.29%) 등을 중심으로 집값 내림세가 짙어졌고 25개구 아파트 매매가격이 일제히 하락했다.

지난달에는 전국 집값이 13년7개월 만에 가장 크게 떨어졌다. 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주택종합 (아파트·연립·단독주택 포함) 매매가격은 전월 대비 0.29% 하락했다. 2009년 1월(-0.55%) 이후 13년7개월 만에 가장 큰 하락폭이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추가 금리인상 우려 등으로 매수심리가 크게 위축된 가운데 추석 연휴로 매수 움직임이 줄었다”며 “급매물 위주의 간헐적 거래와 매물가격 하향조정이 지속됐고 하락폭이 더 커졌다”고 말했다.

매물적체 현상도 심화되는 모습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 건수는 395건(6일 기준)이다. 아직 등록 신고 기한이 남아 매매 건수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지만 올 2월 기록했던 역대 최저치와 비슷한 수준으로 예상된다. 서울 아파트 매매 건수는 올 6월 1079건에서 7월 639건으로 급격히 감소했다.

전월세시장도 마찬가지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월세 매물(25일 기준)은 총 5만5114건으로 전월 대비 8.0% 증가했다. 이는 임대차 2법 시행 직후인 2년 전(2만9295건)보다 88.1% 늘어난 수치다. 순수 전세물건은 2년 전 1만5828건에서 현재 2배가 넘는 3만449건으로 118% 많아졌다.

이처럼 부동산시장이 얼어붙은 가장 큰 이유는 한국은행의 잇따른 금리인상이 꼽힌다. 한은은 올 7월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을 밟았다. 지난달에는 누적된 가계부채의 부실화와 경기둔화 리스크를 고려해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를 더 높였다.

여건이 악화하자 신고가 대비 수억원씩 내린 급매물이 쏟아지고 반값에 나온 단지까지 등장하는 등 전국 곳곳에서 매매가격이 떨어졌다. 연내 추가 금리인상 우려도 크고 부동산시장 분위기가 반전될만한 요인도 없어 집값 하락세는 당분간 지속될 확률이 높아 보인다.

얼어붙은 주택 중개시장과 경매시장의 분위기를 살피고 신중하게 거래를 진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이태구 기자
얼어붙은 주택 중개시장과 경매시장의 분위기를 살피고 신중하게 거래를 진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이태구 기자

◆거래 신중해야… 위험한 중개·경매시장

부동산시장이 침체기에 빠지면서 매수심리도 꺾인 분위기다. 하지만 여전히 시세차익이나 내집 마련을 원하는 수요자는 많다. 다만 중개거래와 경매거래 모두 리스크가 큰 상황이기 때문에 주택을 구매할 때 신중하게 선택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번 주 서울 아파트 매매 수급지수는 80.2로 2019년 6월(78.7) 이후 3년3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매매수급지수는 올 5월2일 이후 19주 연속 하락세를 나타냈다. 연내 추가 금리인상 기조와 집값 추가 하락 우려 등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매매수급지수는 부동산원 회원 중개업소 설문과 인터넷 매물 건수 등을 분석해 수요와 공급 비중을 지수화한 것으로 100 미만은 주택을 구매하려는 사람보다 팔려고 하는 사람이 더 많다는 의미다.

부동산 중개를 활용한 매수의지도 위축됐지만 집값 하락 속 저가주택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으로 꼽힌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올 5월10일 정부의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조치 시행 이후 서울 아파트 매매 신고 건수는 총 3588건이다. 이 중 6억원 이하 거래(1045건)는 전체의 40.3%를 차지했다.

대출이자 부담이 적어 리스크가 낮고 초고가 주택에 비해 자금을 마련하기 쉬운 저가 주택의 인기가 높아진 것이다. 9억원 초과∼15억원 이하 비중은 같은 기간 24.1%에서 22.2%로 1.9%포인트 줄었고 서울에서 대출이 아예 금지되는 15억원 초과 아파트 거래 비중은 16.9%에서 18.2%로 높아졌다.

전세를 활용해 주택시장 상황을 지켜보는 것도 좋지만 전세값도 많이 올라 선택하기 쉽지 않다. 특히 높은 전세가격을 악용하는 나쁜 임대인이 많아지면서 ‘깡통전세’ 등 전세사기 피해 사례가 속출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경매시장의 분위기도 비슷하다. 법원경매 전문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아파트 경매 진행건수는 1469건으로 이 중 610건이 낙찰됐다. 낙찰률은 41.5%로 전월 대비 1.8%포인트 하락했다.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전월 90.6% 대비 4.7% 하락한 85.9%를 기록했다.

낙찰가율이 100%를 넘어서면 낙찰된 물건의 입찰 가격이 감정가보다 높다는 뜻이다. 평균 응찰자 수는 5.6명으로 올 4월 8명 이후 4개월 연속 감소세를 나타냈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최근 서울지역 경매시장은 한 두 차례 유찰된 이후를 기다렸다가 들어오는 분위기”라며 “일부 경쟁률이 높은 경매도 나왔지만 앞으로 금리인상과 대출규제가 완화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특별한 조치가 없으면 최근 추세가 이어질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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