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양국관계 '정상화'에 공감대
한·일관계 재정립·북핵 문제 의견 교환
두 정상 간 '의사소통' 지속해 나갈 듯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한 컨퍼런스빌딩에서 한·일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한 컨퍼런스빌딩에서 한·일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서울와이어 정현호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21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뉴욕에서 30분간 만나 대화를 나눴다. 양국 정상이 마주한 건 2019년 이후 처음이다. 

회담은 약식 성격이 강했지만, 일단 양국 정상이 다시 만났다는 것 자체로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일본의 강제징용 배상 문제로 경색된 한일 관계가 풀린 것이란 기대가 높아지면서다. 

22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한·일 정상은 맨해튼 유엔총회장 인근의 콘퍼런스빌딩에서 회담을 가졌다. 앞서 두 사람의 이번 회담이 성사될지는 불투명했었다. 과거사 문제 등 일본의 강제징용을 놓고 한일 관계가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실제 정부는 지난 15일 “유엔총회를 계기로 한·일 정상회담을 하기로 합의했다. 시간을 조율 중”이라고 발표했지만, 기시다 총리는 “그렇다면 반대로 만나지 않겠다”고 언급한 사실이 일본 언론매체를 통해 전해져 회담이 무산되는 듯 싶었다.

하지만 극적으로 회담은 성사됐고, 일본은 끝까지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다. 한·일 두 정상의 회동은 시작 전까지 철통 보안 속에서 진행됐다. 특히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회담을 ‘간담’으로 표현하는 등 뒤끝을 보였다.

이 매체는 “일본 정부는 두 정상의 대화를 회담이 아니라 간담이라고 설명했다”며 “징용 문제 해결을 전망할 수 없는 가운데 정상회담을 갖는 것은 시기상조로 판단해 공식적인 회담으로 규정하지 않은 것”이라고 보도했다.

일각에선 한·일 정상이 공식적으로 대면한 건 2019년 12월 중국 청두에서 열린 한·중·일 3국 정상회의 당시 문재인 전 대통령과 아베 신조일본 총리 간 양자회담 후 약 2년9개월 만에 이뤄진 만큼 한일 관계가 점차 풀릴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미 재계를 중심으로 민간차원에서의 한·일교류는 물꼬를 텄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올해 7월 한국을 찾은 일본의 기업인 단체 ‘게이단렌’(經團連)과 3년 만에 ‘제29회 한일재계회의’를 개최한 바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같은 달 히가시와라 토시아키 게이단렌 부회장 겸 히타치그룹 회장과 오찬을 함께하면서 반도체 분야 협력에 대해 의견을 공유하는 등 교류 활성화 방안을 논의했다.

정상 간 대화도 재개됨에 따라 정부 차원에서의 교류도 활발해질 것이란 기대가 높다. 일본도 우리나라의 관계 개선 자세를 높이 평가하면서 회담에 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정상 간 소통을 지속하기로 합의했다.

대통령실은 “정상들이 현안을 해결해 양국관계를 개선할 필요성에 공감했다. 두 정상이 외교 당국 간 대화를 가속할 것을 지시하는 등 계속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며 “북한의 핵 프로그램에 대한 심각한 우려도 공유하고 국제사회와 협력해 나가자는데도 뜻을 함께했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도 “한·일 정상은 강제징용 문제 등을 염두에 두고 현안을 해결해 나가는 동시에 한·일 관계를 건전하게 되돌려야 한다는 필요성에 공감을 이뤘다”며 “1965년 국교 정상화 이래 쌓아온 우호적 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발전시키기로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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