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연속 자이언트 스텝… 미 기준금리 3~3.25%로 상승
긴축 국면 지속 가능성 커져…추세 하락 막기 어려워
"증시 내년 1분기까지 하락 전망… 바닥 2050선 될 듯"

미국 연준이 3연속 ‘자이언트 스텝’에 나서며 한미 간 금리가 재역전됐다. 한 달 만에 금리 격차가 벌어지면서 한국경제에서 외국인 자본유출 등의 피해가 커질 것이란 우려도 커졌다. 사진=서울와이어 DB
미국 연준이 3연속 ‘자이언트 스텝’에 나서며 한미 간 금리가 재역전됐다. 한 달 만에 금리 격차가 벌어지면서 한국경제에서 외국인 자본유출 등의 피해가 커질 것이란 우려도 커졌다. 사진=서울와이어 DB

[서울와이어 김민수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3연속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에 나서며 한미 간 금리가 재역전됐다. 한 달 만에 금리 격차가 벌어지면서 한국경제에서 외국인 자본유출 등의 피해가 커질 것이란 우려도 커졌다. 

21일(현지시간) 연준은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치고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미국의 기준금리는 2.25~2.50%에서 3.00~3.25%로 올라 2008년 1월 이후 14년8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이번 금리 인상으로 한미 양국 간 금리 격차는 0.75%포인트로 벌어지게 됐다. 지난달 한국은행은 7월 FOMC에서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상하자 0.25%포인트 금리 인상으로 맞춰 간 바 있다.

연준발 금리 쇼크에 이날 오전 금융 시장은 출렁였다. 코스피는 전장대비 1% 이상 하락 출발하며 2320선으로 밀려났고, 코스닥 역시 1%대 내림세를 보였다. 원/달러 환율은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31일(고가 기준 1422.0원) 이후 13년6개월여 만에 처음 1400원을 돌파했다.

증시보다 변동성이 큰 디지털자산(블록체인 기반 가상자산·가상화폐·암호화폐) 시장은 충격이 더 크게 작용했다. 글로벌 코인 시황중계 사이트 코인마켓캡에서 이날 오전 10시42분 기준 비트코인은 24시간 전과 비교해 2.53% 하락한 1만8444.02달러에 거래 중이다. 시가총액 2위인 이더리움은 6.14% 내린 1249.88을 가리켰다.

연준의 금리 인상 발표 이후 금융 시장이 출렁였다. 이날 비트코인은 2.5%대 하락하며 1만8000달러 선까지 밀려났다. 시총 2위 이더리움 역시 6% 이상 하락해 1240달러선을 가리켰다. 사진=코인마켓캡
연준의 금리 인상 발표 이후 금융 시장이 출렁였다. 이날 비트코인은 2.5%대 하락하며 1만8000달러 선까지 밀려났다. 시총 2위 이더리움 역시 6% 이상 하락해 1240달러선을 가리켰다. 사진=코인마켓캡

문제는 금리 인상 폭보다 FOMC 이후에도 연준이 공격적인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 시사한 점이다. 앞서 4차례 실시한 금리 인상에도 인플레이션이 좀처럼 누그러들지 않자 연준의 매파적 성향이 고조된 것으로 풀이된다. 

연준은 올해 말까지 기준금리를 기존 3.4%에서 4.4%로, 내년 금리는 3.8%에서 4.6%로 높였다. 이에 앞으로 남은 두 번의 FOMC 정례회의에서 ‘빅스텝’(0.5%포인트 인상) 이상의 조치가 적용될 가능성이 커졌다. 2024년 금리 역시 3.9%로 기존의 3.4%에서 올라갔다. 

금리 전망을 보여주는 점도표에 따르면 연준 위원들은 2024년 이전까지 금리 인하를 예상하지 않았다. 특히 점도표상의 개별 FOMC 위원의 전망을 보면 19명의 위원 중 12명이 내년 기준금리를 4.5% 이상으로 전망했다. 이 가운데 6명은 4.75~5%로 예상해 공격적인 금리 인상이 내년에도 계속될 가능성을 시사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역시 FOMC 회의 뒤 기자회견에서 “(점도표상) 올해 말 중간값은 1.25%포인트의 추가 금리 인상을 시사한다”며 “물가상승률이 (연준 목표치인) 2%를 향해 내려가고 있다고 확신하기 전에는 금리 인하를 고려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증권전문가들은 미국 기준금리 인상, 파월 의장 발언, 한미의 금리 역전 등에 따라 금융 시장의 부진이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하락장세가 적어도 내년 1분기까지 이어지면서 코스피가 2100을 밑돌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사진=서울와이어 DB
증권전문가들은 미국 기준금리 인상, 파월 의장 발언, 한미의 금리 역전 등에 따라 금융 시장의 부진이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하락장세가 적어도 내년 1분기까지 이어지면서 코스피가 2100을 밑돌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사진=서울와이어 DB

증권전문가들은 미국 기준금리 인상, 파월 의장 발언, 한미의 금리 역전 등에 따라 금융 시장의 부진이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미디어콘텐츠본부장은 “연준이 경기침체 이슈와 주택 관련 인플레이션 장기화 우려를 표명하는 등 여전히 공격적인 금리 인상 기조를 재확인해 변동성 확대는 불가피하다”며 “달러 강세, 장기 국채 금리 하락 등이 외국인 수급에 악재로 작용해 국내증시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물가급등에 따른 하락장세가 적어도 내년 1분기까지 이어지면서 코스피가 2100을 밑돌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고강도 긴축과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 확대, 경기 모멘텀 약화라는 이중고에 상당 기간 시달릴 수밖에 없음이 다시 확인됐다”라며 “증시는 중장기적으로 내년 1분기까지 하락 추세를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하락 추세에서 전개될 코스피의 바닥으로 2050선을 제시했다.

금리와 환율은 더욱 상승할 것으로 관측됐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은 달러 흐름에 연동해 상승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돼 내년에는 1400원 후반까지 상단을 열어둘 필요가 있다”며 “미 10년물 금리는 내년 정책금리 인상 기조를 고려하면 연내 4%까지 상단을 열어두고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안영진 SK증권 연구원은 “당장은 관심이 금리에 집중되고 있지만, 시차를 두고 보유자산 매각 등의 유동성 이슈도 더해질 것”이라며 “연준은 이날도 주택유동화증권(MBS) 매각을 시기상조라 여기며 기존의 양적 긴축(QT) 계획을 조심스럽게 다뤘지만 언젠가는 해야 할 일이다. 타이트한 연준의 정책 행보는 이제 6부 능선쯤 온 것 같다”고 진단했다.

이날 연준은 금리 인상 발표와 함께 경제전망요약(SEP) 자료를 통해 올해 말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5.4%로 제시했다. 이는 6월(5.2%)보다 상향 조정된 것이다. 또 성장 전망은 하향하고 실업률 전망은 상향했다. 사진=연방준비제도이사회 페이스북
이날 연준은 금리 인상 발표와 함께 경제전망요약(SEP) 자료를 통해 올해 말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5.4%로 제시했다. 이는 6월(5.2%)보다 상향 조정된 것이다. 또 성장 전망은 하향하고 실업률 전망은 상향했다. 사진=연방준비제도이사회 페이스북

이날 연준은 금리 인상 발표와 함께 경제전망요약(SEP) 자료를 통해 올해 말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5.4%로 제시했다. 이는 6월(5.2%)보다 상향 조정된 것이다. SEP상 물가상승률은 내년 말 2.8%, 2024년 말 2.3%로 내려간 뒤 2025년 말에야 연준 목표인 2%로 수렴될 것으로 예상됐다.

또 성장 전망은 내리고 실업률 전망은 올렸다. 성장률 전망치는 올해 1.7%에서 0.2%로 1.5%포인트 대폭 낮아졌다. 내년은 1.7%에서 1.2%로, 내후년에는 1.9%에서 1.7%로 조정했다. 이에 따라 미국 내에서 경기침체와 경제 경착륙에 대한 우려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올해 말 기준 실업률 전망은 6월 3.7%에서 3.8%로 0.1%포인트 올랐다. 내년 말 실업률은 4.4%로 더 크게 오를 전망이다.

한편 연준의 이번 조치로 한미 간 기준금리가 역전되자 금융당국도 대응에 고심 중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그동안 0.25%포인트씩 금리를 점진적으로 올리는 포워드 가이던스(사전적 정책방향)의 수정을 예고했다.

이 총재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비상 거시경제금융회의’ 이후 “미국 연준의 최종 금리 수준에 대한 시장 기대가 바뀌었다”며 “이로 인해 물가 등에 어떤 영향을 줄지 검토해서 새로운 포워드 가이던스를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의 기준금리 보다 미국의 금리가 높으면 외국인 투자자금, 특히 달러가 국내 시장에서 빠져나가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이 총재도 “한미 금리 차 자체가 통화정책의 우선순위는 아니지만, 한미 금리 차가 지나치게 벌어지는 건 좋지 않다. 원화 절하(환율 상승)의 간접적인 효과가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예의 주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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