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전(前)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사진=서울와이어DB
김용범 전(前)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사진=서울와이어DB

[서울와이어 주해승 기자] 김용범 전(前)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외환) 위기 때 금을 모으던 국민이 외국인보다 더 맹렬한 기세로 달러를 사고 있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달러에 투자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환율이 더 오르고 있는 상황을 비판한 것이지만, 현재 국민들이 달러 사재기에 나섰다고 할만한 수준이 아닌 만큼, 이는 지나친 주장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 전 부위원장은 지난 23일 개인SNS에 "지금 국면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달러를 사는 사람이 우리나라 사람들"이라며 "1997년 외환 위기 때는 금을 모아서 나라를 구하자고 나섰던 국민들이 이번에는 한국물을 팔고 떠나는 외국인보다 더 맹렬한 기세로 달러 사기에 바쁘다"고 밝혔다.

강달러 추세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달러 수요가 늘어나며 환율 상승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이다. 

김 전 부위원장은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돌파한 상황에서 '달러 사재기' 등과 관련해 정부가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방치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외환 자유화 시대에 내국인이 해외 자산에 투자하는 것은 자연스럽고 비난할 일은 아니다"라면서도 "지금과 같이 심리가 중요한 시기에 내국인이 제일 발 빠르게 자국 통화 약세에 베팅하는 길이 너무나도 쉽고 무제한으로 열려 있다는 것은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의 사례를 들며 큰 폭의 금리 인상 없이도 고환율 상황에 대응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일본은 단 한 차례도 금리를 인상하지 않아 미국과 금리 역전 현상이 극심한데도 엔화는 원화보다 약간 더 절하되는 데 그치고 있다"며 "기축통화로서 엔화의 저력과 대외 순자산이 우리보다 월등히 많은 일본의 사정도 작용을 하겠지만 내국인의 달러사재기 규모에서 큰 차이가 있다"고 했다.

한편 한국은행은 국민들이 달러 사재기를 하고 있다는 김 전 부위원장의 주장을 반박했다. 한은이 발표한 거주자 외화 예금 동향에 따르면 개인의 달러화 예금 잔액 비율은 지난 1월(20%) 이후 올 들어 꾸준히 줄어드는 추세다. 개인의 달러화 예금 잔액은 지난 8월 기준 119억4000달러로 전달 대비 5억5000달러 줄었다.

한은 관계자는 "개인들이 달러 사재기에 나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면서 "올 들어 환율이 오를 때 개인들은 이익 실현을 위해 달러를 팔았다"고 설명했다.

김 전 차관은 1987년 행정고시 30회로 공직에 입문해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기재부 제1차관을 거친 대표적인 금융·경제 정책통이다. 세계은행에서 5년간 선임 재무 전문가로서 재직했으며, 코로나19 경제위기를 국내에서 가장 먼저 예측한 국제금융전문가이기도 하다. 현재 블록체인 투자업체 해시드의 컨설팅·리서치 자회사 HOR의 대표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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