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사진 연합뉴스 제공)
윤석열 대통령 (사진 연합뉴스 제공)

대통령실이 그토록 공을 들이던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 바닥 탈출 노력이 다시 수포로 돌아갔다. 외교 치적으로 국면 반전이 기대됐던 5박7일간의 해외순방이 미국 뉴욕에서의 "이 XX들" 비속어 논란으로 오물을 뒤집어 쓴 꼴이다.

여당인 국민의힘과 대통령실은 이를 처음 보도한 방송사인 MBC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정언야합'이라거나  '가짜뉴스'이자 '왜곡조작 정치공세'로 받아들이고 있다. 여당은 공영방송이 책임을 포기했다며 'MBC 편파조작방송 진상규명 TF'까지 구성했다.

발언의 경위를 보자. 윤 대통령은 지난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48초 동안 짧은 대화를  나눈 뒤 박진 외교부장관  등 일행에게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OOO이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말하는 장면이 방송사 카메라에 잡혔다.

여기서 'OOO'이 문제가 됐다.  이를 MBC는 '바이든'이라는 자막을 달아 보도했고, 대통령실은 ‘날리면’이라고 해명하면서 바이든이  아닌 한국 야당을 향한 것이라고 했다. 논란의 'OOO'이  바이든이 아니라 야당을 겨냥한 것이라고해도 문제는 심각하다. 국정 협조를 받아야할 제1야당 국회의원들을 대통령이 '이XX들, 저XX들'해도 되는 건가.

문제의 발언이 공식석상이 아닌 사적대화에서 나온데다 '바이든'인지 '날리면'인지 '히어링'과 해석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외교참사니 외교장관  해임이니 하는 민주당의 정치공세는 성급하고 과도해보인다. 

대통령실이나 여당의 주장처럼 MBC가 분명하지 않은 부분을 '바이든'이라고 특정해 보도한 것이라면 의도적인 것으로 의심받을 수 있다.  객관적이고 독립된  조사를 통해 팩트를 규명한 후 '오보'라면 언론의 보도윤리 차원에서 책임을 져야할 일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이 XX들이' '쪽 팔려서' 등의 비속어를 사용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참모들과의 사적대화였다고 하지만 언론에 포착된 이상 발언의 성격은 '공적'인 지위로 바뀐다.  나라를 대표하는 대통령의 말이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이 논란과 관련 "사실과 다른 보도로 동맹을 훼손하는 건 국민을 위험에 빠트리는 일"이라면서 "진상이  더 확실하게 밝혀져야 한다"고 했다. 파문에 대한 사과나 유감 표명은 건너뛴 채 언론의 보도에만 책임을 전가했다. 

이를 두고 홍준표 대구시장은 "잘못을 인정하고 수습해야한다"고 했고,  유승민 의원은 "벌거벗은 임금님은 조롱의 대상이  될 뿐"이라고 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윤 대통령의 언행이 거칠고 충동적이라는 데 있다. 지난 7월엔 권성동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에게 보낸 휴대폰 문자에서 이준석 당대표를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대표"로 표현한 것이 국회사진기자단에 촬영돼 엄청난 정치적 파문을  빚었다.

이는 윤 대통령이 국가지도자로서 또는 정치인으로서 갖춰야할 기본적인 자질과 품성에 이상이 있는게 아니냐는 합리적 의심을 갖게한다. 일각에서는 평생 '갑(甲)' 이었던 검사시절 체질화한 언행이 부지불식간에 터져나온 것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대통령도 희로애락이라는 감정을 지닌 인간이어서 욕을 하고 화를 내고, 실언을 할수 있다. 그러나 드러나지 않아야 한다. 당연히  사석에서도 언행은 신중해야 한다.  대통령의  모든 언행은 누구를 통해서든 늘 기록되고 있다고 봐야 한다. 머리에 떠오르는 말을 여과없이 입으로 뱉어내다가는 본인은 물론 국가에 엄청난 재앙을 부를 수 있다. 

윤 대통령으로서는 몹시  기분 나쁘겠지만 다른 건 몰라도 이미지와 메시지 관리법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배워야 한다.  정책에서 여러 문제와 논란을 남긴 문 전 대통령이 퇴임 마지막 순간까지 지지율 40%를 유지했던 비결이 뭔지 반면교사로 삼길  바란다.

윤 대통령도 이제 취임 4개월이 훌쩍 지났다.  하지만 국민은 여전히 대통령이 '불안불안'하다. 여론조사 지지율이 30% 안팎으로 바닥을 파는 것은 그런 불안감을 반영한다. 정제되고 안정된 언행으로 국민의 심기를 편안하게 해야할 대통령이 오히려 생뚱맞은 좌충우돌로 국민의 걱정거리여서야 되겠는가.

윤 대통령은 취임이후 '자유'를 입에 달고 있는데 자유는 말할 필요도 없이 소중한 것이지만 머릿속에 명멸하는 생각과 말을 대책없이 쏟아낼 자유는 대통령에게 없다.

김종현 본사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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