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코스피 10%대 하락… 해외증시 낙폭보다 높아
법인세 27조7000억원 더 걷혀… 국내기업실적 개선
"3분기 영업이익 2년여 만에 처음으로 역성장할 것"

국내증시가 글로벌 하락장 속에서 유독 부진하다. 국내 기업들의 실적은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지만, 증시에 미친 영향은 크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수출 중심의 경제 구조와 높은 신용공여 비율 등이 국내증시의 상대적 약세 원인이라고 지목했다. 사진=서울와이어 DB
국내증시가 글로벌 하락장 속에서 유독 부진하다. 국내 기업들의 실적은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지만, 증시에 미친 영향은 크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수출 중심의 경제 구조와 높은 신용공여 비율 등이 국내증시의 상대적 약세 원인이라고 지목했다. 사진=서울와이어 DB

[서울와이어 김민수 기자] 거듭된 금리 인상으로 경기침체 우려가 확대되며 글로벌 하락장이 지속하는 가운데 국내증시가 유독 부진하다. 국내 기업들의 실적은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지만, 증시에 미친 영향은 크지 않았다.

한국거래소에서 30일 오후 1시5분 기준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7.00포인트(0.32%) 내린 2163.93을 가리켰다. 전날 소폭 반등한 지 하루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지수는 전날 종가(2170.93) 기준 이달 1일(2415.61) 대비 244.68포인트(10.13%)가 빠졌다. 같은 기간 코스닥도 788.32에서 675.07로 113.25포인트(14.37%) 급락했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출렁이고 있지만, 그 가운데 코스피 낙폭은 더욱 두드러진다. 28일(현지시간) 종가 기준으로 월초 대비 뉴욕증시의 낙폭을 살펴보면 다우지수는 3만1656.42에서 2만9225.61로 7.68% 하락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3966.85에서 3640.47로 8.23%, 나스닥은 1만1785.13에서 1만737.51로 8.89% 떨어졌다. 모두 10% 미만 하락에 그쳤다.

아시아에서도 국내증시의 부진은 뚜렷하다. 전날 종가 기준 일본 닛케이지수의 9월 낙폭은 4.48%였고, 중국 심천(7.18%), 상해(4.13%)도 이 기간 10% 미만의 하락을 보였다. 항셍지수가 10.87% 내리며 코스피 낙폭을 소폭 웃돌았지만, 코스닥 대비로는 선방했다.

◆국내증시 과매도 단계… “이후 실적 성장 쉽지 않아”

증권업계에서는 최저 수준 수익률을 기록한 한국 증시가 과매도 국면에 진입했다고 진단했다. 이어 대외 악재가 강하게 시장을 짓누르고 있어 이후 기업실적 성장도 녹록치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사진=서울와이어 DB
증권업계에서는 최저 수준 수익률을 기록한 한국 증시가 과매도 국면에 진입했다고 진단했다. 이어 대외 악재가 강하게 시장을 짓누르고 있어 이후 기업실적 성장도 녹록치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사진=서울와이어 DB

증권업계에서는 한국 증시가 과매도 국면에 진입했다고 진단했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보수적으로 판단한 코스피의 기준점은 자기자본이익률(ROE) 7% 수준이고 코스피 기준 2050포인트”라며 “이는 지난해(약 180조원) 대비 50조원 가량의 이익 훼손이 발생하는 보수적 시나리오를 반영한 지수로, 국가별 부채 위기가 아니라면 현 수준에서 주식시장의 추가 급락은 과매도 영역”이라고 말했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기업실적은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날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22년 8월 국세수입현황’에 따르면 올해 1~8월 누계 국세수입은 289조3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1조원 증가했다. 

세수진도율은 72.9%로 최근 5년 평균(71.7%)보다 1.2%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 기준으로 걷어야 할 세금 396조6000억원의 72.9%가 올해 8월까지 납부됐다는 의미다.

세목별로 보면 전년도 기업실적이 좋아지면서 법인세수는 1년 전보다 27조7000억원(50.4%) 더 걷혔다. 지난해 코스피 12월 결산법인 영업이익은 106조8000억원으로 2020년(67조5000억원)보다 58.2% 늘었다.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 역시 전년(50조4000억원)보다 7.4% 증가한 54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증권업계에선 대외 악재가 강하게 시장을 짓누르는 데다 이후 실적 성장은 녹록치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어 실적 호재 영향이 작아졌다는 분석이다.

강민석 교보증권 연구원은 “3분기 국내 상장기업들의 매출액, 영업이익 컨센서스(예상치)는 각각 690조원, 61조2000억원 수준으로, 전년 대비 각각 14.8%, -2.1%를 기록할 것”이라며 “매출액은 전년 동기보다 상승해 성장세를 이어가겠지만, 3분기 영업이익은 각종 비용 상승으로 2020년 2분기 이후 처음 역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높은 신용융자 비중·수출 의존도가 낙폭 키워

전문가들은 국내증시 부진의 원인으로 높은 신용융자 비중과 수출 의존도가 높은 경제 구조, IT 분야 수요 둔화 우려 등을 국내증시의 상대적 약세를 부추긴 요인으로 꼽았다.사진=픽사베이
전문가들은 국내증시 부진의 원인으로 높은 신용융자 비중과 수출 의존도가 높은 경제 구조, IT 분야 수요 둔화 우려 등을 국내증시의 상대적 약세를 부추긴 요인으로 꼽았다.사진=픽사베이

국내증시 부진의 원인 중 하나로 높은 신용융자 비중이 거론된다. 한재혁 하나증권 연구원은 “현재 레버리지성 자금인 신용융자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며 “일반적으로 출회 대기 매물로 간주되는 신용융자는 증시의 변동성을 높이는 요인 중 하나이며 증시가 급락할 경우 추가적으로 반대매매를 발생시켜 하락 폭을 키우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7일 기준 반대매매금액은 382억7400만원으로 올해 들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6월15일 기록했던 종전 최고치(315억5500만원)를 70억원 가까이 상웃돈 수치다.

문제는 신용공여가 여전히 위험한 수준이라는 점이다. 시장 전체 신용공여 잔고 수치 자체는 월초 19조3878억원에서 지난 28일 17조9096억원으로 감소세다. 하지만 시가총액 대비 신용공여 잔고 비율은 0.86%에서 0.89%로 오히려 늘었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경제 구조와 IT 분야 수요 둔화 우려도 국내증시의 상대적 약세를 부추긴 요인으로 꼽혔다. 인구수를 바탕으로 내수시장이 받쳐주는 국가는 높은 내수 비중을 바탕으로 금리 인상발 경기침체에 어느 정도 대응할 수 있지만, 한국은 내수시장이 상대적으로 빈약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경기의 선행지수 중 하나인 한국 수출 동향은 9월 첫 20일 동안 수출이 전년 대비 8.7% 감소했다. 반도체 수출의 경우 연간 성장률이 지난달 하락한 후 소폭 회복했지만, 연초 증가세에는 크게 못 미쳤다. 

한 연구원은 “금리 상승으로 인한 기업 자금조달 부담과 레버리지를 이용한 성장의 중단, 증시 폭락과 함께 부담스러워진 신용융자, 글로벌 자국우선주의에 길을 잃은 무역까지 악조건들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며 “당분간 코스피는 상방보다는 하방 압력이 높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전체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경기 비관론은 이제 ‘확산’단계로 진입했다”며 “글로벌 경제지표 역시 시장 예상을 밑돌며 비관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향후 분위기 반전의 열쇠는 달러와 미 국채금리 상승의 진정세가 나타나야 할 것”이라며 “결국 낮아지는 물가상승압력을 확인해야 하는데 1차적으로 오는 30일 발표 예정인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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