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올 8월 휴게소 음식값 인하 요청… 한국도로공사 '거절'
원희룡, 고강도 감찰 지시… 위기 느낀 김진숙 사장 즉시 '사의'

휴게소 음식 가격 인하 거부 논란에 휩싸인 도로공사가 어떤 대책으로 위기를 극복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도로공사 제공
휴게소 음식 가격 인하 거부 논란에 휩싸인 도로공사가 어떤 대책으로 위기를 극복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도로공사 제공

[서울와이어 고정빈 기자] 최근 고물가시대가 도래한 가운데 고속도로 휴게소 음식 가격이 크게 올랐다.

이에 국토교통부가 한국도로공사에 휴게소 음식값 인하를 요구했으나 반대하면서 논란이 커졌고 결국 김진숙 사장이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에 도로공사가 어떤 대책을 내놓을지 관심이 쏠린다.

4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민홍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도로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 7월 기준 고속도로 휴게소 매출 상위 10개 음식 평균 판매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7.7% 상승했다. 이 중 5곳은 평균 판매가는 10% 이상 올랐다.

가격 상승률이 가장 높았던 휴게소 음식 품목은 떡꼬치였다. 지난해 7월 3548원에 불과했던 떡꼬치 가격은 4009원으로 전년 대비 13% 비싸졌다. 아메리카노는 3907원에서 4412원으로 12.9%, 호두과자는 4414원에서 4933원으로 11.8%, 라면은 4440원에서 4920원으로 10.8% 각각 상승했다.

이처럼 수요자 부담이 가중되자 올 8월 국토부는 맛 없고 비싸다는 지적을 받은 휴게소 음식값을 10% 줄이자고 도로공사에 제안했다. 도로공사와 휴게소 운영업체가 휴게소 음식 업체들로부터 받는 수수료율(41%)을 낮춰 음식값을 할인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도로공사 측은 영업이익이 나빠져 기획재정부의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며 거절했다. 특히 경영평가에서 나쁜 점수를 받으면 공사 임직원 성과급이 영향을 받는다는 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는 악영향이 없도록 기재부와 합의하겠다고 했으나 내부 회의에 참석한 도로공사 임원들은 끝까지 거부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고속도로 휴게소 음식값 인하는 물가 급등으로 인한 국민들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어드리자는 차원에서 나온 아이디어였는데 확정되지도 않은 내용이 언론에 보도됐다”며 “도로공사 측에서 언론에 흘리는 방식으로 저항하려는 강한 의심이 든다. 불미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원 장관은 도로공사 고위 임원들을 대상으로 고강도 감찰을 지시했다. 이에 부담을 느낀 김진숙 전 도로공사 사장은 지난달 23일 사의를 표명했다. 김 사장의 임기는 2023년 4월까지였다. 상황이 점차 악화되자 도로공사는 내부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음식 가격과 품질을 논의하는 등 분위기를 반전시킬 대책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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