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와이어 염보라 기자] "19년만의 총파업 공식 선언, 고객 불편 불가피" "금융 대란 일어날까"

8일 KB국민은행 총파업이 결정되자 인터넷은 시끄러웠다. 다수 뉴스 제목처럼 혼란이 예상됐고, KB국민은행과 금융당국은 1등 은행의 파업을 비상사태로 보고 상황을 예의주시 하기로 했다.

박홍배 국민은행 노조위원장 역시 총파업 선포식 이후 기자들과 만나 "고객들에게 큰 불편을 끼칠 것이 틀림 없다"며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다들 알다시피 금융대란은 없었다. 약간의 불편은 있었겠으나, 혼란이라고 부를 정도는 아니었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KB국민은행의 비대면(모바일·인터넷) 거래 건수는 전체의 86%를 차지한다. 기업간 거래도 B2B핀테크 플랫폼으로 많이 전환된 상태다. 

점포 거래가 거래 건수의 다수를 차지하던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파업=금융대란' 공식이 성립됐겠지만, 디지털 시대인 2019년에서 파업은 그 어떤 영향력도 발휘하지 못했다. 

오히려 디지털 시대에 좁아진 은행원들의 입지만 부각됐다.

은행이 파업 참가 조합원수를 5500여명으로 집계하자, 노조는 결집력을 보여주기 위해 '9000여명'이라고 강조했는데, 이는 오히려 화살로 돌아왔다. 조합원 1만5000명 중 절반 이상이 업무에서 빠져도 은행 업무가 무리없이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한 셈이 됐다.

익명을 요구한 KB국민은행 관계자는 "명분도 실리도 없었다. 결국 대중이 등을 돌리는 계기만 만든 것 같다"며 "누구를 위한 파업인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노조는 이달 말 2차 총파업을 예고했다. 파업 일수도 늘렸다. 

파업이 사측을 압박하기 위한 '무기'가 되기 위해서는 첫째 영향력을 갖춰야 하고, 둘째 명분을 대중에 인정받아야 한다.
 

KB국민은행 노조의 파업은 1차 시도로 영향력을 입증하지 못했고, 오히려 '고객을 볼모로 한 파업'이라는 비난을 이끌었다.

명분에 있어서도 현재로선 대중으로부터 인정받지 못한 모습이다. 당장의 생계가 달린 문제가 아닌 임금피크제 진입 시기 등 문제로 다투고 있다는 점에서 '배부른 파업'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파업하는 김에 그 길로 집이나 가라" "이번에 다 자르고 금리나 낮춰라" 같은 공격적인 댓글들과 "파업까지 감행하는 이유가 납득되지 않는다"는 다수 고객들의 말들이 이를 방증한다.

노조가 예고한 2차 파업까지는 20일정도 남았다. 최상의 답은 양보를 통한 노사간 합의다. 노조와 회사 그리고 고객 모두 '윈윈(win-win)'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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