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일진머티리얼즈 인수로 동박 점유율 4위로 점프
아시아, 유럽 등 신공장 증설 추진… 경쟁력 강화 속도
시장 1위 SKC "차별화된 기술로 동박업계 리딩하겠다"

말레이시아 사라왁주 쿠칭 일진머티리얼즈 동박공장에서 직원들이 완성된 동박의 품질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일진머티리얼즈 제공
말레이시아 사라왁주 쿠칭 일진머티리얼즈 동박공장에서 직원들이 완성된 동박의 품질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일진머티리얼즈 제공

[서울와이어 정현호 기자] 배터리 소재 가운데 최근 동박시장이 기업들의 새로운 격전지 중 하나로 떠올랐다. 동박은 두께 10㎛(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m) 이하의 얇은 구리 박으로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ESS), 배터리에 들어가는 핵심 소재다.  

지난해 배터리 소재시장에 첫발을 내디딘 롯데그룹은 일진머티리얼즈 인수하는 등 관련 사업 추진에 공격적으로 나섰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 핵심 계열사인 롯데케미칼은 최근 일진머티리얼즈를 품으면서 배터리 4대 소재(양극재, 음극재, 전해액, 분리막) 벨류체인을 완성했다.

일진머티리얼즈는 지난 11일 롯데케미칼과 53.3%의 지분을 2조7000억원에 넘기는 조건으로 본계약을 체결했다. 롯데케미칼은 국내외 기업결합신고를 마치고 내년 2월까지 인수절차를 마무리할 방침이다.

이에 글로벌 동박시장 점유율 기준 1위 업체인 SKC와 경쟁도 불가피해졌다. SKC 자회사인 SK넥실리스 동박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기준 22%로 중국의 왓슨(19%)과 대만 창춘(18%), 우리나라 일진머티리얼즈(13%)를 제쳤다.

당장 롯데는 스페인과 미국 등의 신공장 짓고 추격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일진머티리얼즈는 2027년까지 말레이시아, 스페인, 미국에 신공장을 짓고 생산능력을 23만톤 수준까지 끌어올릴 계획이었다.

롯데는 기존 계획을 활용해 시장점유율을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동박기업 인수로 핵심소재 퍼즐을 맞춘 만큼 대규모 투자가 따를 전망이다.

김교현 롯데그룹 화학군 총괄대표는 “일진머티리얼즈는 세계 최초로 초고강도 동박 개발에 성공하는 등 우수한 기술력을 보유했다”며 “롯데는 선택과 집중으로 배터리 소재사업의 역량을 높여갈 것”이라고 말했다. 

전북 정읍에 위치한 SK넥실리스 공장 전경. 사진=SKC 제공
전북 정읍에 위치한 SK넥실리스 공장 전경. 사진=SKC 제공

SKC는 롯데가 내민 도전장에 시장 지위를 뺏기지 않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박원철 SKC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 11일 전북 정읍 SK넥실리스 공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새로운 플레이어의 시장 진출을 환영한다”며 “장비나 의지만으로 따라잡기엔 기술적 차이가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자신감의 원천은 해외 주요시장의 생산거점 마련과 제품의 품질에서 나온다. SKC는 지난해 7월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와 올 6월 폴란드 스탈로바볼라에 5만톤 규모의 동박 제조공장 착공에 들어갔다.

미국, 캐나다 등 북미지역에 추가 증설도 고려 중인 가운데 국내 정읍공장은 아시아시장을 비롯한 해외진출에 있어 전초기지와 같은 역할을 하게 된다. SKC 정읍 5공장은 최신 장비 사양과 자동화 기술이 적용됐다.

회사는 해외공장에도 이를 적용할 방침이다. 이재홍 SK넥실리스 대표는 “미국 선벨트와 캐나다 러스트밸리 지역에 공장건설을 검토하고 있다”며 “2025년까지 증설 계획은 변함없다. 정읍 4·5·6 공장 증설과 가동을 바탕으로 해외공장 가동도 성공적으로 이뤄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업계에선 앞으로 고객사 확보 경쟁도 활발하게 이뤄질 것으로 내다본다. 박원철 SKC 사장은 이와 관련 “현재 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 등 3대 배터리 제조사들이 해외에서 전쟁을 벌이고 있다. 우리는 총알을 대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롯데케미칼이 시장에 진출하면서 선의의 경쟁이 벌어지는 등 더욱 활기를 띨 것으로 생각한다”며 “단순 점유율 1위가 아닌 기술력 면에서도 2위와 차별화된 우위를 선점한 1위 회사로 흔들림 없이 전체 동박업계를 견인하면서 성장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서울와이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