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임의사 전달, 후임자 선출 때까지 총리직 유지"
감세정책·법인세 인하 철폐 등 금융시장 혼란 초래
‘파이터’(fighter)에서 영국 역사상 최단기간 총리로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가 20일(현지시간) 런던 총리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임의사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가 20일(현지시간) 런던 총리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임의사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서울와이어 정현호 기자] 성급한 감세정책으로 궁지에 몰렸던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46)가 사퇴했다. 신임 총리로 내정된 지 44일 만이다. 그는 영국 역사상 최단기간 총리직을 수행한 인물로 남게 됐다.

트러스 총리는 20일(현지시간) 오후 1시30분 총리실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찰스 3세 국왕에게 사임한다고 밝혔다”며 “다음 주 후임자가 결정될 때까지 총리직에 머물겠다”고 발표했다.

앞서 그는 영국의 경제성장을 위한 450억파운드의 감세안과 소득세 기본세율을 20%에서 19%로, 소득세 최고세율을 45%에서 40%로 내리는 감세안과 법인세 인상계획(19%→25%) 철폐안을 동시에 내놨다. 

하지만 감세로 부족해진 세수를 메울 방안은 제시하지 않아 역풍을 맞았다. 영국 정부의 감세정책 발표에 금융시장은 패닉에 빠졌다. 미국 달러 대비 파운드화 가치는 지난달 26일 사상 최저(1달러당 1.07파운드)를 찍었고, 영국 국채 금리는 4.5%로 뛰었다.

영란은행(BOE)이 이틀 뒤인 지난달 28일 시장에 개입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결국 트러스 총리는 감세정책을 철회할 수밖에 없었다. 시장 혼란을 불러온 그는 전날까지도 “나는 싸우는 사람(fighter)이지 그만두는 사람(quitter)이 아니다”고 밝히며 사퇴보단 정면 돌파를 택했다.

여론은 트러스 총리를 신임하지 않았다. 실제 여론조사 기관 유거브가 지난 17일부터 18일 보수당원 53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절반이 넘는 55%가 트러스가 즉각 총리직을 내려놔야 한다고 답했다. 

핵심 정책 대다수를 철회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배당세와 소득세 인하는 부자에게만 유리한 정책이란 비난을 받았다. 트러스 총리는 감세정책을 주도한 자신의 정치적 동지인 쿼지 콰텡 재무장관도 경질하는 등 국면 전환을 시도했다.

그런데도 여론엔 큰 변화가 없었다. 결국 트러스 총리는 최단기간 사퇴라는 불명예 기록을 쓰게 됐다. 직전 기록은 19세기 취임 119일 만에 사망한 조지 캐닝 총리다. 자연스레 관심은 차기 보수당 대표와 총리에 쏠린다.

의원내각제인 영국은 하원 제1당 당 대표가 자동으로 총리직을 맡는다. 현재 제1당은 보수당으로 후임으로는 제러미 헌트 재무장관, 리시 수낵 전 재무장관, 벤 월리스 국방장관, 페니 모돈트 원내대표가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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