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X·현대차·포스코그룹 등 만나 의견 교환
‘속도감 있게 매각 추진’… 민영화 급물살

HMM의 최대 지분을 보유한 KDB산업은행이 잠재 인수 후보군과 접촉해 조기 매각에 공을 들이고 있다. 사진=HMM 제공
HMM의 최대 지분을 보유한 KDB산업은행이 잠재 인수 후보군과 접촉해 조기 매각에 공을 들이고 있다. 사진=HMM 제공

[서울와이어 정현호 기자] KDB산업은행이 HMM 지분 매각을 위해 뭍밑 작업을 펼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잠재 인수자들을 상대로 사전 수요 조사에 나서는 등 조기 매각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산은은 최근 HMM 잠재 인수 후보군 기업 관계자들을 만나 시장 상황을 논의했다. 잠재적 인수 후보 기업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시장에서는 ▲LX판토스 ▲현대글로비스 ▲포스코 ▲CJ그룹 ▲SM상선 등이 우선순위로 거론된다. 

산은 측은 이와 관련 “사전 수요조사 차원에서 여러 기업과 접촉한 것은 사실이지만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다”며 “국책은행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고자 정부 등과 협의해 구조조정을 속도감 있게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대 주주인 산은의 움직임으로 HMM 민영화 작업이 급물살을 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HMM의 지분은 산은(20.69%), 한국해양진흥공사(19.96%), 신용보증기금(5.02%) 등 공공기관이 보유 중이다.

앞서 산은은 한화그룹과 빅딜에 나섰고, 대우조선해양은 새 주인을 찾게 됐다. 매각이 가장 어려울 것으로 예상됐던 대우조선해양 문제를 해결한 만큼 다음 타자로 HMM을 우선 매각 대상에 올렸다는 관측이다.

업계에서도 최근 HMM이 실적 상승세를 탄 것을 이유로 들며 매각 적기로 보고 있다. 산은 입장에서도 해운업황 변동성으로 타이밍을 놓쳐 민영화에 실패하면 공적자금 회수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실제 강석훈 산은 회장은 “HMM이 정상 기업으로 거듭났기 때문에 서둘러 매각하는 게 은행의 원칙에선 맞다”고 말했다. 해운업 재건을 목표로 대규모 공적자금이 투입된 HMM은 2020년 흑자전환에 성공한 후 매 분기 견조한 실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HMM 매각에는 걸림돌도 있다. 산은과 해진공, 신용보증기금 등 공공기관이 보유한 46%에 달하는 HMM 지분을 비롯한 2조7000억원가량의 전환사채(CB)·신주인수권부사채(BW) 규모는 매각을 가로막는 요인이다. 

자금력을 갖춘 기업이 인수전에 뛰어드느냐에 따라 HMM 매각 향방이 달라질 전망이다. 특히 시장에서는 HMM의 매각 가격이 최대 10조원을 웃돌 것으로 본다. 이에 산은은 지분 매각의 경우 여러 기업에 나눠 파는 쪽과 한 기업에 몰아주는 방식을 두고 고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HMM 경영 여건이 상당 부분 개선됐지만, 글로벌 경기 흐름으로 해운업황 분위기가 어두워진 것이 산은의 매각을 재촉한 것 같다”며 “해상운임 부진과도 겹치며, 산은은 빠른 매각에 중점을 둘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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