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석유산업 파트너로 한국 기업 낙점
왕세자 방문 이후에도 협약사례 증가
지난달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방한하면서 국내 기업들과 40조원 이상의 투자 계약이 성사됐다. 사우디아라비아는 국내 기업들이 역량에 관심을 보였고, 전 산업분야의 협력을 기대한다. 네옴시티 프로젝트에 투입되는 국내 기업들의 계획을 알아보고 국내 기업들이 제2의 중동 특수를 누릴 수 있을지 확인해본다. [편집자주]
[서울와이어 한동현 기자] 석유 의존도를 줄이려는 사우디아라비아에게 국내 기업들은 좋은 사업파트너로 꼽힌다. 사우디는 벤처, 제약, 게임 등 신사업분야 확장을 위해 국내 강소기업들과 업무협약(MOU)을 연달아 맺고 있다.
신사업 노하우를 원하는 사우디와 투자자와 중동 진출 거점을 원하는 국내 기업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고 있다.
◆오일머니 최종 목적지는 콘텐츠
사우디는 탈(脫)석유산업을 목표로 새 먹거리를 찾는 중이다. 여러 분야 중 가장 관심을 보이는 곳은 콘텐츠 산업이다. 올해 초부터 국내 콘텐츠 관련 기업들을 대상으로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의 투자가 이어졌고 게임매니아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의 지휘 아래 관련 투자도 늘어날 전망이다.
PIF는 올해 초 투자 넥슨과 엔씨소프트 등에 투자를 진행한 바 있다. 최근 왕세자 방한 때는 강소기업으로 꼽힌 시프트업과 사우디아라비아 투자부가 업무협약(MOU)을 맺기도 했다.
게임 외 콘텐츠 산업도 사우디의 관심을 받고 있다. 지난달 23일 PIF와 싱가포르 국부펀드 싱가포르투자청(GIC)이 함께 7000억~8000억원을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 투자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월 CJ ENM과 사우디 문화부가 문화 교류를 확대하기 위한 MOU를 맺었고 SM엔터테인먼트도 사우디의 투자를 받아 사우디의 비전 ‘2030’에 힘을 보태기로 했다.
특히 SM은 엔터 기업 중 최초로 중동 진출 발판을 마련하는데 성공했다. 회사는 사우디 투자부와 현지시장 진출 및 공동사업 추진을 위한 3자 MOU를 지난 8월 맺었다. 사우디 팝 아티스트 발굴·육성하는 프로듀싱, 메타버스 플랫폼 구축, 연중무휴 음악 축제를 개최할 수 있는 장소(venue) 설립, 콘텐츠 제작, 지식재산권(IP) 활용한 상품 제작·판매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이수만 SM 총괄프로듀서는 지난 1일 '더 CNBC 컨버세이션' 인터뷰에서 ‘NCT 사우디’를 구상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 프로듀서가 구축 중인 SM 컬처 유니버스(SMCU) 프로젝트가 안정화 되면 사우디와의 협력에도 속도가 더 붙을 것으로 보인다.
◆중동의 바이오 거점 구축
바이오산업도 사우디와 국내 기업간 신사업 협력의 다른 축으로 꼽힌다. 바이오산업도 역시 비전 2030에 기반하며 ▲보건의료분야의 현대화 ▲의료시스템 민영화 ▲외국인 투자활성화 등을 위한 제품 수주 성과 등이 나오고 있다.
왕세자 방문 당시 MOU 성과를 낸 기업들은 비피도, 엔젠바이오, 유바이오로직스 등으로 각사 제품을 사우디에 공급하는 MOU를 맺었다.
비피도는 2017년부터 맺어온 사우디 기업 잠준파마와의 관계를 본격화하는데 성공했다. 양사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럽 최대 건강기능식품 박람회인 '비타푸드'에서 관계를 맺었다. 이후 왕세자 방문으로 공식적인 협업을 진행하게 됐다. 양사는 제조자설계생산(ODM) 계약 규모를 두고 구체적인 논의를 진행 중이다.
엔젠바이오는 사우디아라비아 의료조달청(NUPCO)에 혈액암 정밀진단 제품을 공급하는 계약을 따냈다. 현재 현지 병원에서 제품 평가가 진행 중이며 빠르면 내년 초부터 우디 현지병원에서 제품을 사용할 전망이다. 엔젠바이오는 제품 공급이 향후 사우디의 헬스케어 프로젝트에 참여할 기반을 다질 것으로 기대한다.
중동 콜레라 확산과 왕세자 방문이 맞물려 협약 성과를 낸 기업도 있다. 유바이오로직스는 사우디 의약품기업 ‘아라바이오’에 경구용 콜레라 백신 '유비콜-플러스'를 공급하는 MOU를 맺었다. 지난해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 '유코백-19'와 수막구균 백신 후보물질 'Eu-MCV'의 판권 계약을 맺었던 양사는 왕세자 방문을 계기로 협약 범위를 늘렸다.
유바이오로직스는 샨타바이오테크닉이 내년부터 연간 400만 도스를 생산하던 콜레라 백신 사업을 종료하면 공공 시장에 콜레라 백신을 공급하는 유일한 제조사가 된다. 여기에 지구 온난화에 따른 콜레라 확산이 겹쳐 수요까지 늘어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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