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룹'서 20년간 정체 감춰온 권의관=이익현 역 맡아
극중 김해숙에게 복수 꿈꿨지만 완벽한 실패로 돌아가
올해로 결혼 6년차, 아내 고효진은 최고의 팬이자 파트너

[인터뷰 ①에서 이어집니다]

[서울와이어 글렌다박 기자] 지난 4일 종영한 tvN 토일드라마 ‘슈룹’. 탐욕으로 시작된 비극은 결국 누군가의 복수심을 깨우고 희생을 불러낸다는 사실은 극중 태인세자의 아우 이익현(김재범 분)의 이야기를 통해 전달했다. 이익현은 세자(배인혁 분)의 죽음에 대해 사죄하면서도 원죄는 작금의 왕조에 있다는 것을 강조하며 자신의 복수를 정당화한다.

드라마 '슈룹' 스틸. 사진=tvN 제공
드라마 '슈룹' 스틸. 사진=tvN 제공

무엇보다 황귀인(옥자연 분)과 남몰래 연모하는 사이라고 보였던 것과 달리 꼼짝없이 역모의 주동자로 몰려 죽을 위기에 처하자 이익현은 황귀인에게 ‘핏줄을 탁란할 사람이 필요했던 것뿐’이라며 말한다. 궁의 암투와 계략의 중심에 있었던 대비(김해숙 분)보다 더 큰 벌을 받았던 사람이 황귀인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모두에게 큰 충격을 준 장면이었다.

‘날 여인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느냐’는 황귀인의 질문에 바로 대답하지 못하는 이익현. 그의 모습에 시청자의 의견은 두 갈래로 나뉘었다. 하나는 황귀인이 역적으로 몰리지 않도록 지킨 것. 다른 하나는 지난 20년간 복수를 위해 황귀인을 이용하고 의성군(강찬희 분)을 낳은 것이다. 김재범은 ‘두 가지 마음이 모두 섞여 있다’며 극중 이익현의 마음을 대변했다.

“‘황귀인은 왜 한낱 의관과 사랑에 빠지고 의성군까지 낳게 되는 걸까요?’라고 감독님께도 여쭤봤었어요. 사실 황귀인 주변에 사람이 없잖아요. 왕에게 사랑받지 못한 외로운 여인이고요. 그런데 권의관이 인간적으로 다가가 외로운 부분을 따뜻하게 채워줘서 마음을 열었을 것 같아요. 권의관도 연기로 시작을 했겠지만 황귀인에 대한 마음이 커지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고요.”

드라마 '슈룹' 스틸. 사진=tvN 제공
드라마 '슈룹' 스틸. 사진=tvN 제공

“황귀인에게 도망가자 하는 것도 말이 안 되고 어떤 대답을 해도 상처일 테고요. 황귀인에겐 복수해야 할 게 없는데 미안해요. 복수해야 할 대상은 대비잖아요. 그런데 얼굴도 못 보고 끝났어요. 남상궁이 앉아있더라고요. (웃음) 황원형(김의성 분)을 죽일 때도 망설임이 있었어요. 황귀인의 아버지이기 때문이죠. 완전히 실패한 복수라 생각해요.”

자식의 죽음에 대해 파헤치다 왕실의 끔찍한 비밀과 마주한 중전 화령(김혜수 분)은 왕 이호(최원영 분)를 설득한다. 늦게나마 비극의 굴레가 계속되지 않도록 잘못을 반성하는 왕 이호. 왜곡된 역사를 바로 잡음으로서 치부를 드러낸 그의 용단이 의미 있게 다가온 이유는 그의 아픔과 번뇌가 보는 이들에게도 느껴졌기 때문일 것이다. 작품은 진짜 용기란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 한다.

15회에서 중전 화령 앞에 정체를 드러내는 이익현과 강한 몰입을 일으킨 둘의 대치. 그리고 대비의 사주를 받고 나타난 의성군에 의해 죽임을 당하는 이익현과 숨이 멎어 가는 친부 앞에 넋을 놓는 의성군. 김재범은 이 두 장면을 '슈룹'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꼽았다.

“TV에서 볼 때는 남자다운 이미지도 있고 그랬는데 (강)찬희 씨를 실제로 보니 너무 예쁜 친구더라고요. 성격도 그렇고. 아들 역할이라 그런지 몰라도 보기만 해도 흐뭇하고 그랬어요. 같이 촬영한 장면은 전혀 그런 장면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내 아들이 내 옆에 있다'는 흐뭇함이 있었습니다. 찬희 씨 나이가 스물둘이라니 제게 이렇게 큰아들이 있었네요. (웃음)”

사진=김재범 SNS 갈무리
사진=김재범 SNS 갈무리

‘슈룹’은 어머니의 역할과 아내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이 둘이 얼마나 많은 것을 바꿀 수 있는지 보여준다. 2017년 동료 뮤지컬 배우 고효진과 결혼한 김재범. 고효진은 결혼 후 안정된 직장을 찾아 무대를 떠났다. 김재범에겐 배우 출신으로서 배우를 내조하는 최고의 동료, 최고의 팬, 최고의 내조자, 최고의 조력자가 됐다.

“서로가 활동이 많거나 적다고 하여 조급해하거나 상실감을 느낄 이유가 전혀 없다 보니 너무 행복하게 응원하고, 잘한다고 칭찬해주고, 격려해줘요. ‘이건 어때’라며 연기를 앞에서 해봤을 때 고심해서 답을 해주고요. ‘어찌 이리 내조를 잘할 수 있는가’ 이보다 완벽한 아내가 있을까 싶어요.”

[인터뷰 ③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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