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은 총재 “증시 하락 경제·통화정책 영향 없어”


▲ 미 상원의 장기예산안 인상 합의에 달러가 강세로 돌아섰지만 미 장기금리 급등으로 안전자산인 엔화에 매수가 몰리며 엔화 강세장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와이어 이동화 기자] 미 상원의 장기예산안 인상 합의에도 불구하고 연방정부의 재정 고갈 우려가 제기되면서 안전자산인 엔화 시세에 빨간불이 켜졌다. 미국이 금리인상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소식도 엔화 강세를 부추기고 있다.


연방정부 가동이 일시 중단되는 ‘셧다운’ 우려와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 우려에 하락하던 달러가치는 일단 상승으로 돌아섰다. 이날 주요 6개국 통화에 대한 달러가치를 보여주는 미국 달러 인덱스는 전 거래일 대비 0.74% 오른 90.11을 기록했다.


하지만 통화옵션 시장에서는 향후 엔화 강세에 대비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장기금리 상승으로 뉴욕증시가 연일 하락하고 있어 투자자들 사이에서 “주가가 안정을 되찾아도 달러가치가 급등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위기가 일고 있기 때문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미 연방정부의 재정불안 우려에 투자자들이 미국 자산 매입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할 것”이라며 “외환시장에서 엔화 강세에 대한 경계심을 풀지 않는 이상 엔화가 약세로 돌아서기 어렵다”고 전했다. 투자자들이 엔화를 매도하지 않으면 통화 약세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이날 미 상원이 장기예산안 처리에 합의하면서 미국 장기금리의 기준인 10년물 국채수익률 상승세가 한풀 꺾일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지난 6일 2.8%대를 찍은 10년물 국채수익률은 이날 전 거래일 대비 0.04% 오른(가격은 하락) 2.84%에 거래를 마쳤다. 미 국채 발행 증가 우려가 커지며 환매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장기금리 상승에 뉴욕증시는 또 하락세를 기록했다. 이날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9.42포인트(0.08%) 하락한 2만4893.35에 거래를 마쳤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63.9(0.9%) 하락한 7051.98에,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도 13.48포인트(0.5%) 떨어진 2681.66에 장을 마감했다.


일본 오카산증권은 미국 비영리단체 ‘책임있는 연방예산위원회’(CRFB)를 인용해 “미국의 재정적자가 2019년 1조 달러를 넘어설 것”이라며 “재정 악화 우려로 리스크 프리미엄이 상승할 경우 장기금리가 3%를 웃돌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시장이 주목하는 것은 장기금리 상승에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상 속도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니혼게이자이는 “연준이 자산규모 축소와 기준금리 인상을 서두르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며 3월 금리인상 확률이 70%대로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이날 연설한 윌리엄 더들리 뉴욕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증시 하락이 경제나 통화정책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평가했지만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는 80%대였던 3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71.9% 반영했다.


일본에서는 금리인상 속도에 대한 시장 전망이 더 낮아질 경우 미·일간 금리차 확대를 노린 엔화 매도·달러 매수 가능성은 더 떨어진다며 우려하고 있다.


이날 도쿄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109.33엔에 거래를 시작한 엔화환율은 오후 1시 현재 전 거래일 대비 0.03엔(0.03%) 오른 109.36엔으로 보합세를 보이고 있지만 심리적 지지선으로 여겨지는 110엔대 달성은 어려울 전망이다.


엔화환율은 이날 오전 장 시작과 동시에 달러당 109.16엔을 찍으며 108엔대 엔화 강세 장이 우려되기도 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엔화환율이 소폭 상승한 것은 닛케이지수 상승으로 엔화 매도세가 나왔기 때문”이라며 ‘주가 상승·엔화 약세’ 연동성이 다시 살아날 가능성을 제기했다.


하지만 미쓰비시도쿄UFJ은행은 지난 주말 미국 증시에서 위험자산인 주식과 안전자산인 채권이 동시에 하락했다는 점을 거론하며 당분간 엔화 약세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JP모건 역시 엔화 강세장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이 세출 상한을 총 3000억 달러 인상할 경우 엔화·달러 양쪽에 상승 압력이 가해지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세출 증가로 미 경제가 자극을 받으면 시장은 리스크 선호로 돌아서게 된다. 다시 말해 뉴욕증시와 미 장기금리 상승(채권가격 하락)이 동시에 발생하고 외환시장에서는 리스크가 높은 달러를 사들이고 엔화를 파는 움직임이 일어난다는 것.


하지만 JP모건은 “2.8%를 넘어선 미 장기금리가 더욱 상승할 경우 주식시장이 더 움츠려들 가능성이 높다”며 “이 경우 안전자산인 엔화 매수세가 강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miyuki@seoulwi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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