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서울와이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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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질이 좋아졌고, 커버리지도 넓어졌다는데 뭐가 나아졌는지 모르겠다. 국내 5G 서비스 이야기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일부 구간에서 5G가 LTE로 바뀌고, 그로 인해 불편해지는 걸 이제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걸까.

커버리지가 아닌 곳을 지나면 LTE로 전환되는데, 이때 5G 주파수를 찾느라 안테나가 작동하면서 배터리 소모가 심해진다. 커버리지 안에 있어도 수신 상태가 불량한 곳이면 LTE보다 느린 ‘놀라운 5G의 속도’를 경험할 수 있다.

이통3사의 인프라 투자가 문제다. 2018년 정부는 5G 주파수를 이통3사에 할당할 때 28㎓ 전파를 위한 기지국 설치 실적을 조건으로 걸었다. 그런데 이통3사는 “28㎓는 전파 손실이 크고 서비스 커버리지가 좁아 전국망 구축이 어렵다”며 기지국 설치에 소극적이었다.

지난해 말까지 이통3사가 구축한 기지국은 당초 목표치인 4만5000국에 한참 못 미치는 5059국이다. 급기야 정부는 KT와 LG유플러스에 할당한 28㎓ 주파수를 박탈했다. SK텔레콤도 오는 5월31일까지 기지국 1만5000국을 구축하지 못하면 할당이 취소된다.

업계에선 이미 예견된 일이라는데, 정부는 기지국 구축이 쉽지 않다는 걸 정말 몰랐던 건가. 정부는 28㎓ 전파의 새로운 사업자를 찾겠다고 했지만 과연 누가 수천억원에 달하는 인프라 투자사업에 자신 있게 뛰어들지 의문이다.

“LTE보다 20배 빠른 5G”라고 홍보하며 가입자를 끌어 모아 잇속을 챙긴 이통사들은 어떤가. 5G 서비스가 길을 잃은 와중에 이통사들은 ‘5G 가입자 수 증가’ 혜택을 받아 실적 호황을 누렸다. 지난해 11월 말 기준 5G 가입자는 2755만명을 넘어섰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SKT의 영업이익은 1조6667억원으로 전년 대비 20.1% 늘어날 전망이다. KT는 1조7689억원으로 1년 전보다 5.8% 증가할 것으로 추산된다. LG유플러스는 4.3% 불어난 1조212억원으로 사상 첫 영업이익 1조원 달성이 어렵지 않아 보인다.

결국 ‘무늬만 5G 서비스’로 치달은 피해는 정부도, 이통사들도 아닌 이용자들 몫이 됐다. 이용자들은 여전히 전보다 비싼 값을 지불하며 기약 없는 LTE보다 20배 빠른 5G 서비스를 기다린다. 세상에 이런 호갱이 또 있을까.

수년을 기다린 이용자들의 인내심이 서서히 바닥을 드러낸다. 부디 정부는 현실성 있는 기지국 설치 조건을 내놓고, 이통사들도 적극적으로 나서 5G 서비스가 ’대국민 사기극’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박성필 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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