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동안 2조5000억원 투자해 글로벌 톱10 목표
CDMO사업은 표준화 된 상황… 새로운 전략 부재
"인력유인 활동 중단하라" 내용증명 세 차례 받아
업계 "시장에 미치는 영향↑, 향후 행보 이슈될 것"

미국 뉴욕주 시러큐스 공장 전경. 사진=롯데바이오로직스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기점으로 조 단위 매출을 올리는 국내 바이오업체들이 등장했다. 위탁개발생산, 각종 질환을 진단하는 진단장비와 카트리지, 바이오의약품 등 분야도 다양하다. 몸집이 커진 이들 업체는 전 세계를 누비며 글로벌기업으로 도약을 외친다. 이들의 성공을 목격한 기업들은 미래 먹거리로 바이오를 낙점하고 잇따라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에 바이오산업 진출을 선언한 각 기업의 전략과 이슈를 살펴봤다. [편집자주]

[서울와이어 이재형 기자] 유통왕국 롯데가 지난해 6월 롯데바이오로직스를 설립하며 바이오사업 진출을 본격화했다. 2030년까지 10년간 약 2조5000억원을 투자해 글로벌 톱10 바이오기업이 되겠다는 목표다. 최근 글로벌 제약사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큅(BMS) 시러큐스 공장을 인수해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에 착수했다.

업계는 기존 업체와 다른 차별화된 사업전략을 내놓는 건 어렵다고 본다. 최근에는 경쟁사로부터 인력유인을 중단해달라는 내용증명을 받는 등 사업 초기부터 잡음이 나온다.
 
◆시러큐스 공장 인수로 CDMO 사업 착수… 설립 6개월 만

롯데바이오는 CDMO 사업에 속도를 내기 위해 인수와 신규건설을 동시에 진행하는 투 트랙 전략을 선택했다. 신규 공장을 건설해 CDMO 사업에 진출하면 상업 생산까지 최소 5년 이상이 걸리는 점을 감안해 기존 업체를 인수해 사업을 본격화하면서 신규공장 건설로 몸집을 키우겠다는 포부다.  

지난달 1일 롯데바이오는 총 1억6000만달러(약 2080억원)를 들여 글로벌 제약사 BMS의 미국 시러큐스 공장을 인수했다. 회사 설립 6개월 만이다. 1943년에 설립된 시러큐스 공장은 현재  3만5000ℓ의 항체 의약품 원액(DS)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다. 생산시설뿐만 아니라 기존 BMS 임직원 대부분을 승계해 전문인재도 확보했다. 

롯데바이오 관계자는 시러큐스 공장 인수와 관련해 “롯데그룹의 신성장 엔진을 본격 가동하기 시작했다”며 “기존 물량을 생산하면서 새로운 고객사 유치를 위해 영업활동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바이오는 시러큐스 공장을 북미 핵심기지로 육성하기 위해 ▲항체 의약품(ADC)과 화학 합성 의약품을 결합해 암세포를 제거하는 차세대 항암 플랫폼)위탁 생산 서비스 제공 ▲임상 물질 생산 배양 시설 및 완제 의약품(DP) 시설 추가를 검토하고 있다. 

시러큐스 이외 북미 거점 확대도 검토 중이다. 미국 보스턴, 샌프란시스코 등 핵심 바이오 클러스터에 위탁개발 시설을 구축해 수주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국내 메가플랜트 건설 계획도 나왔다. 롯데바이오는 2030년까지 총 30억달러(약 3조원)를 투자해 36만ℓ의 항체 의약품 생산 규모를 갖춘 공장을 건설한다. 1개의 공장 당 12만ℓ 규모의 항체 의약품 생산이 가능하며, 임상 물질 생산을 위한 소규모 배양기와 완제 의약품 시설도 추가한다. 신약 개발을 진행 중인 스타트업과 바이오 벤처들이 시설을 이용하며 협력할 수 있는 공간도 구축할 방침이다.

롯데바이오 관계자는 “신약 개발부터 상업 생산에 이르는 제약 산업 밸류 체인 전반에 롯데바이오로직스가 기여한다는 계획으로 메가플랜트 건설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차별화된 사업전략 안보여… 인력 빼가기 진통도

현재까지 롯데바이오가 보여준 행보에 대해 속도는 빠르지만 주목할 만한 새로운 내용은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CDMO 사업전략은 이미 시장에서 자리를 잡은 기존 업체와 큰 차이가 없고, 바이오의약품이나 신약개발 등 국내 바이오벤처가 보여준 새로운 영역으로 도전도 보이지 않아서다.

롯데바이오 관계자는 “현재 바이오시밀러에 진출하겠다는 목표는 없다”며 새로운 분야 개척에 대해선 “그런 논의는 시기상조”라고 답했다. 업계 관계자는 “CDMO사업은 기존 업체가 표준이 돼서 롯데가 기존 업체와 다른 차별화된 사업전략을 내놓는 건 어려울 걸로 본다”고 말했다. 

국내서는 신규 공장 건설 첫 삽도 뜨지 않았는데 인력유출과 영업비밀침해금지 관련 문제가 불거졌다. 경쟁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9일 롯데바이오에 인력유인활동을 멈춰달라는 내용증명을 보냈다. 지난해 두 차례 같은 취지의 내용증명 발송을 포함해 세 번째다. 

삼성바이오 관계자는 “롯데바이오로직스로 이직한 직원들을 상대로 한 형사고소 사건이 진행 중인데도 롯데바이오의 인력유인이 이어지고 있다고 파악돼 내용증명을 또 보내게 됐다”고 말했다.

삼성바이오에 따르면 롯데바이오로 이직한 직원들이 이직 전에 다량의 문서를 출력한 이력을 발견했고, 이에 대해 인천지방법원에 영업비밀침해금지 가처분신청을 냈다.

지난해 7월 법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제기한 문제가 합당하다고 보여진다. 그들이 출력해간 문서의 종류들이 영업기밀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해당 내용은 업무에 활용해 선 안된다”라는 취지로 일부인용을 결정했다.

삼성바이오가 이들 직원에 대해 형사고소도 진행하면서 지난해 10월 검찰은 롯데바이오 본사를 압수수색해 이직한 직원 3명의 PC 등을 확보한 걸로 전해졌다. 롯데바이오 관계자는 인력유인과 관련해 “원리 원칙대로 공정하게 공개채용 통해서 직원을 뽑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바이오에서 롯데바이오로 넘어 간 3명에 대해 검찰이 아직 기소여부도 결정하지 않은 상황으로, 인력유인 관련 문제는 상당기간 지속될 걸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막강한 자금력과 시장 영향력을 가진 롯데가 바이오분야에 뛰어들면서 경쟁업체들이 긴장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 만큼 롯데바이오의 행보가 앞으로도 업계에서 큰 이슈가 될 걸고 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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