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와이어 염보라 기자] 지난해 은행권 정기예금 규모가 8년만에 최대폭으로 증가했다. 10억원이 넘는 거액 정기예금 계좌도 크게 늘었다. 국내외 증시 불안이 이어지면서 위험자산에서 안전자산으로의 자금 이동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13일 연합뉴스가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을 분석한 내용에 따르면, 지난해 말 은행 정기예금 잔액은 668조4000억원으로 파악됐다. 1년 전인 2017년 말 잔액은 595조7000억원으로, 1년 새 72조2000억원이 새로 유입된 것이다. 

1~2년 전인 2016년과 2017년 정기예금 순유입액은 각각 19조4000억원, 28조8000억원에 불과했다. 역대 최대 증가폭을 보였던 2010년(95조7000억원) 이래 최대치라는 게 금융권 설명이다.

특히 10억원을 초과하는 거액 정기예금 계좌가 크게 증가했다. 지난해 6월 말 기준 10억원 이상 정기예금 계좌는 4만1000개로, 1년 전보다 3000계좌 늘었다. 이 역시 2012년 1분기에 기록한 4만3000개 이후 가장 많은 수준이다.

지난해 정기예금으로 돈이 쏠린 이유는 다양하다. 먼저 증시 변동성 확대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확산됐다. 같은 이유로 금이나 선진국 채권, 통화 등으로 뭉칫돈이 몰렸다. 이를 통해 벌 수 있는 돈은 적어도 주식과 같은 고위험 투자상품보다는 낫다는 생각이다.

은행들이 건전성 규제 강화에 대비해 다양한 특별판매 상품을 내놓는 등 예금 유치에 적극 나선 점도 유효했다. 한국은행이 2017년 11월 말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은행 금리도 소폭 올랐고, 이에 정기예금을 찾는 고객은 더 늘었다.

이밖에 9·13대책 이후 부동산 규제가 강화된 것도 정기예금 규모 확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돈이 '일단' 통장으로 몰렸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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