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가 세계 에너지 공급을 원천으로 새로운 패권을 목표로 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미국의 원유 수입 의존도가 3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지고 세계 최대 산유국으로 부상했다. 시장에서는 중동 원유 의존도 하락에 따른 ‘미국우선주의’ 정책 강화와 유가 하락을 전망하고 있다.

[서울와이어 이동화 기자] 셰일오일 붐이 인지 10년 만에 미국의 지난해 원유 수입 의존도가 3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지고 원유 생산량은 45년 만에 세계 최대 수준으로 올라섰다.

 

2017년 3위였던 미국의 산유량이 지난해 9월 2위인 사우디아라비아와 1위 러시아를 제치면서 세계 에너지 시장의 지정학적 판도 변화가 전망된다고 14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분석했다.

 

전 세계 에너지 공급을 원천으로 새로운 패권을 목표로 하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가 자원을 무기로 세계 정치역학에 변화를 몰고 올 가능성이 확대되고 있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원유 생산량은 하루 평균 1090만 배럴로 전년 대비 약 20% 늘어났다. 특히 셰일오일의 기술 발전이 코스트 저감으로 이어져 국제유가가 배럴당 50달러 이하로 떨어져도 채산성을 맞출 수 있게 됐다.

 

신문은 미국의 산유량이 증가하면서 수입보다 수출이 많은 순수출국 전환도 검토하고 있다며 미국의 원유 의존도가 크게 낮아졌다고 전했다. 수입에서 수출을 뺀 순수입이 미국 내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원유 수요가 급증한 1990년 중반 이후 40~50%를 차지했지만 지난해는 30%를 밑돌며 1988년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미국의 원유와 석유제품 합계 수출은 지난해 11월 한때 수입을 넘어서며 1991년 이래 처음으로 일시적인 순수출국이 됐다. 저명 애널리스트 대니얼 야긴은 “2020년 초에는 미국이 연간으로도 순수출국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닛세이기초연구소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등 산유국으로부터 수입하는 원유가 정점을 찍었던 2008년의 약 50% 수준까지 떨어졌다”며 “미국 입장에서는 중동의 중요성이 희미해졌기 때문에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면서 중동 문제에 개입할 필요가 없어 졌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계속해서 세계 경찰관 역할을 할 수 없다”면서도 미국이 중동 문제에 개입했던 가장 큰 이유가 안정적인 에너지 확보였기 때문이다.

 

국내 유전자원 감소가 뚜렷했던 1973년 발생한 제4차 중동전쟁은 석유위기로 이어지며 급격한 물가상승을 야기해 세계경제에 타격을 줬다. 미국은 원유 의존도가 높았던 중동에서 1991년 걸프전쟁을 주도하는 등 질서 유지에 나섰지만 지난해 12월 내전이 이어지는 시리아 철군을 발표했다.

 

니혼게이자이는 석유위기에서 얻은 경험으로 금지해 온 원유수출을 2015년 해제한 후 급속히 늘리던 미국의 수출량이 지난해 11월 마지막 주 사우디아라비아·러시아 등에 이어 세계 4위 규모로 확대됐다며 “에너지 안보라는 의미로 중동에 적극 개입했던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 라쿠텐증권은 “OPEC이 감산을 통해 유가를 올리려 하는 ‘신통력’이 약해질 것”이라고 지적했고 석유천연가스·금속광물자원기구는 “미국이 예상을 웃도는 속도로 증산을 할 경우 유가 상한선을 억제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배럴당 50달러 수준의 유가가 미국의 산유량 증산과 수출 확대로 낮아질 수 있다는 의미다.

 

 

저작권자 © 서울와이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