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 법정구속에 '회장직 사임' 카드 꺼낸 형 신동주


▲ 신동주 광윤사 대표이사(왼쪽),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서울와이어 염보라 기자] 롯데의 수난이 끝이 없다.


수년간의 검찰 조사로 총수 일가와 그룹의 치부는 대중에 발가벗겨졌고 사업은 뒷걸음질 치고 있으며, 여기에 신동빈 회장의 법정구속이라는 리스크까지 더해졌다.


크고 작은 위기를 슬기롭게 헤쳐나온 롯데지만, 총수 공백 사태는 이번이 처음이다. 더 큰 문제는 일단락된줄 알았던 '형제의 난'이 신 회장의 공백 상태에서 재점화될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신 회장의 경영권은 CEO 리스크를 온몸으로 맞고 있는 직원들의 마음처럼, 바람 앞 촛불처럼 위태롭게 흔들리고 있다. 재계가 "역대 최악의 위기"이라는 데 입을 모으는 이유다.


신동주 "신동빈, 즉시 사임·해임해야"


앞서 신동빈 회장은 지난 13일 오후 열린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 1심에서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법원은 신 회장이 K스포츠재단에 지원 후 돌려받은 70억원을 뇌물로 인정했다.


이어 14일, 신 회장의 형인 신동주 광윤사 대표이사는 신 회장의 사임 촉구를 전면에 내세운 성명서를 냈다.


신 대표이사는 2015년 신 회장과 경영권을 두고 현대판 '형제의 난'을 펼친 바 있는 인물.


그는 광윤사 대표 자격으로 작성한 성명서를 통해 "일본과 한국 양쪽에서 대표자의 지위에 있는 자가 횡령, 배임, 뇌물죄 등 다양한 범죄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고 교도소에 수감된 것은 롯데그룹 70년 역사상 전대미문의 사건"이라며 "신 회장을 즉시 사임·해임해야 한다"고 강도높은 비난을 이어갔다.


롯데홀딩스 최대주주인 광윤사… 신 회장 지분율은 1.4% 그쳐


2015년 펼쳐진 '형제의 난' 1라운드에서는 동생 신 회장이 가까스로 승리했지만 2라운드 점화 양상을 보이고 있는 현재, 무게 추는 신 대표이사 쪽에 기운 듯 보인다.


신 대표이사가 대표이사로 있는 광윤사는 일본 롯데홀딩스의 단일 최대주주 회사(지분율 28.1%)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한국 롯데의 중간지주회사격인 호텔롯데의 대주주이며, 사실상 한국 롯데를 지배하고 있다.


신 회장의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율은 1.4%에 그친다. 경영 능력을 인정 받아 한국과 일본 롯데를 통합 경영해왔지만 적은 지분율은 신 회장의 발목을 잡는 최대 약점이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신 회장은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속도를 냈지만 거의 마무리 단계인 호텔롯데의 상장을 앞두고 '도덕성 결여'에 '법정구속'이라는 암초를 만난 것이다.


호텔롯데 상장 빨간불… 오너리스크에 경영 차질 불가피


호텔롯데는 일본 롯데홀딩스의 지분이 99%로, 신 회장의 그룹 내 지배력을 높이기 위해선 호텔롯데 상장으로 일본 롯데홀딩스 등의 지분을 축소하는 작업이 필수적이다.


특히 일본이 경영진의 도덕성을 중시한다는 점이 신 회장에겐 난제다.


재계 한 관계자는 "신 회장의 부재로 지배구조 개선, 그리고 이를 통한 국민기업 도약이라는 롯데의 큰 그림이 높은 벽에 부딪히게 됐다"며 "신동주 전 부회장의 압박은 롯데의 경영권 구도를 흔드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신동빈 회장의 법정구속으로 롯데그룹 계열사의 주가는 연일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14일 오후 2시 40분 기준 롯데지주는 전날보다 6.02% 내린 6만2400원에 거래되고 있으며, 롯데쇼핑과 롯데칠성, 롯데푸드는 각각 1.37%, 3.19%, 3.98%의 하락율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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