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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와이어 염보라 기자] 15일 오후 청와대에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하나둘 모여 청와대 영빈관을 가득 채웠고, 겉옷을 벗어던진 문재인 대통령은 이들과 웃음이 가득한 분위기 속에서 격의없는 대화를 이어갔다.
 

이번 자리는 문 대통령이 '2019 기업인과의 대화'라는 이름으로 대기업 총수와 중견기업인 130여명을 청와대에 초청하면서 마련됐다.

문 대통령이 기업인들을 직접 만나는 간담회는 지난 7일 중소·벤처기업인과의 대화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이 자리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등 5대 그룹 총수를 비롯한 대기업 총수 22명과 중견기업 대표 39명, 대한상의 및 지역상공회의소 회장단 67명 등 130명 남짓한 기업인이 착석해 문 대통령과 경제 현안을 두고 소통했다.

한시간여 시간동안 문 대통령은 고용 창출과 투자 확대 등을 당부했고, 기업들은 이에 화답하며 규제개혁 필요성 등을 건의했다.

가장 부각된 토론 주제는 '혁신성장'이었다.

가장 먼저 손을 든 황창규 KT 회장이 질문권을 얻었다. 황 회장은 지난해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환자가 발생했는데도 사상자가 전혀 없었던 사례를 언급하고 "이는 빅데이터를 통해 환자가 접촉한 모든 사람을 파악해 조기에 격리했기 때문"이라며 개인정보 보호 규제를 완화해 달라고 건의했다.
 

답변은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했다. 유 장관은 "규제샌드박스법이 모레 발효되면 그 부분이 가속화할 것"이라며 "기업과 정부, 이해관계가 걸린 당사자들이 먹거리 산업 측면에서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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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마이크를 잡은 이종태 퍼시스 회장은 "기업이 규제를 왜 풀어야 하는지 호소하는 현재의 방식을 공무원이 규제를 왜 유지해야 하는지 입증하게 하고 이에 실패하면 폐지하게 하는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에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개별 기업에 절벽같이 다가오는 규제는 정부도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서 해결해 나가겠다"면서 "말씀하신 부분을 국정 전반에 걸쳐 모두 할 수는 없지만, 공직자가 (규제 필요성을) 입증하지 못하면 과감하게 없애보는 시도를 해보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규제혁신을 위해 법률 개정이 필요한 부분은 절차에 시간이 걸리겠지만 행정명령으로 이뤄지는 규제는 정부가 선도적으로 노력해나갈 수 있지 않을까 한다"며 "그 부분에 집중적으로 노력해주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이어 마이크를 잡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혁신성장의 기본전제는 실패에 대한 용납"이라며 "규제완화의 기본적인 배경에 '실패를 해도 좋다'는 생각을 가져주셨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최 회장은 또 "혁신성장이 산업화하기 위해서는 '실험에 얼마나 싸게 접근할 수 있는가' 하는 코스트(비용) 문제가 중요하다"며 "코스트가 낮아질 수 있는 환경을 정부와 사회와 기업이 함께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2년 전에도 와서 말씀드린 적 있지만 사회적 기업과 관련한 법들이 진행되지 않고 있다"며 "어떻게 하실 것인지를 저희가 알고 가면 도움이 되겠다"고 덧붙여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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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 이후 기념촬영을 마친 문 대통령은 박용만 상의 회장과 이재용 부회장, 정의선 수석부회장, 최태원 회장, 구광모 회장, 현정은 회장, 중견기업연합회장이기도 한 강호갑 신영 회장,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방준혁 의장과 청와대 경내를 산책하며 25분간 짧은 대화를 이어갔다. 청와대는 서면 브리핑을 통해 이 자리에서 허심탄회한 얘기들이 오갔다고 전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에게 "현대그룹이 (남북 경제협력 부분과 관련해)요즘 희망 고문을 받고 있다. 뭔가 열릴 듯 열릴 듯하면서 열리지 않고 있다"며 "하지만 결국은 잘될 것"이라고 언급했고, 산책 종료 직전 다시 현 회장에게 "속도를 내겠다"고 말했다. 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문 대통령에게 공장과 연구소 방문을 요청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얼마든지 가겠다"고 화답했다.

한편 고민정 청와대 부대변인은 이날 일회용 용기를 사용하지 말자는 취지에서 보온병을 미리 준비했다고 소개했다. 보온병에는 '함께 잘사는 대한민국'이라는 문구가 담겼다. 참석자 전원에게는 추후 대한상의를 거쳐 대통령 손목시계가 기념품으로 지급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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