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 3억원' 사건의 핵심 인물인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왼쪽)과 이백순 전 신한은행장.

 

[서울와이어 염보라 기자]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원회이 16일 지난 2010년 '신한사태' 및 '남산 3억원 의혹' 수사 과정에서 검찰이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편에 서서 편파 수사를 했다는 공식 결론을 내놨다. 

과거사위는 대검찰청 진상조사단으로부터최종 조사결과를 보고받은 뒤 이 같은 결론을 내놨다고 밝혔다.

남산 3억원 의혹은 2008년 이백순 전 신한행장이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지시로 비자금 3억원을 서울 남산자유센터 주차장에서 누군가에게 전달했는데, 돈을 받은 사람이 이상득 전 의원이고 이명박 전 대통령 당선축하금 명목의 금품이 아니냐는 의혹이다.

이 의혹은 2010년 신한금융그룹 경영권을 놓고 라 전 회장 및 이 전 행장 측이 신상훈 전 신한금융 사장을 밀어내기 위해 벌인 이른바 '신한사태' 수사 과정에서 불거졌다.

2010년 검찰 수사 과정에서 이 전 행장이 3억원을 누군가에게 전달한 점이 파악됐고, 신한은행 직원으로부터 "이상득 전 의원에게 돈이 전달됐다"는 취지의 진술도 나왔지만 돈의 행선지를 최종적으로 확인하지는 못했다.

결과적으로 당시 신한금융지주 차기 회장 1순위로 꼽혔던 신 전 사장만 억울하게 자리에서 물러나 무죄를 인정받기까지 수년간 법적 다툼을 이어가야 했다. 

과거사위는 먼저 신한사태에 대해 "라 전 회장과 이 전 행장 측이 신 전 사장을 축출하려는 의도로 기획한 허위고소라고 의심할 만한 정황이 다분했는데도 검찰이 근거가 희박한 허위 진술을 그대로 받아들였고, 신 전 사장 측에 유리한 진술은 근거 없이 배척했다고 판단했다.

이어 "비서실 자금이 위성호(현 신한은행장) 당시 신한금융 부사장 주도로 이 전 행장 허락 하에 라 전 회장의 변호사비로 사용된 점을 고려할 때 오히려 신 전 사장이 아닌 라 전 회장 측에 책임을 물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수사 도중 드러난 남산 3억원 의혹 등 '정금(政金) 유착' 진상은 철저히 수사하지 않아 실체적 진실을 밝히지 못했고, 허위고소를 주도한 라 전 회장 측의 형사 책임도 묻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과거사위는 이같은 의견을 종합, "공명정대하게 행사해야 할 검찰권을 사적 분쟁의 일방 당사자를 위해 현저히 남용한 사건으로 판단한다"고 결론지었다.

과거사위는 거짓 고소를 주도한 신한금융 전·현직 임직원의 조직적 위증 혐의는 물론 3억원 뇌물 의혹 사건의 실체를 신속하고 엄정하게 수사해 진상을 명백히 규명하라고 검찰에 권고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핵심 인물인 라 전 회장과 이 행장을 조만간 소환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검찰은 과거사위가 권고한 남산 3억원 의혹 및 신한사태 위증 혐의 등에 관한 재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서울중앙지검 조사2부(노만석 부장검사)는 최근 신 전 사장과 남산 3억원 사건 당시 신한은행 비서실장을 지낸 박모씨를 잇따라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박씨는 당시 이 전 행장에게 현금 3억원을 마련해 두라는 지시를 받고 자금 인출, 전달까지 책임진 것으로 알려진 핵심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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