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와이어 이동화 기자] 영국 하원 의회가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주도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합의안을 부결하면서 3월 29일로 예정된 브렉시트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 증시는 브렉시트 합의안 부결에도 불구하고 중국 경기 부양 기대감과 IT주 강세 등에 힘입어 상승했지만 시장에서는 미국의 정치 리스크와 글로벌 경기 감속 전망 등 불안 요소가 남아 있다는 반응이다.

 

16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해 말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금리인상 중단 가능성을 내비치며 강세를 보였던 시장의 투자심리가 빠르게 바뀌고 있다며 현재의 증시 안정이 관망세에 의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영국 하원의 브렉시트 합의안 부결이 이미 예상됐던 만큼 시장 여파가 크지 않았다”며 “시장은 영국이 유럽연합(EU)과 합의 없이 탈퇴하는 노딜 브렉시트 가능성도 시야에 넣고 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현 상황은 증시 전망에 대한 비관도 낙관도 하지 않는 관망세”라며 시간이 흐르면 글로벌 정치·경제 리스크 여파가 나타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메이 총리의 브렉시트 합의안이 하원 투표에서 큰 표 차로 부결되면서 영국의 정치 불확실성이 확대됐지만 이날 금융시장에서 파운드화와 국채수익률은 상승했다. 전날 표결을 앞두고 파운드 매도가 선행하면서 파운드화는 1.27달러 선까지 떨어졌지만 이내 1.28달러대 후반까지 올랐다.

 

시장에서 노딜 브렉시트 가능성보다 브렉시트 일정이 늦춰지거나 2차 국민투표로 무산될 가능성을 크게 보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이 국민투표로 브렉시트를 결정한지 2년 반이 지났지만 벼랑 끝 외교가 거듭되면서 외환시장에서 파운드 거래를 꺼리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는 것도 이유로 꼽히고 있다.

 

미즈호은행은 “시장 이벤트 전후의 가격 변동을 노린 단기매매 투자가들만 파운드를 거래하기 때문에 환율 변동이 단기적으로 끝났다”고 설명했다.

 

세계 경제 불확실성 확대 시 투자자들의 리스크 회피 움직임이 강해지면서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엔화가 강세를 보이기 쉽지만 엔화가피 상승도 한정적이었다. 이날 엔화환율은 소폭 하락세를 보였지만 달러당 108엔대 중반을 유지했다.

 

시장에서는 브렉시트 관련 이벤트가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고 보고 있지만 국제경제 전문가들은 영국의 움직임에 따라 시장이 혼란에 빠질 위험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정치 리스크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나 불확실성이 점차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정부기관 일시 폐쇄(셧다운) 장기화가 미국 경제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유럽에서는 브렉시트로 고전하는 영국뿐만 아니라 독일 등 유로권 경기 감속 전망과 함께 재정 불안 리스크가 큰 이탈리아 문제가 남아 있다.

 

일본 외환시장에서도 미국과 중국이 합의한 추가관세 발동 유예 시한이 다가오는 데다 브렉시트 불확실성까지 더해지고 있다며 엔고 경계감은 여전하다는 반응이다. 조만간 시작될 예정인 미·일 물품무역협정(TAG) 협상도 우려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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