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알 막툼 경기장에서 열린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요르단과의 16강전에서 승부차기 끝에 승리를 거둔 베트남 박항서 감독이 기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돌풍의 베트남 , '박항서 매직'이 또 한 번 아시아 축구를 놀라게 했다.

 

막차를 타고 16강에 올라온 베트남은 놀라운 정신력을 발휘 요르단과의 피말리는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고  8강에 진출했다.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대표팀은 20일(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의 알 막툼 스타디움에서 열린 요르단과 16강전에서 120분 연장 혈투 끝에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4-2로 이겼다.

 

박 감독은 16강전 승리를 거둔후 승부차기와 관련 "대부분 코치에게 맡기지만 이번에는 내가 리스트까지 작성한 뒤 최종적으로 이영진 코치와 상의했다"고 말했다.
  

 

요르단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09위로 베트남(100위)보다 낮지만 이번 대회 조별리그에서 2승 1무에 무실점으로 돌풍을 일으킨 팀이다.

 

조별리그 D조에서 3위를 차지한 베트남은 레바논과 골 득실, 승점, 다득점까지 동률을 이뤘지만, 옐로카드가 적어 페어플레이 점수로 극적인 16강에 오른뒤 8강의 기적을 다시 일궈냈다.

 

베트남은 21일 오후 8시 벌어지는 일본-사우디아라비아전 승자와 24일 같은 장소에서 준결승 진출을 놓고 격돌한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박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공식 기자회견에서 "회복 시간도 많지 않은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 준 선수들에게 감사한다"라며 승리를 선수의 공으로 돌렸다.

   

그는 "우리가 수비 축구를 한다고 하는데 우리는 우리가 제일 잘하는 축구를 한다"라며 "그것이 수비 축구라고 지적했지만 인정할 수 없다. 실리 축구라고 불러달라"고 강조했다.

 

박 감독은 특히  "전쟁이 시작됐는데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피곤하다고 하는 것은 변명일 뿐이다"고 말했다.

 

베트남 마지막 키커가 득점에 성공하며 8강 진출을 확정 짓자 베트남 현지 축구 팬들은 일제히 기립해 박수를 보냈고, "박항세오"(박항서의 베트남식 발음)를 외치기도 했다.

 

하노이와 호찌민 등 대도시 주요 도로는 승리를 자축하는 축구 팬들의 오토바이가 점령했고   베트남 국기를 들거나 오토바이에 매달고 거리를 달리면서 "베트남, 찌엔탕(승리)"을 연호하며 행인들과 기쁨을 함께했다고 한다.

   

S NS에는 박 감독을 응원하는 글이 쇄도했다.

   

한 네티즌은 "베트남은 박항서 감독님을 사랑한다"면서 "오늘날의 베트남 축구대표팀이 있게 해주신 박 감독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는 글을 올렸고 또  다른 누리꾼은 "나의 위대한 영웅이 베트남에 새로운 역사를 만들었다"고 극찬했다.

 

다음은 연합뉴스가 정리한 박항서 감독과 일문일답 내용

    -- 승리한 소감은.

    ▲ 조별리그에서 1승 2패를 거두면서 극적으로 16강에 진출했다. 회복 시간도 많지 않은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 준 선수들에게 감사한다. 어제 '폭스스포츠' 기사를 보니 베트남이 수비 축구를 한다고 혹평을 했다. 우리는 우리가 제일 잘하는 축구를 한다. 그것을 수비 축구라고 지적을 했지만 절대로 인정할 수 없다. 우리는 '실리 축구'를 한다. 앞으로 수비 축구라고 하지 말고 실리 축구라고 불러달라.

    -- 일본-사우디아라비아 16강 승자와 8강에서 대결한다. 어느 팀이 더 편한가.

    ▲ 쉬운 팀은 없다. 16강에 올라온 팀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부터 모든 면에서 우리보다 우위에 있다.

    -- 선수들이 혼신을 다해 뛰는 모습을 보고 어떤 느낌을 받았다.

    ▲ 베트남 선수들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 지원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선수들 모두 하나의 팀으로서 항상 '나의 팀'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고, 그것을 실천하고 있다. 전쟁이 시작됐는데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피곤하다는 것은 변명일 뿐이다. 선수들에게 끝까지 싸워 달라고 당부했다.
-- '박항서 매직'이라는 말을 들으면 어떤 느낌이 드나.

    ▲ 베트남 대표팀의 결과에 팬들이 많은 칭찬과 격려를 해주고 있다. 나 혼자만의 노력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모든 성공에 대한 결과는 선수들, 코칭스태프, 지원스태프들이 함께 일궈낸 것이다. 내가 감독이라서 그런 별명을 붙여줬지만 절대로 나 혼자만의 결과물이 아니다. 좋은 성적을 내다가 2연패를 당하니까 베트남에서도 비판적인 기사도 나온다. 한국이나 베트남이나 결과에 대한 반응은 다 똑같다.(웃음)
    -- 승부차기 전술은 어떻게 수립했나.

    ▲ 조별리그 최종전을 끝내고 훈련 시간이 이틀밖에 없었다. 나름대로 승부차기의 기준이 있다. 대부분 코치에게 맡기지만 이번에는 내가 리스트까지 작성한 뒤 최종적으로 이영진 코치와 상의했다. 사실 이번에 실축한 선수가 킥도 좋고 연습 때도 잘 찼는데 긴장 때문인지 실수를 했다.

    -- 승부차기 승리는 운이 좋았다는 평가도 있는데.

    ▲ 행운이라는 것은 그냥 오는 게 아니다. 구성원 모두가 각자 맡은 일을 잘 해낼 때 나오는 결과다. 오늘 결과도 100% 운만 따른 게 아니다. 선수들이 노력한 결과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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