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이사회서 곤 전 회장 후임 지명
CEO와 회장직 별도 지명… 권력 분산
르노의 닛산 합병설에 닛산 경영 자주성 강화 가능성도

르노자동차가 카를로스 곤 전 회장이 일본 검찰에 체포·수감된지 두 달 만에 후임 지명 방침을 밝혔다. 곤 전 회장이 사실상 해임 수순을 밟게된 가운데 르노-닛산 합병설이 나오면서 닛산에서는 최대주주인 르노와 분리하거나 출자비율을 동등하게 수정해 경영 자주성을 높이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서울와이어 이동화 기자] 무죄추정의 원칙을 이유로 일본 검찰에 체포돼 수감 중인 카를로스 곤 전 회장 지위를 인정했던 프랑스 르노자동차가 오는 24일(현지시간) 예정된 이사회에서 후임 지명을 예고했다.

 

22일 AFP통신 등 외신은 르노가 곤 전 회장의 후임 지명 소식을 발표했다며 현재 임시 CEO를 맡고 있는 티에리 볼로레가 CEO에, 장 도미니크 세나르 미쉐린 CEO가 회장직에 지명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프랑스 일간지 피가로와 레제코는 이번 이사회에서 차기 CEO와 회장이 지명된 후 곤 전 회장 해임 여부가 논의될 것이라며 “르노가 변호사를 통해 곤 전 회장의 사임을 재촉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 언론은 르노가 회장 겸 CEO를 겸임하면서 절대 권력을 가지던 곤 전 회장 방식에서 벗어나 집행과 감독 지도자를 나누는 방식을 택했다며 환영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프랑스 대기업들은 회장과 CEO를 겸임하는 경우가 많지만 ‘CEO는 모든 상황에서 기업을 대표해 행동한다’ ‘회장은 기업의 조직이 잘 굴러가도록 감시한다’는 회사법 규칙에 따라 권력을 분산할 것으로 전망했다.

 

아사히신문도 “르노 지분 15%를 갖고 있는 최대주주 프랑스 정부가 곤 전 회장 구금 장기화로 인한 경영공백 문제를 막기 위해 해임으로 돌아섰다”며 곤 전 회장 해임을 3차례 미뤄온 르노의 결정을 평가했다.

 

이어 곤 전 회장이 르노 경영진에서 물러나면 이미 해임을 결정한 닛산·미쓰비시 자동차와 자본 관계 재검토를 포함한 논의가 본격화하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일부 언론에서 보도한 르노-닛산 합병설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지만 NHK는 “프랑스에서 다시 합병 얘기를 꺼낸다면 닛산 사내에서는 르노와 분리하거나 출자비율을 동등하게 수정해 경영 자주성을 높이자는 의견이 강해질 것”이라고 전했다.

 

르노와 닛산은 지난 2015년에도 합병설이 돌았다. 당시 프랑스 정부가 닛산의 경영 관여를 강화하려 하며 양사의 제휴 관계 자체가 흔들리는 계기가 됐다.

 

르노는 닛산 지분 43%를 갖는 최대주주로 지배구조 상에서는 우위에 있지만 수익 면에서는 닛산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르노의 수익 안정을 통해 자국 내 고용을 지키고 싶은 프랑스 정부 입장에서는 닛산과의 관계 유지보다 르노의 지배력을 더 키워 닛산을 좌지우지하려 한 것.

 

아이러니하게도 당시 프랑스 정부의 야욕을 막는 ‘방파제’ 역할을 한 것은 곤 전 회장이었다. 곤 전 회장은 프랑스 정부가 닛산 경영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내며 강력한 비즈니스 리더로 자리매김했다.

 

일본 언론들은 닛산과 르노가 후임 선정을 놓고 대립하고 있지만 비즈니스 관계는 현 체제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보면서도 프랑스 정부와 르노의 움직임을 주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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