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와이어 이동화 기자] 유럽연합(EU)에서 탈퇴하려는 영국의 브렉시트 계획이 혼란을 거듭하는 가운데 일본 기업의 영국 이탈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파나소닉은 지난해 10월 유럽 본사를 영국에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으로 이전했고 혼다는 4월 한 달간 영국 스윈던 공장 가동 중단을 결정했다. 히타치(日立)제작소는 사업 이전 등을 고려하지 않고 있지만 영국이 아무런 합의 없이 EU를 탈퇴하는 ‘노딜 브렉시트’에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23일 NHK와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일본 언론은 소니도 브렉시트 후 물류대란과 세관의 통관지연 등에 대비해 암스테르담에 새로운 회사를 설립한다고 보도했다.

 

소니 한 고위 관계자는 “(브렉시트에 대비해) 적절한 대응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면서 “예측 불가능한 사태를 피하기 위해 신회사 설립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신회사는 영국에 위치한 일렉트로닉스 사업 유럽 통괄 회사인 소니 유럽과 통합해 네덜란드에 등기해 3월 29일로 예정된 브렉시트 다음 주인 4월 1일부터 업무를 시작한다. 하지만 상품 수출입과 유럽 각국의 지점 관리 등 업무는 영국에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소니 측은 “현 시점에서 공장 이전 등의 계획은 없다”며 영국 내 고용은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단지 EU 역내에 회사를 마련해 수출입 업무에 차질을 빚는 것을 막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EU 역내 법인을 통한 수출입은 통관 절차 간략화 등의 혜택이 있지만 브렉시트 후 절차상의 문제는 물론 관세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일본이나 아시아 공장에서 생산한 TV·카메라·오디오 등을 유럽 40개국에 판매하고 있는 소니의 2018년 3월기(2017년 4월~2018년 3월) 유럽 매출은 약 1조8000억 엔(약 18조5100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20% 이상을 차지한다.

 

일본 정부는 1000여개 사에 달하는 영국 내 일본 기업에 브렉시트 피해가 없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최근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에게 노딜 브렉시트를 피해달라고 직접 요청하기도 했다.

 

브렉시트를 2달 남짓 앞두고 영국 내에서 합의안을 둘러싼 혼란이 가중되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노딜 브렉시트’가 현실화되면 EU 역내에서 영국 법인을 통해 수입한 제품을 판매할 수 없게 되는 등 비즈니스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우려를 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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