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가 야권 지도자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사진 왼쪽)을 ‘임시 대통령’으로 인정하자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미국과의 국교 단절을 선언했다.

[서울와이어 이동화 기자] 반정부 시위를 이끈 베네수엘라 야권 지도자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의 ‘임시 대통령’ 선언에 브라질·아르헨티나 등 중남미 국가와 미국 등이 지지를 표명하고 있다고 23일(현지시간) AFP통신 등 주요 외신이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과이도 의장을 베네수엘라의 임시 대통령으로 인정한다”며 “베네수엘라 국회는 국민에 의해 정당하게 선택된 유일한 정통 정부기관”이라는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미국에 이어 브라질·아르헨티나·콜롬비아·칠레·페루·파라과이도 과이도 의장 지지를 표명하고 있다. 캐나다도 베네수엘라의 민주주의 부활에 착수하는 것을 인정했지만 멕시코는 마두로 대통령을 인정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마두로 대통령 지지파가 지배하는 베네수엘라 최고재판소는 대통령 추방을 도모했다는 이유로 국회에 대한 수사를 명령하는 등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이날 수도 카라카스에서는 반정부 집회에 맞선 친정부 지지자들의 항의 시위가 벌어져 큰 혼란을 빚은 것으로 전해졌다.

 

마두로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치러진 대선에서 68% 지지를 얻으며 재선에 성공했지만 야권 주요 후보자들이 가택연금 등으로 선거에 나설 수 없는 상황에서 치러지며 무효 논란이 거듭돼 왔다.

 

잇단 퇴진 요구에도 마두로 대통령은 이날 밤 지지자 연설에서 “나는 헌법에 따라 국민으로부터 대통령으로 선택됐다”며 대선 재실시를 거부했다. 오히려 “제국주의인 미국 정부와의 외교관계를 끊기로 했다”며 미국 외교관에 대해 72시간 이내에 베네수엘라에서 떠날 것을 요구했다.

 

주요 외신은 마두로 정권이 미국의 개입에 반발하고 있으며 야권이 요구하는 재선거에 동의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면서 정권 교체가 이뤄질지, 어떻게 이뤄질지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중남미의 대표적 산유국인 베네수엘라는 재정수입의 약 90%를 원유 수출에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국제유가 하락과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제재가 더해지며 심각한 경제 위기에 빠져있다.

 

마두로 대통령은 지난 10일 두 번째 6년 임기를 시작했지만 재취임 13일 만에 퇴진 위기에 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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