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와이어 소인정 주부기자] 올해는 기해년 황금돼지해이다.

뭔가 기분 좋은 풍요로움으로 넘쳐야만 할 것 같은 분위기에 전혀 반갑지 않은 구제역 소식이 지난 달부터 계속 뉴스를 장식하고 있고, 더더욱 안타까운 점은 찬바람 솔~솔 부는 이번 주말에 그 바람을 타고 전국적으로 확산될 우려가 높아 전국적으로 초비상 사태라는 점이다.

설 전부터 시작된 구제역은 이미 많은 피해 상황을 만들어 놓았다. 농가에서 애틋하게 길렀던 가축들의 살처분(殺處分)으로 축산농가 주민들의 직접적인 피해는 물론, 가축 살처분 매몰 작업 참여자, 공무원, 수의사, 노동자들의 외상 후 스트레스에 대한 우려와 또 민족 대이동의 발목을 붙잡아 이번 설 연휴에 본의 아니게 고향방문을 못한 이웃도 꽤 발생했다.

솔직히 지난달에 구제역 뉴스를 접했을 때는 이렇게까지 심각해질 줄은 몰랐는데 그 덕에 2015년 온 나라를 긴장하게 했던 『메르스사태』가 생각났다. 메르스는 해외 유래의 가축전염병이자 인수공통전염병이기도 해서 확진 환자나 감염 의심자들을 격리하고 확진 환자가 지낸 공간을 폐쇄하거나 소독을 실시하고, 확진 환자가 방문했던 병원은 수일간 문을 닫기도 했었다. 다행히 구제역은 인수공통전염병은 아니지만 공기를 통해서 육지에서는 50km, 바다를 통해서는 250km이상까지 전파된 보도가 있고 구제역 증상을 나타내기 전에도 이미 바이러스를 배출하기 시작해 질병을 전파할 수 있다고 한다.

사람의 경우라면 『메르스사태』 때의 조치처럼 신속히 이루어질 수 있는데 구제역의 주인공인 농장에서 지내는 동물들은 일단 말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농장 식구들이 동물들의 건강 이상을 확인하기까지는 시간이 지체된다. 소나 돼지들이 “열이 나고 머리가 아파요”, “입맛이 떨어지고 삭신이 쑤셔요”라고 얘기를 해주면 참 좋으련만, 동물들의 전염병일 경우 어떤 병원체에 감염되고 질병이 잠복기를 거쳐 임상증상이 발현되고 농장식구들에게 발견되었을 때 비로서 질병의 가능성을 의심하고 진단이 시작된다.

구제역은 소, 돼지, 양, 염소, 사슴 등 발굽이 둘로 갈라진 동물(우제류)에 감염되는 질병인데 전염성이 너무 강해서 입에 수포가 생기고, 발굽에 수포가 생겨 걸음걸이가 이상해지는 등의 특이 증상이 발견되어야 농장에서 진단을 위한 신고가 들어갈 수 있다고 한다. 이런 상황이 현실이기 때문에 대응은 한참 뒤쳐질 수 밖에 없는 시스템이라 사전 예방만이 답이다.

도대체 왜 이런 구제역이 계절이 돌아오듯 되풀이 되는 것일까? 가축 농사를 짓는 축산농가에서 예방접종을 게을리 할 리는 없을테고, 공장식 동물농장 사육방식과 비위생적인 관리 때문이라고 한다. 살처분한 가축수도 어마어마하지만, 때마다 지원되는 보상금 규모도 살처분된 동물의 머릿수에 못지않을 정도로 기하학적인 수치다. 또 앞서 말했듯이 살처분 과정에 참여했던 관계자들의 정신적인 고통과 토양 및 지하수 오염 등의 2차문제도 매번 아주 심각하게 남게 된다.

결국 이런 악순환을 끊으려면 동물 사육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이 시급하다는 얘기가 된다. 꼭 이렇게 일이 터질 때만 급한 불끄기식의 대책마련 기구를 만들지 말고 선진국처럼 가축방역과 축산물 안전성 업무를 총괄하는 독립된 전담기관을 신설하고 사육 제한 직불제와 똑똑한 국민이 넘치는 우리나라의 인재들에게 지원을 팍팍해서 한국형 백신 개발을 병행한다면 이런 잘못된 관행과 매뉴얼의 악순환을 끊을 수 있는 날이 좀 더 빨리 오지 않을까?   

인간이 동물보다 진화했다는 이유만으로 인간 마음대로 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지 동물 애호가는 아니지만 살처분 보도를 접하면 매번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가축 살처분은 가축을 잃은 농심(農心), 쓰레기 버리듯 처분되는 동물들의 생명 윤리, 그로 인해 야기되는 토양 오염, 지하수 오염 등 보건 문제로까지 확산될 수 있는데 그 동안 몇 조가 넘는 예산이 투입되었지만 효과는 의문을 낳았을 뿐이다.

 

현재 내가 취하는 일에 대한 결과는 반드시 되돌아온다. 그 결과에 뒤통수 맞지 않으려면 오늘을 잘 살아야 하지 않을까? 스스로 멀리 내다볼 수 있는 능력이 없다면 지금 당장의 “오늘”이라도 바르게 잘 살아가는 인간이 되어 더 이상 인간이 빗어낸 인재(人災)의 피해가 동물들에게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

몇 백만 마리의 동물을 산채로 묻는…. 도대체 우리는 지금 어떤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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