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 인수 후보자로 최종 확정됐다./현대중공업 제공

 

[서울와이어 염보라 기자]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을 품고 압도적 경쟁력의 세계 1위 조선사로 거듭날 전망이다.

12일 대우조선해양 대주주인 KDB산업은행에 따르면 전날 삼성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 인수제안 요청에 참여의사가 없음을 공식 통보함에 따라,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 인수 후보자로 최종 확정됐다.

산은은 조선업 '빅2' 기업과만 거래를 진행한다는 방침 아래, 지난달 1일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 민영화 기본합의서를 체결하는 한편 삼성중공업에도 인수제안서를 보냈다. 

당시 산은은 현대중공업과 먼저 대화를 진행한 이유에 대해 "인수합병(M&A) 추진 정보 유출에 따른 주가 변동 시 상기 방식의 거래(Deal) 성사 가능성이 크게 악화되는 바, 현대중공업과의 가격을 포함한 거래 조건 확정 후 삼성중공업의 의사를 추후 확인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현대중공업이 인수 후보자로 최종 확정됨에 따라 산은은 본계약 체결을 위한 이사회 등 필요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내달 초 이사회 승인이 떨어지는 대로 현대중공업과 본계약을 체결하고 실사 등 제반 절차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이어 산은은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을 계열사로 두는 '조선통합법인'에 대우조선 지분 56%를 현물출자하고, 산은은 상장될 이 법인의 지분 7%와 우선주 1조2500억원을 받아 2대주주가 된다. 

현대중공업은 물적분할을 통해 통합법인에 1조2500억원을 주고, 주주배정 유상증자로 1조2500억원을 추가한다. 이 돈은 대우조선 차입금 상환에 쓰일 예정이다. 대우조선의 총차입금은 지난해 9월말 기준 2조5936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번 합병이 성사된다면 압도적인 글로벌 1위 조선사가 탄생하게 된다. 영국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의 수주잔량은 563만 보정총톤(CGT),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의 수주잔량은 410만 CGT으로 집계됐다. 두 회사의 수주잔량을 합치면 삼성중공업과 중국 와이가오차오조선소 등 2위권 조선사의 3배에 달한다.  

양형모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2019년 업황 회복기에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합병 기회는 글로벌 1위 기업의 탄생이라는 측면에서 현대중공업에게 반가운 일”이라며 “두 회사의 합병 시너지는 영업, 자재 조달, 기술력, 생산력(Capa) 등 여러 가지 면에서 높다"고 봤다. 배세진 현대차증권 연구원 역시 "시장 지배력과 경쟁력이 강화되는 점이 긍정적"이라고 판단했다.

물론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일단 노조 설득이 시급하다. 대우조선해양 인수 추진 소식에 현대중공업 노조는 전면 투쟁까지 선언한 상태다. 동반부실과 이로 인한 고용불안 우려 때문이다.

노조는 이날 오전 울산시청 프레스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여전히 조선 경기는 불안정한 상태다. 동반부실에 빠지면 구조조정은 가속화할 것이고 노사갈등은 더욱 깊어질 것"이라며 "대우조선 인수 즉각 중단, 노조와의 대화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전면적인 투쟁을 벌이겠다"고 경고했다.

한편 산업은행과 현대중공업은 '좋은 딜(Deal)'이라고 판단해 추진한 것이란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합병 후 성과에 대해서는 지켜봐야 하겠지만, 최근 조선업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상황에서 세계 1등 타이틀로 더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 역시 한영석·가삼현 공동대표 명의로 작성된 공동 담화문을 통해 "한국 조선산업 재건을 위해 대우조선 인수를 결정한 것"이라며 "양사 기술력이 통합되면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 기술력을 갖게 될 것이다. 구매 물량 증대로 가격 경쟁력이 좋아지고 선박용 엔진과 선박 애프터서비스 분야, 현대일렉트릭 등에서도 시너지 효과가 생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bora@seoulwire.com

저작권자 © 서울와이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