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와이어 이동화 기자] 동유럽 순방길에 오른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대중국 강경 정책’과 ‘반(反)이란’이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던지며 화웨이 장비를 쓰지 말라고 공개 압박에 나섰다.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린 중동 평화안보 국제회의에 참석한 펜스 부통령은 14일(현지시간) 동맹국들의 대이란 제재 동참을 촉구하며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 퇴출을 동유럽에서도 추진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폼페이오 장관 역시 지난 12일 기자회견에서 “어떤 국가가 일련의 결단(화웨이 장비 사용)을 내릴 경우 미 국방부는 그 국가와 협력할 수 없다”고 발언했다. 미국의 화웨이 제품 사용 금지 방침에 따르지 않을 경우 군사협력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AP통신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외신은 미 정부가 화웨이 포위망을 동유럽까지 넓힐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중국과 동유럽의 관계에 경고를 날린 것으로 평가했다.

중국은 인프라 정비 등 경제 지원을 통해 동유럽 국가들과 우호적 관계를 맺고 있다. 지난 2012년부터는 경제협력을 매개로 16개 동유럽 국가와 ‘중국·동유럽(CEE) 정상회의’를 하는 등 성장 잠재력이 큰 동유럽을 ‘일대일로’(一帶一路)로 끌어들이기 위한 작업을 펼치고 있다.

이와 관련 미·중 경제안보검토위원회(USCC)는 “중국이 유럽의 정책에 영향을 미치려 하고 있다”고 우려하며 경계하고 있다.

하지만 재정적 제약이 있는 동유럽 국가에게 경쟁 메이커보다 20~30% 저렴한 화웨이 제품은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반면 러시아의 위협 속에서 미국과의 관계 단절도 어려운 상황이다.

미 국무부는 동유럽 국가에게 화웨이 제품 사용을 재검토하라는 이유로 “서유럽에 비해 (민주주의) 체제가 아직 취약해 중국의 표적이 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펜스 부통령과 폼페이오 장관도 동유럽 순방 중 화웨이 퇴출에 나선 폴란드를 높이 평가하고 통신장비의 70%에 화웨이 제품을 사용하고 있는 헝가리에 대해서는 “미국과 중국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라”며 비난의 화살을 퍼붓고 있다.

하지만 피터 시야르토 헝가리 외교장관은 “화웨이 장비 최대 계약자는 헝가리가 아니라 독일이나 영국 기업”이라며 헝가리 비난이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슬로바키아 역시 화웨이 장비를 위협으로 간주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정부와 화웨이 역시 미국의 움직임에 반발하고 나섰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은 각종 수단을 사용해 중국 위협론을 펼치고 있다”며 “우호 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중국과 헝가리는 어떤 나라의 간섭도 받지 않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화웨이 유럽 담당 대표는 “(화웨이가) 믿을 수 있는 파트너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우리는 유럽의 모든 정부와 소비자, 파트너가 제안하는 것을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미 사법당국은 지난달 중국과의 고위급 무역협상을 이틀 앞두고 화웨이와 관계회사 두 곳, 화웨이의 부회장 겸 최고재무책임자 멍완저우(孟晩舟)를 전격 기소했다. 화웨이는 미국 통신업체 T모바일에서 기업 기밀을 훔치려 한 죄와 미국의 대이란 제재를 위반하고 금융 사기를 저질렀다는 혐의가 적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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