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와이어 이동화 기자]일본 혼다자동차가 오는 2021년 중에 영국 스윈던 공장을 폐쇄한다고 19일 공식 발표했다.

혼다 측은 유럽 판매 부진으로 인한 생산체제 재검토의 일환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영국이 2016년 국민투표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결정한 후 처음으로 자동차 대기업이 발을 빼면서 영국 내 불안이 깊어지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 나선 하치고 다카히로(八鄕隆弘) 혼다 사장은 “유럽연합(EU) 역내에서 전동차를 생산하는 것은 경쟁력 관점에서 어렵다는 판단을 했다”며 “브렉시트 영향은 고려하고 있지 않지만 변화를 읽을 수 없다는 불확실성이 문제”라고 말했다.

NHK와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일본 언론은 혼다의 영국 시장 철수와 관련 “영국이 아무런 합의 없이 EU를 탈퇴하는 ‘노딜 브렉시트’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라며 “부품 업체 등 영국에 거점을 둔 제조업에 영향이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혼다가 폐쇄를 결정한 스윈던 공장은 혼다의 유일한 유럽 역내 생산거점이다. 유럽 시장의 판매 둔화가 이어지자 지난 2014년에는 스윈던 공장의 2개 생산라인 중 1개를 가동 중단하고 주력 모델인 ‘시빅’ 생산에 집중했다.

브렉시트 결정 후에도 유럽 생산체제를 유지하는 길을 선택했던 혼다는 지난달까지만 해도 4월 한 달간 스윈던 공장 가동을 중단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브렉시트 후 EU 시장의 불확실성이 확대되자 유럽의 유일한 생산거점 폐쇄를 결정한 것으로 분석된다.

스윈던 공장에서는 지난해 16만대의 시빅을 생산해 35%는 유럽에, 나머지는 미국과 일본에 수출했다. 혼다는 2021년 영국 생산을 종료하고 2022년부터 출시될 모델은 미국과 일본 등에서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유럽 시장 통괄 기능은 영국에 남긴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유럽용 수출 거점인 터키 공장의 시빅 생산도 2021년 중에 중단한다고 밝힌 만큼 사실상 유럽에서의 자동차 생산은 모두 종료되는 셈이다.

지난해 혼다가 유럽에서 판매한 시빅은 연간 13만대 수준으로 역내 점유율은 1% 미만에 불과하다. 스윈던 공장 생산물량 가운데 EU 역내용 수출은 약 20%에 머물러 영국에 생산거점을 둔 도요타자동차(약 90%)나 닛산자동차(약 60%)에 비해 현저히 낮다. 

시장에서는 “혼다가 유럽에 생산거점을 둘 이유가 없다”며 “브렉시트와는 관계가 없다”고 강조하는 하치고 사장의 말에 신빙성이 있다는 반응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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