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와이어 이동화 기자]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 일본 정부는 베트남 현지에 외무성 고위 관계자를 파견하는 등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비핵화 의지를 내보이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지나친 양보를 하며 타협할 수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긴장하는 눈치다.

28일 NHK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북미회담 일정에 맞춰 베트남 하노이에 가나스기 겐지(金杉憲治)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과 납치 문제를 담당하는 가나이 마사아키(金井正彰) 과장을 파견해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이날 중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2차 정상회담에 대해 “핵 없는 세계를 위한 성과가 나오기를 기대한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틀림없이 김 위원장에서 나의 생각을 전해줄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사전 협의를 한 상태”라고 강조한 후 “(북한은) 일본을 사거리에 두는 탄도미사일을 수백 발 배치하고 있지만 이는 주일미군에도 위협일 뿐 아니라 괌도 사정권에 들어 있다”고 말하며 미국이 이런 문제에도 협상하고 있다고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아베 총리가 미국과의 긴밀한 연대 관계를 강조하며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신뢰를 표명한 반면 현지에 파견된 일본 정부 관계자들은 “트럼프 대통령 입에서 (납치 문제 얘기가) 어떻게 나올지 모르겠다”며 불확실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NHK는 현지에서 “흘러가는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면서 회담 후 이뤄질 미일 정상 간 통화를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전했다.

일본 정부의 납치 문제 담당 현지 파견과 관련 아사히신문은 아베 내각의 납치 문제 해결 의지를 평가한 반면 ‘재팬 패싱’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에서 “하노이에 정부 관계자를 파견해 미일 간에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며 “나도 합당한 보고를 받고 있지만 정상회담 개최 중이니 상세한 내용은 삼가겠다”며 말을 줄였다.

스가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납치 문제 협력을 약속했지만 이를 해결하는 것은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긴밀한 연계가 필수적”이라며 “우리가 주체적인 노력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자민당 간사장도 “비핵화를 서두르지 않는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우려를 키우고 있다”며 “(이번 회담은) 북미에게만 좋으니 일본이 어떻게 될지에 대한 논의를 제대로 해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NHK는 일본 외무성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지난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이 경제적 지원을 할 것’이라고 발언했는데 이번에는 ‘일본의 자금’을 언급하지 않으면 좋겠다”는 속내를 밝히기도 했다.

일본 언론은 이번 회담이 납치·핵·미사일 문제 해결로 이어지길 기대하지만 성과를 내기에 급급한 트럼프 대통령이 교섭 시작도 전에 “(회담은) 크게 성공할 것”이라고 말했다며 너무 성급한 모습이라고 일제히 지적하고 있다.

이어 CNN과 FOX뉴스 등 미국 언론이 27일(현지시간) 북미회담이 아닌 트럼프 대통령의 ‘러시아 스캔들’을 주요 기사로 다루고 있다고 지적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비판의 화살을 피하기 위해 북미회담 일정을 잡았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결국 일본이 원하는 것은 미국이 북핵 해법의 원칙으로 주장하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폐기(CVID)와 일본인 납치 문제 해결이다. 빈손으로 돌아갈 수 없는 트럼프 대통령이 성공적인 회담 결과에 대한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 ‘스몰딜’ 협상 카드를 내밀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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