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8개월만의 재회에 뜨거운 악수를 나누고 있다.(사진= 백악관 트위터)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특별취재팀 = 서울와이어 염보라 기자] 기대했던 '하노이 선언'은 없었다. 

'타고난 장사꾼'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이 1박2일간 이어진 회담에서 '영변 핵시설 폐기 +α'의 가시적 비핵화 실행조치를 내놓지 않자 성급한 합의 대신 현명한 결렬을 택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7일부터 2차 북미정상회담을 이어갔다. 두 정상은 첫날 약 30분간 단독 회담과 1시간40여분간 친교 만찬을 가졌으며, 오늘 본격적인 '핵 담판' 회담을 이어갔다. 
 

이틀째 일정은 현지시간으로 오전 8시55분(한국시간 10시55분)부터 진행됐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40여분간 단독회담을 가진 후, 지난해 1차 회담과 마찬가지로 예정에 없던 산책 이벤트를 연출했다. 이후 확대 회담과 업무 오찬, 공동합의문 서명식이 예정돼 있었으나 합의에 진통을 겪으면서 업무 오찬과 서명식 일정은 취소됐다. 이에 따라 오후 3시50분으로 예정됐던 기자회견도 2시로 앞당겨 진행됐다. 

기자회견 내용으로 비춰보면 양 정상은 비핵화와 대북재제 완화에 대한 입장차만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북한은 완전한 제재 해제를 원했지만 미국은 들어줄 수 없었다”며 "우리는 (북한에 대한) 제재를 유지할 것이다.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보였지만 우리가 원한 비핵화는 아니었다"고 전했다.
 

이는 어느정도 예견됐던 바다. 트럼프는 이날 호텔에 도착한 후 모두발언에서 "서두르지 않는다"는 말을 두 차례나 언급했다. 시간을 두고 단계적으로 북핵 문제를 해결해 나가겠다는, 최근의 속도조절 기조를 이어간 셈이다.

다행스러운 점은 북한과 대화를 지속할 의지를 밝혔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어젯밤에도 김정은 위원장이 로켓이나 핵 실험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를 신뢰한다"며 "(북한과의) 간극은 언젠가 줄일 수 있다.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라고 자신했다.
 

기자회견에 함께 참석한 폼페이오 장관 역시 "시간은 걸리겠지만 한계와 어려움을 잘 알고 있는 만큼 계속 노력한다면 우리가 생각하는 궁극적 목적(비핵화)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며 "(이번 회담에서)더 큰 성과를 내진 못했지만 앞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 경제 관련 전문가들은 북미 정상의 '핵 담판' 결렬에 아쉬움을 표하면서도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이날 한국프레스센터를 찾은 백학순 세종연구소장은 "앞으로 비핵화 진전과 북한 제재 완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 것인가 하는 데 큰 도움이 되는 회담이었다"고 평가했다.

백 소장은 "2차 정상회담을 조금 늦게 가졌으면 합의를 이뤄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을 수 있겠지만, 최고 지도자가 부딪혀 최종 문제가 뭔지를 서로 재확인하는 과정은 필요하다고 본다"며 "이번 자리를 계기로 3차 정상회담에서는 오늘 문제가 된 북한 제재 완화와 비핵화 진전 문제를 타결할 수 있는 정상회담이 될 것이라는 걸 예상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고유환 동국대학교 북한학과 교수 역시 "큰 틀에서 지도자들의 결단에 의해서 진행된 대화인 만큼, 비핵화 프로세스 자체가 중단되거나 훼손된 것은 아니다"라고 봤다.

그는 "2차 협상 결렬로 미국은 북한의 핵 보유고가 늘어날 가능성, 북한으로서는 제재가 전면 강화된 상황에서 경제 발달에 마찰을 빚을 수 있어 (합의를) 마냥 미뤄둘 수 없을 것"이라며 "그런 차원에서 빠른 시일내 협상을 통해 기존 차이를 좁히고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에어포스원 전용기를 타고 이날 미국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김 위원장은 예정대로 이번 주 토요일까지 하노이에 남아 친선 일정을 소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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